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허병렬/은총의 교실
2022.07.12 23:11

(628) 허병렬: 동화는 어린이 성장의 비타민

조회 수 104 댓글 1

은총의 교실 (78) Folk Tales 

 

어린이 성장의 비타민, '동화' 

 

books-grace.jpg

 

신기한 일이다. 먹고 먼 옛날, 교통이 불편하던 시절 어떻게 동서양의 생활문화가 교류되었을까. 음식만 하더라도 동서양이 국수를 먹고, 부침질을 한다. 지역에 따라 조미료나 조리방법이 다르지만 비슷한 생각에서 출발한 것에 틀림이 없다. 의복이나 가옥에도 공통점이 있다. 이렇게 의, 식, 주에만 공통성이 있는 것이 아니다. 

 

자녀교육을 위하여 들려주는 전래동화에서도 공통성을 본다. 동화를 전래동화와 창작동화로 구분한다. 전래동화는 예로부터 전하여 내려오는 어린이들에게 들려주기 위하여 지은 이야기다. 이들에게 교훈을 주려고 만든 이야기가 되어서 대체로 권선징악적인 내용이다. 동서양이 이야기 내용이 다르지만 모두 이 범주에 속한다. 어린이들에게 훈화 대신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어서 그들을 생각하게 만들려는 선조들의 지혜이다.

 

그런데, 시대가 흐르면서 어린이들이 재미있게 읽던 동화들이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백설공주' '신데렐라'가 계모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갖게하기 때문에 정서발달에 악영향을 준다고 염려하는 그룹이 있다. 한쪽에서는 지나친 반응이라는 주장도 있다. 현재 퇴출목록에 오른 동화책 이름을 훑어보면 앞으로 읽어도 좋은 책이 별로 없는 것 같다. 

 

한국 전래동화는 어떤가. 착한 사람은 상을 받고, 욕심 많고 험한 사람은 벌을 받는 이야기, 나쁜 일을 하였기 때문에 벌을 받는 이야기, 계모는 으레 전처 자녀를 학대하고, 자녀는 부모를 공경해야 하는데 이것을 지키지 않아서 벌을 받고...등등 철두철미 교훈이 가득 담겼다. 선악판단이 단순하고 넘칠 정도의 이런 교훈이 어린이들의 사고력을 저하시키지는 않을까. 

 

그러나, 전래동화는 그것대로 뜻이 있다. 전래동화를 다루되 독후감을 서로 나누면 좋겠다. 어디가 재미있어요? 왜 재미있어요? 어린이라면 어떻게 행동하였을까요? 이야기를 어떻게 고치고 싶어요? 왜 그러고 싶어요? 어떤 느낌을 받았어요?... 등등의 질문으로 전래동화를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재미를 느끼게 하면 애써 퇴출까지 하지않고 뜻있게 소개할 수 있겠다. 

 

더 큰 문제는 서양 전래동화에는 익숙한데, 한국 전래동화를 모른다는 점이다. '헨젤과 그레텔' '빨간 망토'는 신나게 이야기할 수 있어도 '나무꾼과 선녀' '흥부와 놀부'를 모른다면 생각할 문제이다. 동화는 어린이들을 성장케하는 비타민이다. 동서양의 영양분을 골고루 섞어서 섭취할 때 세계적인 사고력을 가진 인물로 클 수 있다. 여기서 자라는 어린이들에겐 그 토양이 풍요롭다. 

 

그런데, 한쪽 문을 닫으면 아까운 일이다. 여기에 공헌할 수 있는 어른들의 일감이 있다. 여기 토양에 맞는 창작동화를 풍부하게 제공하는 것이다. 요즈음 2세들의 창작동화가 몇편 소개되어서 우리를 자랑스럽게 하고 있다. 다만 영어로 쓰인 것이 유감이지만, 우리들의 귀한 재산에 틀림없다. 어린이들에게 무엇인가 생각하는 동화를 읽히고 싶다. 

 

 

허병렬 (Grace B. Huh, 許昞烈)/뉴욕한국학교 이사장

1926년 서울에서 태어나 경성여자사범학교 본과 졸업 후 동국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1960년 조지 피바디 티처스칼리지(테네시주)에서 학사, 1969년 뱅크스트릿 에듀케이션칼리지에서 석사학위를 받음. 서울사대부속초등학교, 이화여대 부속 초등학교 교사를 거쳐 1967년부터 뉴욕한인교회 한글학교 교사, 컬럼비아대 한국어과 강사, 퀸즈칼리지(CUNY) 한국어과 강사, 1973년부터 2009년까지 뉴욕한국학교 교장직을 맡았다. '한인교육연구' (재미한인학교협의회 발행) 편집인, 어린이 뮤지컬 '흥부와 놀부'(1981) '심청 뉴욕에 오다'(1998) '나무꾼과 선녀'(2005) 제작, 극본, 연출로 공연했다.  

 

?
  • sukie 2022.07.16 10:43
    허병렬 선생님은 한글과 한국문화를 사랑한 나머지 그들과 결혼을 하셨다고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온 생애를 한글에 바치신 분입니다. 1970년대만 해도 중국과 일본문화가 아시아계를 주름잡던 시절 한국학교를 세우셔서 한글과 한국문화를 알리는데 앞장을 섰습니다. 2세들에게 한글과 한국문화를 가르칠려고해도 가르치는 곳이 없었기때문에 암담했었습니다. 이런 불모지에 선생님께서는 1973년 뉴욕한국학교를 설립하여 체계적인 커리큐럼으로 한글을 후손들에게 배우게 했습니다. 선생님께 한글과 한국문화를 배운 후손들이 각계각층에서 Korean American이란 정체성을 확립하게 됐습니다.

    선생님께서 한국 전래동화의 중요성을 강의하신 강의와 수업은 몇차례 청강해서 잘알고 있습니다. 강의를 듣을 때마다 고개가 끄덕여 졌습니다. 유치원 시절에 반에서 선생님들이 심청전, 콩쥐팥쥐, 흥부놀부전 등등을 얘기해 주면 고사리같은 손으로 눈물을 훔치던 생각이 납니다. 어린 가슴에 슬픔을 느끼게 했던 전래동화들이 할머니가된 지금도 잊혀 지지않고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는데 그 힘이 무엇일까? 그것은 전래동화가 어릴 때나 지금이나 듣고 읽고 하지만 변함없는 무공해얘기라서 일꺼야요?

    허병렬 선생님, 만수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