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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익중/詩 아닌 詩
2023.09.12 21:54

(687) 강익중: 나만 몰랐나

조회 수 108 댓글 1

詩 아닌 詩 (74) 청주 Moosimcheon (무심천, 無心川)

 

 

Moosimcheon 1, 9.6 in x 6 in Mixed Media on Paper, 2023.jpg

Ik-Joong Kang, Moosimcheon 1(무심천, 無心川),  9.6 in x 6 in Mixed Media on Paper, 2023

 

이유

 

김치가 시원하고 익은

착한 바람 예쁜 햇살 때문

 

찌개가 그윽하고 얼큰한

어제 피자 오늘 치즈버거 때문

 

끝물 과일이 부드럽고 달콤한

이렇게 세월이 우리와 놀아주기 때문

  

 

Moosimcheon 2, 9.6 in x 6 in Mixed Media on Paper, 2023.jpg

Ik-Joong Kang, Moosimcheon 2(무심천, 無心川), 9.6 in x 6 in Mixed Media on Paper, 2023

 

않더라도 

 

백반집에 가지 않더라도

저마다 그릇이 다르고

일이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되고

 

숲길을 걷지 않더라도

하늘 향해 뻗은 가지가

제일 먼저 해를 맞는 것도 알게 되고

 

어릴 동네를 보지 않더라도

희미하게 스치는 풍경 속에

기억이 잠자고 있는 것도 알게 되고

 

위에 오르지 않더라도

강물이 멈췄다 몸을 자리에

마을이 모여 산다는 것을 알게 되고

  

 

Moosimcheon 3, 9.6 in x 6 in Mixed Media on Paper, 2023.jpg

Ik-Joong Kang, Moosimcheon 3 (무심천, 無心川), 9.6 in x 6 in Mixed Media on Paper, 2023

 

나만 몰랐나

 

바람과 햇살이

그렇고 그런 사이인걸

나만 몰랐나

 

마음과 생각이

떼려야 없는 사이인걸

나만 몰랐나

 

떡볶이와 어묵 국물이

죽고 사는 사이인걸

나만 몰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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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kie 2023.09.21 22:34
    강 작가님의 시 세편을 고개를 끄덕이면서 잘 읽었습니다.
    이유에서 김치가 시원하고 잘 익은 건 착한 바람과 예쁜 햇살 때문이라고 했는데 맞아요! 폭풍이 아닌 착한 바람 때문임을 알았습니다. 백반집에 가지 않더라도 저마다 그릇이 다르고 할 일이 다르다는 것도, 마음과 생각이 뗄 수 없는 사이란 것도 새삼 이 시를 읽고 알았습니다. 강 작가님은 평범한 일상도 쉽게 쓰고 표현을 해서 동감을 끌어냅니다. 그래서 작가님은 내면에 마력을 간직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합니다.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