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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3) 이수임: 소원 교향곡 Wish Symphony
창가의 선인장 (120) Wish Symphony
소원 교향곡
0여 년은 부모님 덕에 공부했다. 30여 년은 남편 뒷바라지와 아이들 키우며 작업했다. 남은 삶은 내가 선택한 작업에만 집중하려고 했다. 그런데 집을 떠나 공부하며 여행하고 직장 다니던 아이들이 돌아왔다. 세상 떠돌다 보니 자기가 태어난 곳이 제일 좋다며. 그렇다면 내가 집을 떠날 수밖에 없다.
2014년 초 나는 브루클린 그린포인트를 떠나 맨해튼 어퍼웨스트사이드로 왔다. 와서 보니 가격이 높은 홀푸드만 있고 내 수준에 맞는 장볼 곳이 없었다. 나는 아이키아(IKEA)와 트레이더 조(Trader Joe’s)를 좋아한다. 생각날 때마다 트레이드 조가 가까이에 들어오기를 오매불망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근처에 오픈했다.
이왕이면 한국 마켓도.... 조금 걸어가야 하지만 한아름(H-Mart)도 들어왔다. 다시 가끔 즐겨 먹는 셰이크 섁(Shake Sake) 햄버거가 들어오기를 바랬다. 드디어 나의 산책로 반경 안에 오픈했다.
이번에는 재미 삼아 코비드 백신 맞은 증명을 보여주면 무료로 도넛을 준다기에 "크리스피 크림(Krispy Kreme) 도넛 가게야 들어와라" 중얼거렸더니. 올봄에 두 블록 떨어진 곳에 오픈했다. 아쭈! 원하면 다 들어오네! 다시 한번 더 타겟(Target)이 들어오면 어떨까 했더니만, 올가을에 떡하니 서너 블록 떨어진 홀푸드 앞에 오픈했다. 이젠 내 사랑 아이키아가 들어오기를 원하지만, 넓은 쇼룸을 갖춰야 하기에 힘들 것 같다.
“엄마, 나 이벤트에 당첨돼서 돈 받았어요.”
작은 아이가 자랑스럽게 말하길레 나도 위에 열거한 가게들을 말하면서
“엄마가 원했던 가게들이 동네에 다 들어왔다. 신기하지. 원하기만 하면 이루어진다. 하지만 정작 원하는 것은 좋은 작품과 글을 쓰고 싶은 것인데 차마 주문을 외울 수가 없다. 이 두 가지가 엄마에게는 제일 중요한 일인데.”
“엄마가 원하던 세 가지가 이미 이루어졌으니까 안될 거예요.”
“리필이라는 것도 있는데. 다시 원하면 이루어지지 않을까?”
“글쎄요. 한 5년 즈음 후에나 효력이 발생할지? 시효기간이 지나면 이루어질 수도 있을 거예요.”
5년 후에 다시 원하는 것을 주문해 보라는 뜻은 그 기간 엄마가 하고자 하는 일에 집중하라는 아이의 충고가 아닐까?
내가 원했던 가게들이 장바구니 끌고 걸어가는 거리 안에 생겨서 삶이 편해졌다. 그러나 정작 늘 꿈틀거리며 불쑥불쑥 머리를 내밀며 내 마음을 뒤흔드는 그림과 글은 누가 해주는 것이 아니라 내 능력과 노력에 달렸기 때문에 바랄 수 없는 일이다. 쓸데없이 사방으로 흩어지는 폭포수의 물줄기 같은 일상사를 정리하고 오직 한곳으로 떨어지는 물방울처럼 내 작업을 겨냥해 똑똑 떨어지게 몰두해야겠다.
이수임/화가
이수임씨의 수필을 잘 읽었습니다 이수임씨의 글을 내가 왜 좋아할까?를 생각했습니다. 그분의 꾸밈없는 솔직함, 간결함 그리고 동떨어진 소재가 아니고 늘 가까이에 있는 일상을 쉽게 표현하는 능력과 매력이 나를 끌어당겨서 계속 읽고 기다리게 함을 알았습니다. 소원 교향곡을 누군가가 작곡해서 들려줬으면 합니다.
0살부터 60살까지의 삶을 너무 잘 표현했네요. 그것이 평범한 여자들이 결혼해서 겪으면서 사는 삶임을 동감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나를 위한 소원 교향곡을 기다리면서 행복찾기를 계속할껍니다.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