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어이스트사이드 투어 (6) 카날 스트릿의 맛집들, 옛날 극장과 뉴 시네마
올드 로우스 시어터-메트로그래프-파이즈&타이즈-코피티암
맨해튼 카날 스트릿은 차이나타운의 동맥이지만, 로어이스트사이드의 카날 스트릿은 지금 한자 간판과 트렌디한 레스토랑들이 어깨를 나란히하며 공존하고 있는 다이나믹한 거리다. 1920년대 궁전같은 영화관 올드 로우스 시어터는 폐허가 됐지만, 올 2월 러드로우 스트릿 건너엔 쿨한 아트하우스 영화관 '메트로그래프'가 오픈했다. 카날 스트릿에는 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에서 프라이드 치킨으로 히트한 타이즈 앤 파이즈(Thighs & Pies)가 문을 열었고, 다임(Dime)이라는 이름의 카페와 레스토랑과 델리, 중국간판을 내세운 키키(Kiki), 보헤미안풍의 식당 포겟미낫(Forget Me Not), 그리고 말레이시아 카페 코피티암(Kopitiam)까지 줄줄이 들어섰다.
Lower East Side Tour <6>
카날 스트릿: 트렌디 레스토랑 & 옛날 극장과 힙 영화관
올드 로우스 시어터-메트로그래프-파이즈&타이즈-코피티암
WTC가 보이는 디비전 스트릿에는 중국 가게들 사이로 쿨한 식당 키키즈(Kiki's)와 포겟미낫(ForgetMeNot)이 있다.
중국 복주(푸저우) 출신 이민자들이 몰려 사는 로어이스트사이드 남단, 이스트 브로드웨이 지하철 역에서 나와 차이나타운을 관통하는 카날 스트릿(Canal St.)과 디비전 스트릿(Division St.) 삼각지대를 걷다 보면, 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 풍의 힙한 레스토랑들이 속속 눈에 띈다. 허름한 한자 간판과 쿨한 디자인의 간판이 불협화음을 일으킨다기 보다는 동과 서, 옛것과 새것(東西古今)이 나란히 나란히 공존하고 있다. 그래서 다이나믹하고, 매혹적이다.
카날 스트릿과 오차드 스트릿 코너에 오픈한 알렉산더 올크의 부티크는 이 동네가 미트패킹 디스트릭트처럼 발전할 수 있다는 신호탄이다. 올크는 1블럭 건너 러드로우 스트릿에 영화관 '메트로그래프'를 오픈한 인물이다.
(지하철 F 트레인 타고 이스트브로드웨이에서 하차. 에섹스 스트릿과 카날 스트릿에서 서쪽으로 향한다.)
올드 로우스 시어터(Old Loew's Theatre)
31 Canal St.
디비전 스트릿에서 바라본 카날 스트릿에 입구만 처량하게 남은 올드 로우스 시어터.
할리우드 전성기 궁전같은 극장들은 서민의 오락거리자 휴식처였다. 철물점, 전자상회, 중국식당 등 조그마한 가게들 사이에 입구만 처량하게 남아 있는 이 건물은 1927년 건축가 토마스 W. 램 (Thomas W. Lamb)의 설계로 지어진 극장 올드 로우스 시어터(Old Loew's Theatre). 오픈 당시 좌석 수가 무려 2300석으로 당시 미국에서 두번째로 큰 영화관이었다.
하지만, B급 영화와 시리즈물을 상영하다가 1950년대 TV가 등장하면서 극장 문은 닫았고, 로비는 상점으로, 아름다웠던 영화관 내부는 창고로 대여됐다. 이처럼 쇠락한 영화관을 보면, 그리스 신화의 영웅이 추락한 것같은 비애가 느껴진다.
뉴욕시 랜드마크보존협회는 2010년 건물 정면의 테라코타 장식을 뉴욕시 랜드마크로 지정했다. 이후 CREATE라는 위원회가 이 공간을 공연예술센터로 개조할 계획으로 로어맨해튼개발사로부터 15만 달러를 받았지만, 계획은 무산됐다. 중국계 건물주가 11층짜리 콘도 아파트로 개조하려는 프로포절은 뉴욕시 빌딩국에 의해 거부됐다.
객석이 2300석에 달했던 올드 로우스 시어터의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건물 측면. 건너편에 새 영화관 메트로그래프'가 오픈했다.
러드로우 스트릿(Rudlow St.)으로 들어가면, 그래피티 아트가 그려진 극장 외관을 통해 극장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고다미스트(Gothamist)가 극장 내부를 담았다.
*올드 로우스 시어터 내부 사진 보기 -Gothamist-
로어이스트사이드를 누비는 것이 재미난 이유는 새건물과 헌건물, 중국과 유대인, 힙한 가게들의 퍼레이드, 그리고 바로 여기저기에 그려진 벽화들이다. 그래피티 아티스트들이 벽을 캔버스로 풍자적이고, 이국적이며, 때론 도발적인 이미지들을 그려놓았다.
메트로그래프(Metrograph)
7 Ludlow St.
러드로우 남단의 창고같은 벽돌건물이 쿨한 아트하우스 시네마 '메트로그래프' 쭉 올라가면, 북단에 카츠 델리가 있다.
올드 로우스 시어터의 운명이 궁전에서 창고를 거쳐 폐허로 쇠락한 반면, 러드로우 스트릿 길 건너에 희망의 예술영화관이 오픈했다. 중국 장의사집 옆의 '창고처럼 긴' 벽돌 건물은 올 2월 데뷔한 아트하우스 소극장 메트로그래프(Metrograph)이다.
로어이스트사이드 북단의 하우스턴 스트릿에 자리한 영화관 랜드마크 선샤인 시네마(Landmark Sunshine Cinema)가 렌트 인상으로 2018년 문을 닫을 운명이기 때문에 메트로그래프의 등장은 영화광들에겐 희소식.
뉴욕에 인디 영화관이 문 여는 것은 근 10년만이라고 한다. 의자가 불편한 필름포럼, 지하철 다니는 소음이 들리는 안젤리카 필름 센터가 노후해가고 있는데, 이처럼 힙한 영화관이 등장한 것. 게다가 화질 좋은 35밀리 영화를 튼다니 얼마나 기쁜 소식인가?
네모난 상자같은 메트로그래프는 내부도 쿨하다. 팝콘 등 극장용 스낵 판매대가 종래 영화관들과 차별화됐다. 어딘가 색다른 영화관. 창립자가 패션디자이너 알렉산더 올크(Alexander Olch)로 극장 디자인도 맡았다는 것. 카날 스트릿과 오차드 스트릿 사이에는 그의 부티크가 있다. 로어이스트사이드에 힙한 바람을 일으키는 주인공이다. 2층의 라운지에서 창문을 통해 내려다보이는 올드 로우스 시어터의 벽화가 고색창연하다. 견공 도로시가 꼬리를 흔들며 다가와 인사를 한다.
메트로그래프 매점에선 팝콘, 초컬릿, 캔디를 이렇게 쿨하게 진열해놓고 판다.
4월 13일부터 17일까지는 Old School Kung Fu Festival에서 이소룡(브루스 리)의 '용쟁호투(Enter The Dragon, 1973)'를 비롯, 홍금보와 성룡, 원표의 쿵후 영화, 그리고 '서극의 칼'까지 홍콩산 쿵후 영화를 모아 상영한다. 그리고, 4월 22일부터 28일까지는 독일 감독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가 꼽았던 톱 10 영화를 35밀리로 선보인다. http://metrograph.com
타이즈 앤 파이즈 Pies 'N' Thighs
43 Canal St.
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 피터 루거 스테이크하우스 인근의 프라이드 치킨 전문 레스토랑 파이즈 앤 타이즈(Pies ‘N’ Thighs)가 마침내 맨해튼에 진출했다. 우리가 사는 브루클린 하이츠에서 윌리엄스버그까지는 머나 먼 길이다. 몇번 테이크아웃해서 집에서 먹었는데, 이젠 덤보 요크 스트릿에서 이스트 브로드웨이까지 단 1 정거장이니 이보다 편할 수는 없다.
윌리엄스버그 브리지 옆 피터 루거와 같은 동네에 자리한 브런치 식당 파이즈 앤 타이즈(Pies ‘N’ Thighs)는 프라이드 치킨으로 유명했다. 같은 브루클린이지만, 자가 없으면 머나 먼 곳이다. 몇 차례 테이크아웃해다 먹었는데, 이젠 지하철 한 정거장(요크 스트릿, 브루클린-이스트 브로드웨이, 맨해튼)으로 갈 수 있는 곳에 파이즈 앤 타이즈가 오픈한 것이다.
Yelp
치킨&와플 도넛 트리오
이름대로 치킨 타이(넙적다리) 뿐 아니라 사실은 파이가 대표 음식인데, 도넛도 일품이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페이스트리 셰프 사라 새네(Sarah Sanneh)가 마그놀리아 베이커리와 모모푸쿠 밀크 바 출신이라니 믿음직한 디저트. 공동대표이자 셰프 캐롤린 베인(Carolyn Bane)은 남부요리에 매료된 요리사로 트렌디 레스토랑 스파티드 피그(Spotted Pig)와 브루클린 컬트 피자리아 로버타(Roberta's)에서 수련했다고 한다.
다이너풍의 인테리어인 파이즈 앤 타이즈의 올드패션 도넛은 Serious Eats에서 뉴욕 #1 도넛으로 선정됐다고. 느끼하지도 달지도 않고 기분좋은 도넛.($2.75) 초콜릿 케이크 도넛도 인기있다. http://piesnthighs.com
# 코피티암 Kopitiam, 말레이시안 커피숍
51B Canal St.
지난해 9월 이 거리에는 말레이시안 카페 '코피티암(Kopitiam)'이 오픈했다. 99 알렌 스트릿에 한국식 다방 '라운드 K'가 오픈했으니, 스타벅스에 대항하는 인디 커피가 다양해지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얼핏 지나치다 보면 작은 분식점같지만, 전통 말레이시안 커피 전문점임을 자부한다. 뉴욕타임스에서도 크게 소개된 맛집이다.
종이컵으로 벽을 장식하고, 면벽의 카운터는 산뜻한 파란색으로 나름 개성있게 장식한 인테리어에 두 여자와 한 남자가 자그마한 키친을 지키며 주문을 받는다. 왕가위 감독의 '중경삼림(Chungking Express)'를 연상시키는 아담한 식당에 흐르는 올드 팝이 정겹다. 4달러에 달하는 말레이시아 커피(black)는 솔직히 밍밍한 맛이었다. '라운드 K'(99 Allen St.)의 3달러짜리 카푸치노는 영국식 티컵에 우아하게 나오며 맛도 그윽한데, 3달러인데, 코피티암은 내 입맛에는 좀 싱거웠다.
알고 보니 화이트 커피가 더 유명하다고. 올리브 오일에 커피빈을 로스트한 후 콘덴스드 밀크로 브류해서 핸드 풀드 방식으로 서브한다. 코피티암은 페낭의 커피하우스 쿤키(Koon Kee)에서 커피빈을 수입하며, 화이트 커피는 파우더로, 블랙 커피는 2주에 한번씩 로스트 빈 상태로 들어온다고.
옐퍼들이 추천한 나시 르막(Nasi Lemak, $5.50)은 알고 보니 무척 심플한 음식이었다. 코코넛쥬스로 지은 밥 위에 멸치(안초비)와 땅콩을 삼발 소스(새우소스)로 볶아올린 후 날 오이와 삶은 계란을 고명으로 얹은 일품 요리다. 코코넛 라이스의 약간 달착지근하면서도 찰진 맛이 중독적이지만, 삼발 소스에 버무린 말레이시안식 멸치땅콩 볶음은 한국식 매운 멸치/콩자반 볶음의 맛을 따라 잡지는 못했다. 한식이 얼마나 다양하고, 잠재력이 있는지 다시금 느끼게 만드는 말레이시아의 인기 메뉴. 가끔씩 들러서 모든 메뉴를 맛보고 싶은 커피숍. 말레이시아에 여행갈 기회가 있을지 모르므로.
코피티암의 디저트 바나나 이파리에 싸인 파랑색 주먹밥 위엔 코코넛구이가 올라간 '풀풋 인티(Oulut Inti)'가 요기도 되고, 커피와 곁들이기도 좋다. 우리의 인절미와 사촌 격인 피넛 모치도 구비하고 있다.
오차드 스트릿 코너의 알렉산더 올크 부티크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다보면, 럭셔리 콘도가 올라가는 중이다. 도대체 뉴욕 여기저기에 지어지는 럭셔리 콘도가 세입자들로 채울 수 있을지... 도날드 트럼프와 (아마도) 바스퀴아(?) 벽화가 그려진 건너편의 오차드 스트릿 남단 코너는 트렌디 식당 '키키즈(Kiki's), 코너를 돌면 디비전(Division St.) 인데, 한자어 간판(기기... 주점)이 이색적이다. 계속 에섹스 스트릿을 향하면 또 보헤미안 풍의 식당 '포겟미낫(ForgetMeNot)'. 그리고, 올드 로우스 시어터 건너편엔 이 동네에 식당, 카페, 델리 등 3개로 운영되고 있는 다임(Dime) 이다.
Division St.의 Dime Cafe와 Dime Deli
- 로어이스트사이드투어,
- 타이즈앤파이즈,
- 카피타임,
- 카날스트릿,
- 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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