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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익중/詩 아닌 詩
2023.08.15 21:02

(683) 강익중: 여름의 끝자락에서

조회 수 95 댓글 1

詩 아닌 詩 (73) Brink of Summer 

 

여름의 끝자락에서 

 

Untitled 1, 2023, 9 x 7 in, Oil Pastel on Paper.jpg

Ik-Joong Kang, Untitled 1, 2023, 9 x 7 in, Oil Pastel on Paper

 

 

못 떠나

 

네가 나를 떠날까 봐

자꾸 마음 졸이지 마

 

여름이 나를 떠날까 봐 

너무 걱정하지 마

 

너는 절대 못 떠나 

그냥 잠시 다녀오는 거야

 

여름이 다시 온 것처럼

네가 다시 올 것처럼

 

 

Untitled 2, 2023, 9 x 7 in, Oil Pastel on Paper.jpg

Ik-Joong Kang, Untitled 2, 2023, 9 x 7 in, Oil Pastel on Paper

 

 

그 자리에 

 

강물이 멈췄다 

쉬어가는 그 자리에

마을이 산다

 

가지가 멈췄다 

몸을 튼 그 자리에

마디가 산다

 

바람이 멈췄다 

내려앉은 그 자리에

새들이 산다

 

생각이 멈췄다 

텅 빈 그 자리에

내가 산다

 

 

Untitled 3, 2023, 9 x 7 in, Oil Pastel on Paper.jpg

Ik-Joong Kang, Untitled 3, 2023, 9 x 7 in, Oil Pastel on Paper

 

 

가을이다 

 

어라

바람이 부는데 

어제 그 바람이 아니네

 

어라

하늘이 높은데

어제 그 하늘이 아니네

 

어라

잎들이 파란데

어제 그 잎들이 아니네

 

어라

마음이 휑한데

어제 그 마음이 아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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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kie 2023.08.18 10:39
    오래간만에 강 작가님을 만나게 되서 반갑습니다. 비대면이지만 강익중씨의 시는 살아 움직입니다.
    시 세편을 잘 감상했습니다. 어느덧 여름의 끝자락에 와있네요.
    못떠나-여름이 나를 떠날까봐 너무 걱정하지마라고 하셨는데, 걱정이 됨은 낮이 점점 짧아지고 밤이 길어지기 때문에 걱정하는지 모릅니다. 긴밤을 지새울 생각을 하니까 걱정이 됩니다.
    그 자리에 생각이 멈췄다를 읽고 그 자리가 어딜까를 생각했습니다. 그 자리는 보고싶고 그리운 그 사람을 만나는 자리이고 거기서 기뻐서 생각이 멈추는 자리가 아닐까합니다.
    가을이다-바람 하늘 잎 마음이 어디가랴마는 가을의 이들은 분명히 달라요.
    시 아닌 시기 때문에 신선함을 소쿠리체 담아봅니다.
    검정색을 중심으로 사람, 꽃봉오리, 나리꽃이 인상깊습니다. 특히 남색의 나리꽃이 예쁘네요.
    다음 시는 주제가 무얼까 궁금해집니다.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