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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익중/詩 아닌 詩
2022.02.15 22:10

(607) 강익중: 한식에 관한 명상

조회 수 97 댓글 1

詩 아닌 詩 (55) Food for Thought 

 

 

From Happy World3, 2022, 3 x 3.jpg

Ik-Joong Kang, From Happy World3, 2022, 3 x 3 in.

 

라면 

 

면발이

퍼지면 퍼진 대로

꼬들면 꼬들한 대로

 

물이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 대로

 

김치가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산이

보이면 보이는 대로

안 보이면 안 보이는 대로

 

나는

이제 마음대로

라면처럼 살다 간다

 

 

From Happy World5, 2022, 3 x 3.jpg

Ik-Joong Kang, From Happy World5, 2022, 3 x 3 in.

 

막국수 

 

막 먹어서 막국수인가

막 비벼서 막국수인가

막 만들어 막국수인가

아무튼 막국수 하나요

 

이제 설레는 마음으로 

젓가락으로 비비면 끝

후룩후룩 넘기면 그만

마구 생각나 막국수다

 

 

From Happy World2, 2022, 3 x 3.jpg

Ik-Joong Kang, From Happy World2, 2022, 3 x 3 in.

 

만두와 파무침 

 

만두를 빚으며

식당에서 먹는 만둣국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아무 생각 없이 

만둣국 하나요라고 시켰던 

내가 뭘 몰랐다

 

파채를 썰며

식당에서 주는 파무침이

간단치 않다는 것을 알았다

 

아무 생각 없이

파무침 좀 더 주세요라고 했던

내가 아직 멀었다

 

 

*첫 시집 '달항아리' 출간한 화가 강익중씨

*강익중 인터뷰: 세계로, 미래로 뛴다 

*강익중씨 런던 템즈강에 '꿈의 섬(Floating Dreams)' 설치

*An Interview with Ik-Joong Kang, Inside Korea(The New York Times) 

*강익중 순천국제정원박람회 설치작 '꿈의 다리' 

*NYCB 갤러리(17): 강익중 신작@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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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kie 2022.02.19 14:31
    강익중 화가님의 시를 만나고 그림을 접하니까 행복해집니다. 늘 제가 얘기했듯시 꾸밈없고 간결함이 강익중씨의 시에서는 흐르고 있습니다. 이번에 라면, 막국수, 만두 및 파무침이란 시 세편에서도 또 느꼈습니다. '---대로 라면처럼 살다간다.' 이 대목이 너무 좋아요. 이런 표현을 어디서 뽑아욌을가? 생각하면서 그의 시어에 빠져봅니다. 항아리의 색상이 은은하고 우아해서 "0넷"이라고 나름 명명해 봤습니다. 은은의 ㅇ둘+우아의 ㅇ둘="0넷"이 되니까요.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