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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주/뉴욕 촌뜨기의 일기
2022.07.25 10:39

(630) 이영주: 뉴버그(Newburgh), 기타치는 조지 워싱턴

조회 수 206 댓글 1

뉴욕 촌뜨기의 일기 (61) 부상하는 뉴버그 

 

기타치는 조지 워싱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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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eral George rocking in Newburgh, on the corner of Washington and Liberty Sts. Artist: Will Teran8 

리버티 스트리트 식당 옆 건너편 건물에 그려져 있는 기타치는 워싱턴. 뉴버그에선 어디 가나 내용에 관계없이 모든 인물의 얼굴이 워싱턴이다.

 

친구 에스더는 패터슨 라운지에 전시할 물건들을 픽업하느라 주말에 업스테이트 뉴욕에 자주 갑니다. 저도 가끔 동행해서 커네티컷이나 버몬트 등, 평소 제가 가보지 못한 곳에 가면 마치 외국에 여행간 것처럼 기분이 쇄신됩니다. 

 

최근에 간 곳은 스탬포드(Stamford, 코네티컷 주) 였습니다. 스탬포드는 부촌이라 타운에 들어가고 나오는 길목에서 만나는 동네 분위기가 매우 격조가 있고 클래식해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집들도 큼직큼직하고 예술적인 집들이 적지 않습니다. 다운타운엔 고층빌딩이 즐비하지만 주택가에 들어서면 Old Money들이 사는 동네라는 에스더의 부언이 아니더라도 잘 손질된 정원들과 더불어 부유한 동네의 고급지고 고풍스런 아름다움이 넘쳐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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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토랑 리버티 스트리트 창밖 길 건너가 워싱턴 작전본부.

 

물건을 픽업한 후, 뉴버그(Newburgh)로 향했습니다. 뉴버그엔 점심 때쯤이면 도착할 것이라며 거기에 내게 소개하고 싶은 맛집이 있다고 합니다. 맛집에 가는 건 언제나 참을 수 없이 즐거운 일입니다. 한 시간쯤 걸린다는데, GPS가 차를 로컬길로 인도했습니다. 길은 꼬불꼬불하나 양옆이 나무가 울창하고 간간이 보이는 집들이 예뻐서 보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코네티컷과 뉴욕 주 두 곳을 로컬 길을 관통하니 처음 보는 풍경이어서 마치 외국 어디에 여행온 것처럼 느낌이 낯설면서도 신선했습니다. 자동차의 음악이 재즈에서 쿠바 음악으로 바뀌는 맛도 여행의 분위기를 업그레이드 시키는데 일조했습니다. 

 

뉴버그는 인구 약 3만의 작은 소읍이나 왕년에 허드슨 전투의 기지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강에서 올라가는 브로드웨이 대로는 무지 넓었습니다. 그 길이 그 옛날 탱크들의 진입로여서 그렇게 넓어야 했다는 것입니다. 에스더의 좋아하는 맛집 ‘Mama Roux’는 그 선상에 있는데, 아뿔사! 저녁 영업만 한다고 해서 너무 서운했습니다.

 

그래도 씩씩한 에스더가 다음으로 가보고 싶었다는 식당 리버티 스트리트 비스트로(Liberty Street Bistro, 97 Liberty St. Newburgh, https://libertystreetbistro.com )로 갔습니다. 이 식당 길 건너편이 바로 전쟁지휘관이었던 초대 대통령 워싱턴의 작전본부 건물이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공원으로 조성해서 역사적 장소로 명소가 되었습니다. 리버티 스트리트 식당의 모토는 "Local, Simple, Good"입니다. 거리에 면해있는 큰 창에 적혀 있다. 이 단어부터 마음에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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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과 꽃그림으로 장식된 벽/ 키 큰 샹들리에가 매달려있는 리버티 스트리트 비스트로의 벽. 그린의 색감을 얻기 위해 에스더가 눌렀지만 역광이라 이렇게 나왔다.

 

실내는 작은 꽃그림들과 크기가 각각인 거울들이 오밀조밀 붙어 있는데도 그냥 미소가 지어지게 아기자기했습니다. 특히 벽 색깔이 특이한 그린색이었습니다. 촌스럽거나 무거울 것같은 초록색이 아주 자연스럽게 인테리어에 녹아들어 분위기가 코지하면서도 아늑했습니다. 음식은 프렌치 오니언수프와 당근수프, 치킨샌드위치, 샐러드, 아티초크 튀김, 빵과 버터를 주문했습니다. 두 종류의 수프는 완전 실패였으나 겨자의 매콤함이 혀를 콕 찔러주던 치킨이며 샐러드, 아티초크 튀김은 훌륭했습니다. 그런대로 만족스런 점심이었습니다. 

 

브로드웨이와 리버티 스트리트를 드라이브하며 설명해주는 에스더에게 귀를 기울였습니다. 뉴버그가 이즘 새로이 붐이 일어나는 도시라고 합니다. 그 표징이 요즘 예술가들이 뉴버그로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예술가들이 모여 들면 그 도시는 깨어납니다. 시내 곳곳에 비어있는 건물도 없지 않았지만, 많은 건물들이 이미 재단장을 마치고 멋진 모습으로 예술가들의 작업장으로, 갤러리로, 맥주 공장으로, 오피스로 활발하게 살아나고 있었습니다. 오래된 건물을 재단장하면 이상하게 괜히 멋스럽고, 보기만 해도 가슴이 훈훈해집니다. 매우 가까운 시일 안에 뉴버그도 이미 유명해진 비콘처럼 찬란하게 변화의 깃발이 오를 것같습니다.  

 

리버티 스트리트 중간쯤 코너에서 ‘서울 키친’(Seoul Kitchen, 71 Liverty St.)이란 조그만 간판을 발견했습니다. 반가웠지만, 다음에 이 곳을 지날 땐 꼭 와서 맛볼 것을 마음으로 다짐하며 그냥 지나쳤습니다. 아이의 성장을 보듯, 한 도시의 성장을 보며 증인이 되는 일도 가슴 뛰는 일입니다. 

 

 

이영주/수필가 강원도 철원 생. 중앙대 신문학과 졸업 후 충청일보 정치부 기자와 도서출판 학창사 대표를 지냈다. 1981년 미국으로 이주 1990년 '한국수필'을 통해 등단한 후 수필집 '엄마의 요술주머니' '이제는 우리가 엄마를 키울게' '내 인생의 삼중주'를 냈다. 줄리아드 음대 출신 클래식 앙상블 '안 트리오(Ahn Trio)'를 키워낸 장한 어머니이기도 하다. 현재 '에세이스트 미국동부지회' 회장이며 뉴욕 중앙일보에 '뉴욕의 맛과 멋' 칼럼을 연재 중이다. '허드슨 문화클럽' 대표로, 뉴저지에서 '수필교실'과 '북클럽'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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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kie 2022.07.26 20:49
    뉴버그 이야기를 잘 읽었습니다. 이영주님은 대중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않지만 보석같은 곳을 소개해 주셔서 많은 것을 배웁니다. 뉴버그를 잘 몰랐는데 유서깊은 소도시 였군요. 인구 3만의 옛정취가 흐르는 이 소도시를 감칠맛 나게 소개해 주셨습니다. 조지 워싱톤 대통령이 기타를 치는 사진이라든가 리버티 스트리트 비스트로는 꼭 가고 싶게 마음을 동요합니다. 대도시 주변만 맴돌고 살았던 이민자의 삶이 연륜이 쌓이면서 벗어나고 싶어집니다. 뉴버그는 마천루를 떠나, 자연과 흙냄새를 마음껏 누릴 수 있을 것 같아요.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