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727)
- 강익중/詩 아닌 詩(83)
- 김미경/서촌 오후 4시(13)
- 김원숙/이야기하는 붓(5)
- 김호봉/Memory(10)
- 김희자/바람의 메시지(30)
- 남광우/일할 수 있는 행복(3)
- 마종일/대나무 숲(6)
- 박준/사람과 사막(9)
- 스테파니 S. 리/흔들리며 피는 꽃(49)
- 연사숙/동촌의 꿈(6)
- 이수임/창가의 선인장(149)
- 이영주/뉴욕 촌뜨기의 일기(65)
- June Korea/잊혀져 갈 것들을 기억하는 방법(12)
- 한혜진/에피소드&오브제(23)
- 필 황/택시 블루스(12)
- 허병렬/은총의 교실(101)
- 홍영혜/빨간 등대(69)
- 박숙희/수다만리(66)
- 사랑방(16)
(292) 이지원: Just My Luck, 행운을 돌려줘
컬빗 인턴 뉴욕 스토리 <4> 이지원
Just My Luck, 행운을 돌려줘
나에게 있어 내세울 것이 있다면 다른 사람보다 운이 좋다는 것이다. 항상 내 생각대로 일이 풀렸고, 주변 사람들 모두 내게 운이 좋다고 말할 만큼 운이 좋았다. 그런 내게 뉴욕에서 두달간 인턴생활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찾아와주었다. 혼자 하는 것도 잘하고, 여행도 좋아하는 탓에 또 한 번의 행운이 나에게 찾아왔다고 생각했다. 처음은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했고, 그 마음 그대로 뉴욕행 비행기에 올랐다. 뉴욕에 도착해 면접 준비를 하고 결국 원하는 곳에서 인턴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고 모든 일이 순탄했다.
이대로 완벽할 줄만 알았던 나의 뉴욕 생활에 문제가 생겼다. 벌레였다. 어렸을 때부터 벌레를 너무 무서워해서 잡지도 못하고, 무서워하기 일쑤였다. 벌레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벌레가 뭐가 그리 큰 존재냐고 하지만, 나에겐 너무 무서운 존재였다. 뉴욕은 더러웠다. 지하철에서도 길에서도 공원에서도 쥐를 예고없이 나타났고, 내가 머무는 호텔에서는 불행하게도 화장실만 가면 바퀴벌레 가족을 마주할 수 있었다. 처음엔 바퀴벌레가 나오는 밤에는 화장실도 가지 못했고, 방에서 벌레가 나온 날에는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겨우 잠들곤 했다.
게다가 회사도 벌레 문제로(바퀴벌레와 쥐는 아니지만) 더 이상 근무할 수 없게 되었다. 영화 ‘행운을 돌려줘(Just My Luck)’의 여주인공처럼 내가 뉴욕에 와서 뉴욕에 행운을 빼앗긴 줄 알았다. 이상하리만큼 운이 좋았는데, 이상하리만큼 나쁜 일만 일어나는 것처럼 느껴졌다. 돌아가고 싶었다. 돌아가면 다시 내 행운이 돌아올 것만 같았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호텔의 벌레가 무서워 혼자 밖에서 시간을 보내기 일쑤였는데, 인적 드문 지하철역에서 내려서인지 노숙자가 나를 따라왔던 일이다. 그 때 다행히(?) 넘어졌던 탓에 소리를 질러 멀리 걷고있던 낯선 사람이 돌아와 손 내밀어 나를 구해주었다. 하지만, 이런 일까지 있고나니 뉴욕이란 도시가 무섭게만 느껴졌다.
그러던 중 나에게 또 한 번의 기회가 찾아왔다. 뉴욕컬처비트이다. 기자님을 처음 뵀을 때를 잊지 못한다. "뉴욕은 보물섬"이라시며 "발로 뛰며 모든 것을 느끼라"고 말씀해주셨었다. 보물섬? 꿈의 도시? 나는 믿지 못했다. 그러나, 뉴욕 생활을 말할 때의 기자님의 눈빛과 나에게까지 느껴지던 그 설렘은 잊을 수 없다. 어떠한 일을 할 때 그게 아니다 싶으면 모든 것을 버리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할 수 있는 용기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기자님을 믿고 모든 내 편견을 버리고 뉴욕에서 다시 시작했다.
'성공은 아침에 일어나 그날 할 일에 들떠 집을 나서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뉴욕에서의 매일 아침이 들떴다. 기자님의 말씀을 잘못 이해해 새벽 5시에 일어나 해가 뜨지도 않는 서쪽 공원 리버사이드 파크에서 해뜨길 기다렸던 일, 집 앞에 노숙자와 말을 해보고 싶어서 먹지도 않는 바나나를 사서 주었던 일, 나의 첫 기사 차이니즈 인 아메리카 뮤지엄까지 뉴욕은 나에게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는 긴 꿈만 같다. 기자님 말씀대로 뉴욕을 느끼며 매일같이 취재거리를 찾았다. 그러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고, 느낄 수 없던 것들을 느끼게 됐다.
내가 내렸던 정의들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뉴욕은 사람간에 대화가 넘쳐나는 곳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노숙자와 대화하는 풍경을 거의 볼 수 없는데, 뉴욕에서는 종종 볼 수 있다. 자신이 장 봐온 음식이나 때로는 담배를 건네며 대화하는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우리나라와 다르게 뭐랄까, 사람 대우를 해준다고 표현해야 할까?
또, 뉴욕에 와서 가장 부러웠던 것 중 하나가 반려견을 어디에나 데리고 다니는 것이다. 스타벅스에서 음료 하나 주문해 놓고 구경해도 참 재미있는 도시이다. 음료를 기다리며 짧은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 반려견만으로도 대화를 끝없이 이어 나갈 수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기다림을 안다. 버스가 몇 분씩 오지 않아도, 음식이 느리게 나와도, 노인이나 장애인 때문에 버스 출발이 늦어지더라도 기다릴 줄 알았다. 뉴욕에 와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나의 정의가 늘 정답은 아니라는 것이다. 정의 내린 것은 다수의 사람들이 생각하고 또 그 생각에 이르기까지 몇 번의 상황 끝에 내려 모든 일에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니다. 나의 정의가 늘 정답이 될 수는 없다. 정의나 정답은 정해놓고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취재를 하고 돌아와 기사를 쓸 때면 첫 문장과 끝 문장이 참 어려웠다. 누군가를 위한 글을 쓴다는 것이 어려웠고, 좋은 글을 쓰고 싶었다. 좋은 글을 쓰고 싶어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줬는데 오히려 댓글을 보고 많은 힘을 얻었다. 나를 위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글을 공유해준 아빠에게 참 고마웠다.
나는 좋은 부모님을 만났다. 내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지 끝까지 믿고 지지해주시기 때문이다. 말없이 지지해주시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안다. 그 길이 내 목표를 위해 멀리 돌아가는 길인지 가까운 길인지는 따지시지 않으신다. 이번에 힘들었을 때에도 어떤 선택을 해도 지지해준다는 엄마와 나 덕분에 행복하다는 아빠를 보면서 감사했다. 또, 뉴욕에 있으면서 좋았던 것들보다 온갖 불평불만들을 털어 놓았는데도 모든 걸 잘 들어준 남자친구에게도 참 고마움을 느낀다.
뉴욕은 내게 좋은 도시이다. 나를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들었다. 뉴욕에 와서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모든 것이 새로웠다. 뉴욕에서는 사람을 통해서 감동을 느끼기도 했지만 동시에 이해가 되지 않는 사람 역시 많았다. "三人行, 必有我師焉, 其善者而從之, 其不善者而改之(세 사람이 길을 가면,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는 말이 있다. 어디에 가나 본받을 만한 사람이 있고 아닌 사람이 있듯이 내가 그 중 좋은 사람이 되면 된다고 생각한다. 좋은 어른이 되는 방법은 더 생각해보아야 하겠지만, 잘못을 잘못이라고 인정하는 것이 시작이라고 느꼈다. 기자님과의 첫 만남에서 들은 것이 맞다. 뉴욕은 꿈의 도시(로망)이다.
또, 나에게는 행운이 사라졌던 것이 아니라 더 큰 행운을 주려고 했던 것임이 분명하다. 뉴욕컬처비트를 만나 내가 더 행복해진 것을 보면 말이다. 이 글을 읽은 분들에게도 행운과 행복이 항상 함께 하시길!
이지원/뉴욕컬처비트 인턴기자
-
글 잘읽었습니다. 좋은일들이 가득하시길 바래요
-
글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
같은 감동 받고 갑니다.
앞으로의. 나날들도 행운가득 할거라 믿습니다.
그동안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
글을 읽어보니 기자님의 긍정적인 마인드로부터 행운이 찾아 온 것 같네요. 더 큰 행운을 가져다 준 뉴욕컬처비트 인턴 기자 경험을 잘 가꾸셔서 훨씬 더 큰 행운을 만들길 바랍니다. 수고 많았고 늘 행복하길 바랍니다. 굿럭~~!!
-
벌써 뉴욕에서의 인턴기자 수습기간이 마감이군요. 사람과의 관계가 삶이라는 말처럼 좋은 인생의 길잡이가 되었길 바랍니다. 좋은 연재 고마웠어요^^ 늘 행운이 함께 하길 응원할께요~~~
-
진인사대천명이라는 말처럼 그 기다림의 여유를 알게 되고 가질수 있게 되었다는 건 가장 큰 행운이라고 생각되네요. 그 기다림의 간절함을 잘 간직하고 어려울때마다 기억하며 생활하기 바래요. 그동안 고생 많았고 좋은 기사 감사해용^^
-
Just my luck. 행운이란 간절함이 준비된 자에게 오는 거라 생각되네요. 자기 자신도 그 누군가에게 행운을 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생활해 주시길 바래요. 화이팅^^
-
I think you have luckd out because of your father.
And
Your father must be the luckiest,happiest man because of you. -
그간 재밌게 읽었는데 여러가지 소고가 들어간 마무리 글 잘 보았네요~두달간의 여행에 느낀게 많은 듯 하네요~여행은 늘 거기에 있는 그것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하죠~^ 언제일지 모르지만 기회가 되면 담에는 포르투갈편 같은거 기대해봅니다~^^
-
좋은정보 감사합니다.
-
좋은경험을 갖고 가시네요!!너무 수고 많았어요~ 지금 당장은 살짝 웃는 정도의 행복도 시간이 지나서 생각하면 훨씬 큰 행복이라는것.. 그게 착각이고,, 미화된 기억이라면 사람은 추억으로 산다는것.. 우리 사소한것도 잘 기억하며 살고 남은 미국일정 마무리 잘하고 좋은 추억 가져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