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 기다림...컬트 피자리아 루칼리(Lucali) 테이블 어떻게 잡았나?
브루클린 컬트 피자리아 '루칼리(Lucali)' 테이블 잡기
플랜 B(페르디난도), 플랜 C(윌마 진), 그리고 다음날 루칼리(Lucali)
No reservations. No delivery. No slices. Cash Only. B.Y.O.B.
우리 동네 브루클린 하이츠 오래된 집들이 많고, 5분만 걸어나가면 공원(브루클린 브리지 파크)이라는 것 외에도 또 하나의 자랑거리가 있다. 바로 피자리아.
그리말디(Grimaldi's)는 언제든지 언덕을 내려가면 줄 서지 않고, 테이크 아웃해다 집에서 먹을 수 있다. 이웃 동네 캐롤가든(Carroll Gardens)의 루칼리(Lucali)는 집에서 17 블럭 거리인데, 오래 기다려야 한다. 브루클린 깊숙히 미드우드(Midwood)의 피자리아 디 파라(Di Fara's)는 길어도 1시간 반이면 피자를 먹을 수 있다. 루칼리는 이름만 올려놓고 기약이 없다.
이유는 데이빗 베컴과 빅토리아 베컴 부부, 제이 지와 비욘세 부부가 다녀가면서 거의 컬트적인 인기를 얻었기 때문이다. 데이빗 베컴은 인스태그램에서, 제이 지는 토크쇼에 출연해서 루칼리 찬사를 늘어놓았다.
"만일 뉴욕 브루클린 루칼리에 가본 적이 없다면, 가능한 빨리 가서 테이블을 잡으세요.
난 방금 거기서 가장 놀라운 식사를 했답니다..." -데이빗 베컴, 인스태그램-
"내 생애 최고의 피자를 먹었습니다. 벽돌 오븐, 얇은 크러스트, 새벽 3시에 만든 소스..."
-제이 지(Jay Z), ABC-TV 지미 키멜 라이브-
그러다 지난 8월 13일 뉴욕타임스가 루칼리의 컬트적인 인기에 불을 질렀다. 음식비평가 샘 시프톤이 루칼리 피자리아 셰프 마크 이아코노(Mark Iacono)씨가 피자 만드는 과정을 선(zen)적인 비디오로 실은 기사 '루칼리에서 이런 피자 퍼포먼스를 보신 적이 있나요?(Have You Seen This Pizza Performance at Lucali’s?)'를 올린 것이다.
*Have You Seen This Pizza Performance at Lucali’s? <The New York Times>
이렇게 신문에 나면, 더욱 그 식당에 대해 식욕이 티솟는다.
우리는 지난 금요일(8월 25일) 문득 루칼리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BYOB가 되는 식당이므로 이탈리안 바롤로 와인 한병을 들고 택시를 잡아 탔다. 17블럭을 지나 루칼리에 도착했다.
루칼리는 오후 6시에 오픈하지만, 5시부터 예약을 받는다. 직접 가서 이름을 올리면, 테이블이 날 때 전화해준다. 우리는 오후 6시 30분경 도착했고, 물론 30여석의 루칼리는 이미 꽉 찼다. 리셉셔니스트에게 이름을 주니 9시 30분 경 테이블이 날 것이라고 한다.
3시간씩이나 기다려야 한다니... 예약을 취소하는 고객도 있을 터이니 주변을 맴돌기로 했다. 수퍼마켓 키푸드(Key Food)에서 소스 하나 사고, 오랜만에 페르디난도( Ferdinando's Focacceria)로 가기로 했다. 플랜 B가 있으니 절망할 필요는 없었다.
그래도 걷기 좋은 선선한 여름날이었다. 새켓(Sackett) 스트릿의 BQE 다리를 건너 유니온(Union) 스트릿으로 걸어갔다.
# 페르디난도 포카체리아 Ferdinando's Focacceria 주먹밥 스페셜
Photo: Yelp
1904년 오픈한 시칠리안 레스토랑 페르디난도는 레오나르도 디 카프리오, 마틴 스콜세지 감독도 다녀간 아담한 가정식 식당. 웹사이트조차 없는 아날로그파 식당 주인장은 늘 문 가에서 서성거린다. 우리를 보고 아는체를 한다.
자동차 여행을 갈 적엔 페르디난도(151 Union St.에 들러서 이탈리안 주먹밥 아란치니 스페셜(arancini special)을 픽업해 간다. 야구공만한 주먹밥 속에 다진 쇠고기와 야채, 리코타 치즈가 들어 있고, 빵가루를 입혀 튀겨 토마토 소스에 버무려 먹는다. 마치 순두부찌개를 떠올리는 맛이라 속이 편해진다. 카운터의 요리사는 늘 신문배달 소년 모자를 쓰고 있는데, 참 친절하다.
애피타이저 카운터에서 가지 애피타이저(eggplant ), 감자 크로켓과 페넬(Pennell), 아란치니 스페셜을 시켰다. 페넬은 칙피(check pea)를 갈아 납작한 네모형으로 튀긴 애피타이저인데, 바삭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내 앞의 주먹밥 스페셜은 밥 한공기 분량이므로 한끼식사로도 충분하다.
혹시나 혹시나 하면서 아이폰을 체크하지만, 루칼리에서는 전화가 없었다.
이날 추가로 주문한 미트볼은 실망스러웠다. 냉동했던 미트볼인지, 고기가 퍽퍽하고, 감칠맛이 부족했다. 빵가루와 계란을 더 넣었어야할듯. 집에서 만들어 먹는 미트볼이 더 맛있다.
Ferdinando's Focacceria
151 Union St. 718-855-1545
페르디난디는 애피타이저였다. 메인디쉬로 루칼리 피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앞으로 2시간 반을 더 기다려야 한다니...
다행히도 무덥지 않아 슬슬 걷기 좋은 저녁, 캐롤 가든을 산책하며 다시 루칼리로 향했다. 혹시 일찍 테이블이 날까?
리셉셔니스트에게 가서 이름을 대며 얼마나 더 기다려야고 물었다. "9시 30분!이라고 했잖아요!" 하면서 긴 명단을 보여준다. 예닐곱명인 것 같은데 2시간을 더 기다려야 하다니. 하기사 루칼리는 BYOB라 테이블 잡고 아예 파티를 하는 이들도 꽤 있다.
다시 전화번호를 확인한 후 돌아서는데, 패배자처럼 느껴졌다. 코트 스트릿 쪽으로 걸어갔다. 날씨가 좋으니 마냥 걷고 싶었을까? 한여름의 스트레스가 돋았기 때문일까?
스미스 스트릿으로 내려가면서 생각난 식당 윌마 진(Wilma Jean), 프라이드 치킨을 잘하는 집이다. 최근 플랫부쉬 애브뉴의 대형 푸드 코트까지 진출했다는 윌마 진의 간판이 보이자 식욕이 솟았다. 프라이드 치킨 좀 먹고 가자. 플랜 C가 있으면, 더 좋다.
# 윌마 진 Wilma Jean 프라이드 치킨
몇년 전 윌마 진에 갔을 때는 어린애들을 데려온 가족이 많아 시끌벅적했는데, 그날은 한산했다. 빈 테이블이 보여서 반가왔다. 웨이터도 친절했다.
우리는 치킨 디너와 콜라드 그린을 시켰고, 콜라와 맥주와 함께 먹었다. 역시 윌마 그린은 튀김옷 양념을 잘했다. 바삭한 껍질과 촉촉한 닭살이 루칼리 스트레스를 누그려트려주고 있었다.
콜라드 그린은 원래 남부 흑인들의 소울푸드인데, 우리의 우거지와 맛이 유사하다. 윌마 진은 베이컨을 다져서 넣어 씹히는 맛이 좋다.
Wilma Jean
345 Smith St.
http://www.wilmajeanbk.com
이윽고 배가 불러지니, 루칼리도 야속하지 않았다. 금요일 저녁 20여 블럭을 걸어 집으로 돌아오니 9시 30분 경. 그녀는 전화하지 않고 있었다. 루칼리 스트레스를 잊으려고 침대로 갔다.
9시 47분, 어둠 속에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렸다.
"수키? 나 미워하지요? 하니!" (달래주듯이)
"그래요."(화난 목소리로)
"지금 올 수 있어요?"(명랑하게)
"난 지금 침대예요. 레스토랑 두군데 갔다가 왔어요ㅠㅠ" (우는 척하며)
"너무 미안해요!"
"그럼, 우리 내일 저녁에 테이블 줄 수 있나요?" (애처롭게)
"몇시에요?"(상냥하게)
"7시 30분?"(의아해하는 목소리로)
"오우 케이!"
"이름이 뭐죠?"(의심쩍은 목소리로)
"크리스탈! 내일 봐요!"(명랑하게)
오호통재라에서 오호쾌재를 불렀다. 루칼리에 예약이 됐다니!
# 루칼리 Lucali 피자와 칼조네
우리는 믿어지지 않았고, 혹시 리셉셔니스트 크리스탈이 농담한 것은 아닌가 확인을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일단 가보기로 했다. 나는 전날과 같은 옷차림으로.
다음날, 토요일 저녁 이탈리아 와인 바베라 한병 들고, 우리의 와인잔을 갖고 우버를 불렀다. 우버 Pool이라 택시 안엔 이미 손님이 있었다. 전날보다 2불이 싸게 나왔다. 하지만, 우버의 예정요금에선 1달러 더 부과했다. 요즈음 우버가 요금 과다 부과로 월 740만달러의 부수익을 취하면서 집단소송에 걸려있다.
루칼리에 도착하니 크리스탈이 "수키!"하며 "테이블 있어요!"하고 반가와 했다. 너무 고마워서 나갈 때 따로 팁을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루칼리는 자그마한 공간에 오픈 키친, 그리고 전기 조명과 촛불을 함께 써서 약간 어두우면서도 아늑한 시골 느낌을 준다. 게다가 인테리어는 거리 표지판(불법으로 Henry Street 와 Carroll Street를 떼어 왔는지 알 수는 없지만)에서 광고 사인까지 빈티지풍이다.
와인도 잔에 따라 맛이 다르다. 라티나 웨이트레스가 유리잔을 가져와서 우리가 준비해왔다고 말하며, 와인 맛좀 보겠냐고 했더니, 유리잔에 왕창 따라간다. 기다리지 않고 테이블을 얻었으니, 그것조차 관대해진다.
큰 피자에 페페로니 반, 포르토벨로 버섯 반을 토핑으로 주문했다. 베이질 이파리가 많았는데, 줄기를 따로 떼어내야 했다. 마돈나는 베이질을 욕조에 뿌리고 목욕한다던데... 역시 루칼리의 얄팍하고도 깊은 맛은 최고다. 디파라의 네모난 시칠리아 피자를 좋아하지만, 넘버 원은 루칼리다.
No reservations. No delivery. No slices. Cash Only. B.Y.O.B.
루칼리는 예약 받지 않고, 배달도 안하고, 조각도 팔지 않으며, 현금만 받는다. 하지만, 음료를 가져갈 수 있다. 최근에 알게된 것은 테이크 아웃은 가능하다는 것. 하지만, 테이블 손님과 마찬가지로 이름을 걸고, 전화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것도 바쁠 때는 테이크 아웃 주문을 받지 않는다. 이날 어느 손님은 네 박스나 가져갔다.
어렵게 잡은 테이블, 큰 피자로 만족하지 못하고 칼조네를 추가로 주문했다. 피자와 유사하지만, 모짜렐라 치즈 대신 리코타 치즈를 넣고, 토핑을 속에 만두처럼 넣은 것이다. 오픈 키친에 진열한 포르토벨로 버섯과 피망을 선책했는데, 칼조네는 뜨겁지 않았다. 조리가 덜 된듯 했다.
루칼리의 토마토 소스에 뿌렸지만, 이날 칼조네는 실망스러웠다. 나머지는 집으로 가져와서 샨터렐 버섯을 추가로 넣고 구워 먹으니 맛이 나아졌다.
루칼리를 떠나면서 크리스탈에게 팁을 주었다. 기다리고 있는 손님들에게는 미안해졌다.
하지만, 언제나 예외는 있는 법. 플랜 B와 C가 있었고, Cry Baby처럼 요청했고, 팁을 주었기에 가능했던 테이블이다.
다음에 크리스탈이 우리를 알아보고, 테이블을 빨리 주기를 바랄 뿐이다.
No reservations. No delivery. No slices. Cash Only. B.Y.O.B.
Lucali, Brooklyn
575 Henry St.(Bet. Carroll St. & 1st St. Brooklyn, 718-858-4086)
수요일-월요일 오후 6시-오후 10시, *화요일 휴업 http://www.lucali.com
*데이빗 베컴, 비욘세도 가는 브루클린 컬트 피자리아 루칼리(Lucali)
*브루클린 다리 아래 헤비급 피자 전쟁: 그리말디 vs. 줄리아나
*스타일로 본 피자: 뉴욕, 캘리포니아, 시카고, 하와이, 뉴헤이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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