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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병렬/은총의 교실
2023.08.08 00:18

(682) 허병렬: 우리도 나무처럼

조회 수 90 댓글 1

은총의 교실 (90) 사람과 나무 

 

우리도 나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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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럴파크의 가을 나무들

 

람과 나무는 공통점이 있을까? 이 두 가지는 이질적인 생명체인데 웬 공통점을 찾다니... 그래도 한 번 시작해 보겠다. 

첫째, 이 둘은 살기 위해 호흡을 한다. 사람은 산소를 들이마시고 이산화탄소를 내보낸다. 나무는 이산화탄소를 들이마시고 산소를 내보낸다. 그러므로 사람과 나무는 필요한 것을 서로 주고 받는다. 둘째, 이 둘은 자라면서 나이를 먹는다. 사람은 유년. 소년. 청년. 장년. 노년을 맞이하면서 단계에 따라 특징을 보인다. 나무는 나이가 많아짐에 따라 줄기에 나이테가 생긴다. 세상에는 수천 년이 된 나무도 있다고. 셋째, 사람은 머리, 몸통, 팔과 다리의 세 부분이 DNA에 따라 구성되었다. 나무는 종류에 따라 제각기 뿌리. 줄기. 잎의 세 부분으로 되어 있다. 넷째, 사람은 공기, 물, 햇볕, 영양, 운동으로 생명을 유지한다. 나무는 흙, 물, 햇볕으로 자란다. 다섯째, 사람은 아기를 낳아 대를 잇고, 일하는 성과로 발전한다. 나무는 뿌리가 있고, 열매를 맺어 번식한다. 그러고 보니 비슷한 점이 꽤 있다.

 

사람에게 친구인 나무가 있어도 이상할 게 없겠다. 그 나무는 한 남자애를 사랑했다. 그들은 매일 만나서 같이 놀았다. 그는 크면서 나무에 올라가서 사과를 따먹기도 하고, 나무 그늘에서 자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청년이 된 그는 사과를 팔아 돈을 벌었고, 결혼 후에는 나무를 잘라서 집을 지었고, 배를 만들어 여행을 하였고, 피곤한 노인이 되어서는 나무 그루터기에 앉아서 편히 쉬었다. 이것은 너무나 유명한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이야기 줄거리다. 이렇게 나무의 사람 사랑은 지극하다.

 

사람도 나무를 사랑하는가. 아예 나무가 되어 나무처럼 베푸는 생활을 할 수 있는가. 가로수의 눈부신 신록을 보면서 나무 사랑에 빠진다. 왜 개별적인 나무만 생각할까. 나무들이 우거진 숲이면 더 큰 일을 할 수 있지 않겠나. 그래서 생각한 것이 ‘한국의 숲’이다. 한국에서는 나무 역사의 뿌리와 원목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세계 방방곡곡에서는 어리고 작은 묘목들이 한국의 숲을 이루는 과정에 있다. 외지의 크고 작은 한국의 숲은 나무가 점점 우거지면서 반세기 동안 숙성한 독특한 향을 세계를 향해 내뿜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작용은 문화의 흐름이어서 다른 문화를 침범하거나 제외하는 일없이 화합하는 특색이 있다. 그 결과 꾸준한 문화 작용이 인류문화를 풍요롭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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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자연사박물관 앞의 춤추는 나무

 

럼 ‘한국의 숲’은 누가 조성할 것인가. 우리 모두의 일인 줄 안다. 있는 자리에서, 일을 하면서, 이야기하면서, 사람을 만나면서, 글을 쓰면서, 일상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노력이 쌓이면 한국문화의 여운이 잔잔하게 퍼질 것이다. 한국문화에 흥미를 가진 사람들이나 이해하는 사람들은 우리를 친구로 삼고 같이 생활하는 즐거움을 느낄 것이다. 인간사회 대부분의 갈등은 상호 이해 결핍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상대방의 이해 부족을 탓하기 전에 내 자신을 이해할 수 있도록 자료를 제공하는 편이 현명하다. 그 자료가 바로 독특한 문화이다. 독특한 문화란 다른 문화와는 다른 성질의 것임을 말한다. 흔히 세계에 있는 문화에 우열이 있을 수 없고, 거기에는 오직 차이점만이 있다고 말한다.

 

한국문화의 역할이 분명해졌다. 그리고 ‘한국의 숲’ 가꾸기는 우리들 각 개인이나 그룹이 할 일임도 확실하다. 그러면 어린 자녀나 청소년에게는 누가 어떤 방법으로 전수할 것인가. 가정이나 한국 교육기관에서, 일상 생활에서, 특수행사를 마련하여서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토의식 방법으로 이해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들이 한국문화를 이해하게 되면 정체성 확립이나 긍지 함양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이렇게 되면 그들은 자신감을 가지고 한국문화를 사랑하고, 확산의 역할을 할 것이며, 한국의 숲은 나날이 융성할 것이다. 한국의 숲은 세계 속에서 나 자신을 발견하는 길이고, 나 자신이 세계에 공헌하는 길이다.

 
 

허병렬 (Grace B. Huh, 許昞烈)/뉴욕한국학교 이사장

1926년 서울에서 태어나 경성여자사범학교 본과 졸업 후 동국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1960년 조지 피바디 티처스칼리지(테네시주)에서 학사, 1969년 뱅크스트릿 에듀케이션칼리지에서 석사학위를 받음. 서울사대부속초등학교, 이화여대 부속 초등학교 교사를 거쳐 1967년부터 뉴욕한인교회 한글학교 교사, 컬럼비아대 한국어과 강사, 퀸즈칼리지(CUNY) 한국어과 강사, 1973년부터 2009년까지 뉴욕한국학교 교장직을 맡았다. '한인교육연구' (재미한인학교협의회 발행) 편집인, 어린이 뮤지컬 '흥부와 놀부'(1981) '심청 뉴욕에 오다'(1998) '나무꾼과 선녀'(2005) 제작, 극본, 연출로 공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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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kie 2023.08.11 22:22
    허병열 선생님의 글은 교육적이면서도 정서를 느끼게 합니다. 평생을 교육자로 살아오신 발자취가 곳곳에서 숨을 쉬고 있습니다. '우리도 나무처럼'을 읽고 선생님의 따뜻한 마음과 손길이 스며들었습니다. 이런 주제로 글을 쓰신 선생님의 아이디어에 찬사를 보냅니다. 나무와 인간은 공통점이 많은 것을 이글을 통해서 처음으로 알았습니다. 서로를 품고 감싸고 나누어주고-이런 것들이 서로가 많이 닮았습니다. 나무가 말을 할 수있다면 우리와 똑같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