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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 허병렬: 뉴욕은 바이타민
은총의 교실 (1) 허병렬: I Love New York
뉴욕은 바이타민
옛날 옛적, 필자는 한국 텔레비전에서 중동 어느 나라의 왕자를 만났다. 그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전망대에서 뉴욕 시내를 느긋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그 장면을 보면서 언젠가는 나도 꼭 그 자리에 설 것이라고 생각했다. 1959년 미국 남쪽 내슈빌, 조지 피바디 사범대학 시절 겨울휴가로 12월 25일 뉴욕에 와서 그 옛날 왕자가 섰던 자리에 섰다. 그리고 1964년 두 번째로 미국에 석사학위를 받으러 올 때는 아예 뉴욕에서 공부하고 살기로 정했다. 뉴욕에 매료되었기 때문에 뉴욕을 제 2의 고향으로 삼기로 했다.
왜 뉴욕에 끌렸나?
뉴욕의 활기찬 분위기가 좋다. 살아서 숨쉬는 생명체인 뉴욕이 좋다. 각 분야의 정상급들이 꿈을 이루는 모습이 좋다. 저마다 살아있다고 소리치는 뉴욕의 거리 모습이 좋다. 그리고 각 인종이 긍지를 가진 모습이 좋다. 뉴욕에 없는 것이 있을까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다. 그래서 뉴욕의 한 분자가 된 기쁨을 느끼고 산 지 거의 50년이다.
뉴욕은 항상 나를 자극한다.
새롭게 성장하라고, 거리를 활보하라고, 배울 것이 무궁무진하다고, 각 종 자극을 생산적인 일에 활용하라고. 그리고 이런 강렬한 분위기에서 너 자신의 개성을 꽃 피우라고.... 등등. 그래서 뉴욕에 덩달아 내 자신을 다양하게 풍부하게 하려고 노력한다.
뉴욕에는 따로 주인이 없다.
그 때 거기에 있는 사람이 주인이다. 어쩌다 길을 물어도 여행자란다.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지만 제각기 각자의 언어 억양에 맞춘 자유 영어를 사용한다. 아무도 주인이 아니고, 그렇다고 길손도 아니다. 뉴욕에 있는 동안 누구나 주인이 될 수 있는 것도 특색 중의 하나이다.
이와 같이 24시간 불타는 정열적인 뉴욕의 환경은 새 것을 찾는 노력, 흡수하는 노력, 활용하는 노력 등을 거쳐 내가 맡은 교육사업이나 내가 즐기는 그림 그리기, 글쓰기, 연극하기 등에 반영되어 내 자신을 성장시켰다. 말하자면 뉴욕은 나의 성장 바이타민이다. 즉 뉴욕은 일상생활에서 기계적인 반복에 안주하고, 틀에 박힌 인습을 답습하고, 안일한 평범에 만족하려는 나를 거부하며 쉬지 않고 점검하는 바이타민이다.
공식적인 선정과 상관없이 내가 내린 정의는 자유의 여신상은 '미국의 상징'이고,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뉴욕의 상징'이라고 본다. 세계에는 그보다 더 높은 빌딩들이 있지만 그 의젓한 모습과 높이는 뉴욕을 대표하는데 손색이 없다. 나는 오늘도 뉴욕의 공기를 마음껏 들이마시며 뉴욕에 취해 거리를 걷고 있다.
허병렬 (Grace B. Huh, 許昞烈)/뉴욕한국학교 이사장
1926년 서울에서 태어나 경성여자사범학교 본과 졸업 후 동국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1960년 조지 피바디 티처스칼리지(테네시주)에서 학사, 1969년 뱅크스트릿 에듀케이션칼리지에서 석사학위를 받음. 서울사대부속초등학교, 이화여대 부속 초등학교 교사를 거쳐 1967년부터 뉴욕한인교회 한글학교 교사, 컬럼비아대 한국어과 강사, 퀸즈칼리지(CUNY) 한국어과 강사, 1973년부터 2009년까지 뉴욕한국학교 교장직을 맡았다. '한인교육연구' (재미한인학교협의회 발행) 편집인, 어린이 뮤지컬 '흥부와 놀부'(1981) '심청 뉴욕에 오다'(1998) '나무꾼과 선녀'(2005) 제작, 극본, 연출로 공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