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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익중/詩 아닌 詩
2021.09.08 17:49

(585) 강익중: 생의 한가운데서

조회 수 119 댓글 1

詩 아닌 詩 (50) In the Midst of Life/ Mitte des Lebe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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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k-Joong Kang, Untitled from Happy World, 3 X 3 in., Mixed Media on Wood, 2021

 

 

계절 

 

오나 싶으면 벌써 가고

가나 싶으면 벌써 오고

 

피나 싶으면 벌써 지고

지나 싶으면 벌써 피고

 

짧아지나 싶으면 벌써 길어지고

길어지나 싶으면 벌써 짧아지고 

 

열리나 싶으면 벌써 닫히고

닫히나 싶으면 벌써 열리고

 

만나나 싶으면 벌써 헤어지고

헤어지나 싶으면 벌써 만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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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k-Joong Kang, Untitled from Happy World, 3 X 3 in., Mixed Media on Wood, 2020

 

 

내가 

 

흐르는 세월은

서럽지 않은데

막아서는 내가

강물처럼 서럽다 

 

잊히는 인연은

괴롭지 않은데

붙잡는 내가

꽃잎처럼 괴롭다

 

그리운 고향은

아프지 않은데

두고 가는 내가

바람처럼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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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k-Joong Kang, Untitled from Happy World, 3 X 3 in., Mixed Media on Wood, 2021

 

 

바람 

 

똑똑똑 고드름 소리 처마로

샛바람이 모여들면

초봄이다

 

깔깔깔 아이들 소리 골목으로

마파람이 놀러 오면

한여름이다

 

뎅그렁 풍경소리 골짜기로

하늬바람이 불어오면

늦가을이다

 

휘휘휘 밤나무 소리 고향으로

된바람이 찾아오면

한겨울이다

 

 

*첫 시집 '달항아리' 출간한 화가 강익중씨

*강익중 인터뷰: 세계로, 미래로 뛴다 

*강익중씨 런던 템즈강에 '꿈의 섬(Floating Dreams)' 설치

*An Interview with Ik-Joong Kang, Inside Korea(The New York Times) 

*강익중 순천국제정원박람회 설치작 '꿈의 다리' 

*NYCB 갤러리(17): 강익중 신작@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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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kie 2021.09.11 00:08
    강익중 작가의 시 신작 세편을 잘 읽고 감상했습니다. 계절, 바람, 내가를 읽으면서 생의 한가운데서가 실감났습니다. 갓 태어난 갓난애도 아니고 죽음의 문턱에 와있는것도 아니고, 그러면 뭘까를 생각했습니다. 바로 "생의 한가운데서"라는 작가님의 절묘한 표현에 감탄했습니다. 계절, 바람, 내가 라는 시가 생의 한가운데 있기에 쓰여졌습니다. 똑똑똑 고드름 소리, 꽃잎처럼 괴롭다, 짧아지나 싶으면 벌써 길어지고-이런 언어의 표현이 작가가 그린 Happy World에 담겨있는 느낌입니다. 괴로워도 꽃잎처럼 괴롭기 때문에 오색찬란한 행복의 세계로 떠나갈 수 있습니다. 강작가님의 시어는 아름답고 독특해서 읽고 또 읽게 됩니다. 많이 많이 써주세요. 마음의 정화를 마음껏 누리고 싶어서요.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