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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7) 강익중: 나만 몰랐나
詩 아닌 詩 (74) 청주 Moosimcheon (무심천, 無心川)
Ik-Joong Kang, Moosimcheon 1(무심천, 無心川), 9.6 in x 6 in Mixed Media on Paper, 2023
이유
김치가 시원하고 잘 익은 건
착한 바람 예쁜 햇살 때문
찌개가 그윽하고 얼큰한 건
어제 피자 오늘 치즈버거 때문
끝물 과일이 부드럽고 달콤한 건
이렇게 세월이 우리와 놀아주기 때문
Ik-Joong Kang, Moosimcheon 2(무심천, 無心川), 9.6 in x 6 in Mixed Media on Paper, 2023
않더라도
백반집에 가지 않더라도
저마다 그릇이 다르고
할 일이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되고
숲길을 걷지 않더라도
하늘 향해 뻗은 가지가
제일 먼저 해를 맞는 것도 알게 되고
어릴 적 동네를 가 보지 않더라도
희미하게 스치는 풍경 속에
기억이 잠자고 있는 것도 알게 되고
산 위에 오르지 않더라도
강물이 멈췄다 몸을 튼 자리에
마을이 모여 산다는 것을 알게 되고
Ik-Joong Kang, Moosimcheon 3 (무심천, 無心川), 9.6 in x 6 in Mixed Media on Paper, 2023
나만 몰랐나
바람과 햇살이
그렇고 그런 사이인걸
나만 몰랐나
마음과 생각이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인걸
나만 몰랐나
떡볶이와 어묵 국물이
죽고 못 사는 사이인걸
나만 몰랐나
*강익중씨 런던 템즈강에 '꿈의 섬(Floating Dreams)' 설치
*An Interview with Ik-Joong Kang, Inside Korea(The New York Times)
이유에서 김치가 시원하고 잘 익은 건 착한 바람과 예쁜 햇살 때문이라고 했는데 맞아요! 폭풍이 아닌 착한 바람 때문임을 알았습니다. 백반집에 가지 않더라도 저마다 그릇이 다르고 할 일이 다르다는 것도, 마음과 생각이 뗄 수 없는 사이란 것도 새삼 이 시를 읽고 알았습니다. 강 작가님은 평범한 일상도 쉽게 쓰고 표현을 해서 동감을 끌어냅니다. 그래서 작가님은 내면에 마력을 간직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합니다.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