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의 부엌(4) 내 인생의 요리: 런던 St. 존의 비둘기 구이와 달팽이 샐러드
내 인생의 요리: 해외편 I
런던 세인트 존(St. JOHN)의 비둘기 구이와 달팽이 샐러드
“영국 음식이 맛이 없다고요? 영국 음식이 뭐냐구요? 바로 이거예요. 어떠세요?”
패링턴역 인근 존 스트릿에 자리한 세인트 존 바&레스토랑. Photo: Tony Yoo
지난 몇 회에 걸쳐 한국 음식에 대해서 소개해 보았는데, 해외에서도 기억에 남는 음식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이어서 이야기 해보고 싶다. 우리가 보통 자국이 아닌 다른 나라를 여행으로 다니는 것과 직접 살면서 느끼는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아무래도 후자 쪽이 좀더 많은 걸 보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되는데, 그런 의미에서 우선 런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일반적으로 런던의 혹은 영국의 음식은 맛없다는 편견이 많은데, 런던에서 살아보면 이야기는 다르다.
필자는 2012년 올림픽의 열기로 뜨거웠던 런던에서 한 해를 지냈다. 런던 주영한국대사관의 총괄 셰프로서 올림픽 관련 많은 행사들의 음식을 담당했었는데, 그 인연으로 런던의 맛과 멋을 이해 할 수 있는 뜻 깊은 시간이 됐다.
런던에는 아직도 기억에 남는 많은 레스토랑들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런던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레스토랑은 세인트 존 바 & 레스토랑(St. JOHN Bar & Restaurant)이다. 한마디로 영국음식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레스토랑 중 하나인데, 다른 레스토랑들과는 차별화된 독특한 음식들이 많다. 1994년 오픈한 세인트 존 바 & 레스토랑은 현재에도 런던에서 가장 장사가 잘 되는 레스토랑 중 하나이다.
비둘기 구이(Roast Pigeon) Photo: Tony Yoo
메뉴 중에는 보통 육류의 특수 부위나 가금류 요리가 많이 있는데, 영국인들이 예전부터 사냥을 즐겨했기 때문에 영국의 전통요리 중에는 사냥으로 잡은 동물로 만드는 조리법이 발달했다. 전문용어로 게임(Game)요리라고 일컫는데, 많은 음식들을 맛보았지만 그 중에서도 내가 가장 기억에 남는 요리는 비둘기 구이(Roast Pigeon)이다. St. JOHN의 다른 요리들도 마찬가지지만 꾸밈없이 심플한 플레이팅과 신선하면서 농축된 맛들의 조화가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그저 접시 위에 비둘기를 올려놓은 듯한 플레이팅이 음식을 접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시각적인 재미를 준다. 옛날처럼 직접 사냥을 해서 식재료를 사용하지는 않지만 농장에서 식용으로 키운 비둘기의 맛이 너무 신선했던 기억이다. 아마도 레스토랑의 컨셉과 플레이팅이 더욱 인상 적이었던 것 같다.
우리는 보통 음식을 이야기할 때 그 음식만을 이야기 하지는 않는다. 그 당시의 분위기, 느낌, 함께한 사람들 등등 다양한 요소들의 복합적인 맛이다. 그래서인지 St. JOHN의 요리들은 마치 “영국 음식이 맛이 없다고? 영국 음식이 뭐냐구? 바로 이거다. 어떠냐?” 이런 느낌이랄까?
달팽이 샐러드 Photo: Tony Yoo
St. JOHN에서 기억에 남는 다른 음식은 달팽이 샐러드이다. 접시 위에 올려진 상추 사이로 달팽이들이 마치 풀속에서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졌던 음식인데, 식사를 마치고 셰프가 말하길 숲길을 산책하다가 풀숲에서 달팽이들을 보면서 그 느낌을 그대로 음식으로 표현해 보고 싶어서 만든 요리라고 했다.
그저 드레싱에 버무린 상추 위에 구운 달팽이 몇 마리 올린 이요리가 왜 그토록 인상적이 었을까?
단순하고 솔직한 느낌의 음식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오늘날 정말 숨막힐 듯이 바쁘게 돌아가는 사회에서 접시 위에 올려진 음식들을 보면서라도 자연을 느낄 수 있다면 그 또한 힐링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오늘날 덴마크의 레스토랑 노마(NOMA)가 표방하는 뉴 노르딕 퀴진이 전세계 레스토랑의 트렌드를 이끌 수 있는 저력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https://www.stjohngroup.uk.com
St. JOHN
26 St. John St. London
Tony Yoo 유현수
주영한국대사관 총괄셰프 (London, UK)
Executive Chef of Embassy of the Republic of Korea (London, UK)
한국 슬로푸드협회 정책위원
D6 (전)총괄셰프(Contemporary Local Korean Cuisine)
Executive Chef of Restaurant D6 (Seoul, Korea)
Aqua Restaurant (Michelin Guide Two Stars) (San Francisco, Califor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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