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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은 또 하나의 시작
2016년 봄 휘트니뮤지엄에서 어스 피셔(Urs Fischer)의 화가/감독 줄리안 슈나벨(Julian Schnabel) 양초조각을 감상하는 어린이들.
하루의 시작은 아침이다. 일년은 시작은 설날이다. 사랑의 시작은 관심이다. 계절의 시작은 봄이다. 발명의 시작은 의문이다. 여행의 시작은 지도 읽기이다. 미움의 시작은 욕심이다. 배움의 시작은 독서이다. 부자의 시작은 절약이다. 학교의 시작은 9월이다. 미국의 9월은 마치 또 하나의 새해를 맞이하듯 새 출발을 한다.
‘시작이 반이다’라고 한다. 무슨 일이나 시작을 잘 하면, 그 뒷일은 어려울 것이 없다는 뜻이다. 이 말은 시작이 일의 기초가 되며, 앞으로 하는 일의 성공과 실패를 판가름할 수 있다고 말한다.
9월이 되면 각급학교가 시작된다. 자녀들은 처음으로 학교에 가기도 하고, 한 학년씩 진급하거나, 상급학교로 가기도 한다. 이때 학부모의 태도나 말 한 마디가 자녀들의 새로운 학습에 큰 영향을 준다.
첫째 학교는 즐거운 곳이다. 특히 처음으로 학교에 가는 어린이들에게는 이런 확신을 주어야 한다. 많은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곳, 새로운 것을 배우는 곳, 친절히 도와주는 선생님이 있는 곳이라는 믿음을 가지게 할 일이다. 한 학년씩 진급하는 학생들에게는 새로운 공부에 흥미를 가지게 하는 도움이 필요하고, 새로 만나는 친구와 교사에 대한 기대를 가지도록 한다.
‘담임 선생님이 마음에 들었다. 열심히 차근차근 잘 가르치시겠더라.’ ‘너희 교실이 밝아서 좋더라.’ ‘너희 반 학생들은 네 좋은 친구가 되겠더라.’ ‘이번에 새로 배우는 과학은 재미있겠다.’ ‘점심 메뉴가 더 좋아져서 다행이다.’ - 이런 말들을 들으면 자녀들은 학교를 좀 더 좋아하지 않을까? 학생이 있는 가정들은 9월의 좋고 나쁜 시작에 따르는 결과를 학년말에 점검할 수 있다. 또한 자녀가 학창생활을 끝마칠 때는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
학교 공부는 각 가정의 뒷받침이 없이 좋은 결과를 얻기 힘들다. 자녀의 마음, 몸, 학식, 태도가 종합적으로 성장하려면, 계속적으로 좋은 시작을 해야 한다.
이솝 이야기의 ‘토끼와 거북’에서 토끼는 빠른 속력으로 달렸지만, 도중에 잠을 자서 거북에게 지고 만다. 요즈음 어린이들은 그 이야기를 읽고 나서 자기는 토끼처럼 빠르고, 거북이처럼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9월의 시작도 잘 하고, 그 이후를 노력으로 이어가려면 가족의 따뜻한 격려가 꾸준히 따라야 한다.
부모가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 부모가 TV의 오락프로만 보면서 자녀에게는 공부하라고 하면 이는 건성으로 하는 말이다. 생각 없이 돈을 쓰는 부모가 말하는 절약은 효과가 없다.
친구가 거의 없는 부모가 친구가 많은 자녀를 두기 힘들다. 막말을 하는 부모가 예절바른 말을 하라고 타이를 수 없다. 그래서 부모되기 보다 부모답기가 힘들다고 한다.
‘시작’이란 말은 앞날에 대한 희망을 준다. 새 힘이 솟는 스타트 라인에 선 느낌이다. 9월에는 온가족이 자녀와 함께 새 출발을 해야 하겠다. 인류의 지혜는 끝없이 흐르는 세월을 알맞게 구분하여서 즐길 수 있는 명분을 주고 있다.
새로운 출발점에 선 가족들이 함께 힘껏 뛰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함께 새로운 길도 찾고, 누군가 힘들 때는 서로의 힘으로 일으켜 세우며 멀리, 높이 나아가기를 바란다.
허병렬 (Grace B. Huh, 許昞烈)/뉴욕한국학교 이사장
1926년 서울에서 태어나 경성여자사범학교 본과 졸업 후 동국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1960년 조지 피바디 티처스칼리지(테네시주)에서 학사, 1969년 뱅크스트릿 에듀케이션칼리지에서 석사학위를 받음. 서울사대부속초등학교, 이화여대 부속 초등학교 교사를 거쳐 1967년부터 뉴욕한인교회 한글학교 교사, 컬럼비아대 한국어과 강사, 퀸즈칼리지(CUNY) 한국어과 강사, 1973년부터 2009년까지 뉴욕한국학교 교장직을 맡았다. '한인교육연구' (재미한인학교협의회 발행) 편집인, 어린이 뮤지컬 '흥부와 놀부'(1981) '심청 뉴욕에 오다'(1998) '나무꾼과 선녀'(2005) 제작, 극본, 연출로 공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