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허병렬/은총의 교실
2022.08.10 12:30

(633) 허병렬: 내 고향은 한국말

조회 수 72 댓글 1

은총의 교실 (79) Mother Tongue 

 

내 고향은 한국말 

 

16.jpg

 

모임이 조용해졌다. "우리는 지금 고향을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요" "그렇지요" "그래서 내 고향이 한국말이라고 하였어요: "고향은 어떤 지역이 아닌가요" 한 사람의 고향에 대한 색다른 표현이 모두에게 '고향'이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케 하였다. 

 

'고향'이란 누구에게나 정다운 어휘이다. #1 태어나서 자란 곳 #2 조상 때부터 대대로 살아온 곳 #3 향리. 이것이 사전적 해석이다. 여기에 나타난 것으로 보면 어떤 경우로 보든지 분명히 그 사람의 성장에 영향을 준 지역인 것이다. 그렇다면, 지역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한국말'이 어떻게 고향이 될 수 있나. '고향'을 다른 뜻으로 해석해 보기로 한다. 내 마음이 때때로 되돌아 가는 곳, 거기서 편안함과 정다움을 느끼는 곳, 과거이면서 현재와 불가분의 위치에 있는 곳, 언제든지 대화가 가능한 곳, 내 자신이 발상의 바탕으로 삼는 곳, 항상 그리운 곳. 이런 곳들은 아마도 마음의 고향이라고 구별될 것 같다. 즐 마음으로 보는 고향이다. 

 

그렇다면 마음의 고향은 한없이 펼쳐질 것 같다. 역사나 고전에서도 찾을 수 있고, 선배나 친구, 소설 속의 등장인물, 다양한 언어나, 음악, 세계의 방방곡곡, 색색의 사물... 등 다채로울 것 같다. 그중에 '한국말'이 섞였다고 해서 하등 이상할 것이 없다. 현재 세계에 퍼져있는 한민족의 수를 감안해 본다면. 작은 한 나라의 인구보다 많은 수효이다. 한국 내가 아닌 외지의 많은 거주자들 속에서 '한국말'을 고향으로 생각하는 일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외국말 속에서 생활하다가 한국말을 사용하는 순간, 마음의 귀착점에 도달한다면 얼마나 큰 기쁨인가. 

 

한국말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그 순간에 느끼는 한국문화의 자랑스러움은 한국 내에서는 도저히 상상도 못할 것이다. 이래서 '한국말'은 훌륭한 고향이 될 수 있다. 마음을 굳건히 하고 때로는 향수병을 치유하는 고향이 된다. 그런데, 이런 현상이 외지에서 이주한 1세대만의 영역이라면 언젠가는 소멸한다는 자연현상이 있다. 잠깐 생각할 일은 한국어가 1세, 2세에게 공통된 느낌일까 하는 점이다. 필자의 관찰로는 2세들은 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2세들의 한국어관은 그 각도가 다르며, 흔히 그들은 한국어를 1세들의 언어로 아는 것 같다. 조부모와 부모가 가지고 이주한 언어로 구별하며, 현지어와는 다르다는 인식이다. 

 

현황이 현지어를 잘 모르거나 부족한 부분 때문에 생활에 불이익을 받고 있음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들이 현지어로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또 현지에서는 한국어의 실용성이 적고...등등 그들도 생각이 많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2세들의 한국어를 배우려는 열의가 뜨거울 리 없다. 할 수 없이 부모의 성화에 못이겨 등교하는 그들은 효자녀 흉내를 내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래서 학습효과를 올리는데 지장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모든 학습효과는 학습의욕의 강약이 정비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2세들에게 한국말이 고향이 되게 하기는 힘든 일에 속한다. 

 

하지만, 세상에는 병을 고치는 약이 있고, 병을 예방하는 치료방법이 있다. 이들이 훗날 증세를 보일 '고향 결핍증'을 염려한다. 미국 내 어느 지역에서 자랐다고 그곳이 마음의 고향까지 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2세들에게 필요한 것은 마음의 고향 형성이다. 한국학교의 한 졸업생이 약혼식날 아침에 약혼녀를 데리고 나타나서 놀랐다. "난 여기를 꼭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가 한 말이다. 그의 마음의 고향은 바로 한국학교임을 감사한다. 겨우 2살 반이 된 딸과 아내를 학교에 데리고 온 옛 학생도 있다. 그에게도 마음의 고향이 있음이 다행이다. 

 

'내 고향은 한국말'이란 말에 눈을 번쩍 떴다. 보배로운 말이다. 한국말이 우리에게 주는 귀중한 선물이다. 이 말은 해외에 거주하는 한민족들이 대대로 전수해야하는 유산 제 1호이다. 이러한 노력은 한민족문화를 이어가는데 책임을 져야하는 1세들의 과제일 뿐 아니라, 결코 이것만이 1세만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된다. 외지에서 생활하면서 마음의 고향을 형성하는 과정에 있는 2세들이 수없이 되새겨볼 말이다. 그리고 부모의 가정교육 방향이다.  

 
 

허병렬 (Grace B. Huh, 許昞烈)/뉴욕한국학교 이사장

1926년 서울에서 태어나 경성여자사범학교 본과 졸업 후 동국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1960년 조지 피바디 티처스칼리지(테네시주)에서 학사, 1969년 뱅크스트릿 에듀케이션칼리지에서 석사학위를 받음. 서울사대부속초등학교, 이화여대 부속 초등학교 교사를 거쳐 1967년부터 뉴욕한인교회 한글학교 교사, 컬럼비아대 한국어과 강사, 퀸즈칼리지(CUNY) 한국어과 강사, 1973년부터 2009년까지 뉴욕한국학교 교장직을 맡았다. '한인교육연구' (재미한인학교협의회 발행) 편집인, 어린이 뮤지컬 '흥부와 놀부'(1981) '심청 뉴욕에 오다'(1998) '나무꾼과 선녀'(2005) 제작, 극본, 연출로 공연했다.  

 

?
  • sukie 2022.08.14 08:33

    허병렬 선생님하면 한국학교와 한글이 떠오릅니다. 50여년전에 최초로 뉴욕에 한국학교를 설립하셔서 2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시면서 그들에게 정체성을 심어주셨습니다. 허 선생님이 않계셨으면 오늘날 한국학교가 이렇게 발전 할 수 있었을까? 선생남은 온 생애를 한글에 바치셨으니 한글과 결혼을 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사람마다 고향이 있겠지만 나는 정들면 고향이다라고 말하곤 합니다. 정든 곳이 몇 곳이 있지만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뉴져지 Lawrenceville입니다. 이민생활의 3분의 2를 이곳에서 보냈고 난생 처음 business(세탁업)를 해서 돈도 좀 벌어서 은퇴해서 여생을 보낼 초석도 만들었으니까요. 정이 많이 들었지 요. 지금은 로렌스시니어센터에서 라인댄스를 배우고 하면서 건강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곳서 사귄 친구들과 맛집도 다니고 담소를 하면서 많은 것을 배웁니다. 그러다보니까 이곳이 점점 정이 들어서 고향이 따로없다 여기가 내 고향이다고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얘기합니다.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