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728)
- 강익중/詩 아닌 詩(83)
- 김미경/서촌 오후 4시(13)
- 김원숙/이야기하는 붓(5)
- 김호봉/Memory(10)
- 김희자/바람의 메시지(30)
- 남광우/일할 수 있는 행복(3)
- 마종일/대나무 숲(6)
- 박준/사람과 사막(9)
- 스테파니 S. 리/흔들리며 피는 꽃(49)
- 연사숙/동촌의 꿈(6)
- 이수임/창가의 선인장(149)
- 이영주/뉴욕 촌뜨기의 일기(65)
- June Korea/잊혀져 갈 것들을 기억하는 방법(12)
- 한혜진/에피소드&오브제(23)
- 필 황/택시 블루스(12)
- 허병렬/은총의 교실(101)
- 홍영혜/빨간 등대(70)
- 박숙희/수다만리(66)
- 사랑방(16)
(465) 한류 33 코드 #0 국풍인가, 국뽕인가?
수다만리 (29) Dynamic Korea, Sparkling Koreans
한류를 이해하는 33가지 코드
<1> 프롤로그: 국풍인가, 국뽕인가?
방탄소년단(BTS)의 2020 신년 타임스퀘어 공연(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올 2월 아카데미상 감독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 2007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사상 최초로 아시아 주역을 맡은 '라 트라비아타'의 홍혜경과 김우경(Photo: Marty Sohl). 2015년 아메리칸발레시어터의 '라 바야데르'에서 공연한 서희와 김기민.
"어깨를 스치는 사람 반은 아티스트라 할 정도로 뉴욕은 아티스트에게 유토피아이자 UFC(종합격투기대회)의 철망으로 된 링과 같은 곳이다. 그래도 프로페셔널을 가릴 줄 아는 심판들이 있다. 나에게 뉴욕은 피해갈 수 없는 길이었다. 그것이 용광로 같이 나를 끊임없이 작동하게 하고, 비등하게 했다. 아이러니하게 나의 법을 찾도록 해준 것은 뉴욕이다. 오늘날 모든 도시가 나름의 정체를 갖고 있지만, 뉴욕만큼 다이내믹한 도시는 없다. 대단한 정체를 가진 아름다운 도시다."
1996년 초 서른세살이 되어 무모한 열정만 갖고 뉴욕에 왔다. 우디 알렌과 짐 자무쉬의 영화로 친숙했던 '다민족의 샐러드볼' 뉴욕은 '천국이라기보다는 낯설은 도시'였다. 도로에서 현대차, 한적한 길에서 태권도장만 봐도 반가왔던 시절, 일상에서 부딪히는 언어장벽, 문화장벽, 인종차별이 심장을 짓눌렀다. 뉴욕은 문화의 유토피아였을 뿐이지, 새출발하는 이민자들에게는 디스토피아로 빠질 우려도 있는 위험한 도시이기도 했다.
몇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으로 휘청거리던 시절, 서울과 뉴욕 생활을 비교하면서 글을 쓰다보니 100여개 토픽이 나왔다. 한국의 가부장적인 문화를 비판하며 뉴욕에 사는 자신에 대한 변명과 합리화가 담겼던 글들이다. 플라피 디스크에 저장해두었다가 어느날 프린트해서 묶었다. 표지에 상당히 도발적인 제목 '빌어먹을 공자님(Damn Confucius!)'이라 붙여 보았다. 열등감과 불만과 분노가 서려있던 젊은 날의 초상이었을까. 그 공자님을 어디엔가 묻어두고 살아왔다. 강산도 두번 변할 동안 한국은 빛의 속도로 변했지만, 정작 자신은 JFK 공항에 떨어졌던 그 겨울날의 먹구름처럼 한국의 이미지는 가슴 속에 냉각되어 있었다.
Times Square, New York City
세월은 쏜살처럼 달려갔다. 그동안 '문화의 보물섬' 뉴욕이 숨가쁠 정도로 제공하는 다양한 예술을 접해왔다. 운이 좋아 문화를 취재하면서 수많은 엔돌핀과 비타민을 흡입할 수 있었다. 특히 한인 예술가들은 곳곳에서 놀라운 재능을 발휘하고 있었다. 오늘 K-Pop, 영화, 드라마, 클래식, 오페라, 발레, 재즈, 문학, 미술, 연극, 미술... 그리고 한식까지 뉴욕의 문화라는 은하수에서 한인들이 총총히 빛나고 있다.
뉴욕뿐만 아니다. 한인들은 지금 세계 문화를 뒤흔들고 있다. 특히, 올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밤 봉준호 감독과 '기생충'의 오스카 4관왕 쾌거는 한국인들의 자부심을 하늘 높이 고양시킨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수퍼 히어로'가 나오는 마블 영화를 거절하겠다던 봉준호 감독은 그 자신이 할리우드의 살아있는 수퍼 히어로가 됐다. 타임스퀘어에서 2020년을 열었던 글로벌 수퍼스타 방탄소년단(BTS)은 새 앨범 'Map of the Soul: 7' 발매 후 TV 토크쇼를 누비고, 빌보드와 유튜브 기록을 경신하는 중이다.
최근 20년간 한류(Korean Wave/ Hallyu/ 韓流)는 세계 곳곳에서 높은 파고로 문화를 정복하고 있다. 왜, 한인들은 그토록 예술적 재능이 빼어났을까? 우리 민족에겐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을까? 한때 기억의 저편에 묻어둔 열등감은 어느새 KOREA에 대한 자긍심으로 바뀌었다.
오늘 브로드웨이 극장가에서는 이영진씨의 'We're Gonna Die'가 공연되고, 타임스퀘어 시네컴플렉스에선 'Parasite(기생충)'이 상영 중이다. 또한, 한국 브랜드 파리 바게트(Paris Baguette Cafe)와 와사비(Wasabi)가 나란히 뉴요커와 여행자들을 끌고 있다. 이 한류 허리케인은 21세기 한국의 국풍(国風)인가? 국뽕인가?
19세기말 서양인(W. E. 그리피스)에게 조선은 '은자의 나라(Corea, the Hermit Nation)', '고요한 아침의 나라(The Land of the Morning Calm)'였을지 모른다. 21세기초 한국은 역동적이며, 한인들은 재능을 만방에 떨치고 있다. Dynamic Korea, Sparkling Koreans!
Dynamic Korea, Sparkling Koreans
2월 9일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배우 페넬로페 크루즈로부터 국제극영화상 트로피를 받고 있는 봉준호 감독.
봉준호(Bong Joon Hon) 감독과 '기생충(Parasite)'은 2020 오스카상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까지 휩쓸면서 한국영화사는 물론 아카데미 역사까지 새로 썼다. 봉 감독은 백인남성 중심의 나르시즘에 빠져있던 아카데미의 92년 역사를 바꾸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이제 수퍼스타덤에 올랐다. 시상식 피날레는 두 여성 제작자 곽신애씨와 책임 제작자 이미경(미키 리)씨가 장식했다. 작품성과 흥행성, 그리고 메시지까지 갖춘 걸작 '기생충'은 이제 전설이 됐다.
한편, 오스카상 1주일 전 유타주에서 열린 선댄스영화제(Sundance Film Festival)에서는 한국계 리 아이삭 정(Lee Isaac Chung,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Minari)'가 심사위원대상과 관객상까지 거머쥐었다. 2020년 미국의 주류와 독립영화를 대표하는 쌍두마차 영화제의 최고상을 한인들이 휩쓴 것이다.
이어 2월 29일 제 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는 '도망친 여자(The Woman Who Ran)'의 홍상수에게 감독상을 헌사했다. 2017년 김민희(밤의 해변에서 혼자)가 여우주연상을 받았으며, 2004년 김기덕 감독이 '사마리아'로 감독상을 수상한 바 있다. 홍상수 감독은 뉴욕영화제에 최다 초대감독인 14편이 상영 기록을 갖고 있다. 뉴욕영화제 프로그램 디렉터 데니스 림은 홍상수 작품세계에 관한 책을 집필 중이다.
2019 골든글로브상에서 아시아계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산드라 오.
골든글로브상 역사를 새로 쓴 아시아계 여배우도 한인이었다. 한국계 캐나다 출신 배우 산드라 오(Sandra Oh, 오미주)는 2019년 '킬링 이브(Killing Eve)'로 아시아계 최초로 골든글로브 드라마상 여우주연상을 품에 안았다. 샌드라 오는 수상 소감에서 "엄마 아빠, 사랑해요!"라 외쳤고, TV 카메라는 객석에서 웃음짓는 한인 부모의 모습을 잡았다.
'그레이의 해부(Grey's Anatomy)'의 산드라 오와 '로스트(Lost)'의 다니엘 대 김, 김윤진에게 문을 열어준 이는 마가렛 조(Margaret Cho, 조모란)라고 할 수 있다. 미국 TV에 아시아계 주연배우가 전무하던 1990년대 중반 스탠드업 코미디언 마가렛 조는 ABC-TV의 시트콤 '올 아메리칸 걸(All-American Girl)'의 주역으로 발탁됐다. 비평가들은 그의 체중과 용모, 캐릭터에 비난의 화살을 쏘아붙였다. 체중감량과 그 부작용으로 슬럼프에 빠졌던 마가렛 조는 1999년 자전적 코미디쇼 '나는 내가 원하는 나(I'm the one that I want)' 전미 순회 공연으로 시작 미 스탠드업 코미디의 여왕이 됐다. 그는 배우, 저술가, 싱어송라이터, 패션디자이너로도 활동 중이다.
싸이의 '강남 스타일'
케이팝(K-Pop, Korean Pop)은 1990년대 말 보이 밴드 H.O.T.이 아시아를 강타한 후 2NE1, 원더걸스, 소녀시대, 2PM, 샤이니, 에프엑스(f(x)), 핑클, S.E.S., 베이비복스, 동방신기, 빅뱅 등에 이어 2012년 싸이(Psy)는 '강남 스타일(Gangnam Style)'로 글로벌 스타덤에 올랐다. 이곡은 4년 8개월간 조회수 1위를 지키며 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싸이는 2013년을 타임스퀘어에서 시작했다.
수퍼스타 K-Pop 그룹 방탄소년단(BTS)은 2019년 12월 31일 세계의 심장부 타임스퀘어에서 공연하며 2020년을 열었으며, 아트 프로젝트로 런던, 베를린, 부에노스아이레스, 서울, 그리고 뉴욕까지 현대미술을 소개하는 프로젝트 'Connect, BTS'로 영향력을 발휘하는 중이다. 인스태그램 팔로워 2천230만명, 트위터 팔로워 2천400만명, 페이스북 팔로워 1천20만명에 달하는 수퍼파워 보이밴드 BTS는 'Map of the Soul: 7' 발매 후 비틀즈와 저스틴 비버의 기록을 계속 깨고 있다.
2017년 카네기홀 데뷔 리사이틀에서 피아니스트 조성진.
그뿐인가? 클래식 음악계의 행성에선 2015년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조성진(Seong-jin Cho)이 톱 클래스에 성큼 올라섰다. 2017년 카네기홀에서 매진 속에 데뷔 리사이틀을 연 조성진은 2020-21 시즌 카네기홀과 뉴욕필하모닉에 초대되어 오는 10월 링컨센터 데이빗게펜홀에 데뷔한다.
베를린에 사는 작곡가 진은숙(Unsuk Chin)씨는 2018년 뉴욕필의 마리 호세 크라비스 음악상을 수상했으며, 지난해엔 생황 협주곡 '슈'를 수산나 말키의 지휘로 뉴욕에서 초연하며 여성파워를 과시했다. 뉴욕필에는 미셸 김 부악장을 비롯, 함혜영, 박수현, 리사 김, 권수현, 한나 최, 정다솔, 이현주, 민경지, 오주영, 유진석(바이올린), 아일린 문-마이어스, 패트릭 지(첼로), 손유빈(플루트) 등 한인 연주자가 무려 14명에 이른다.
링컨센터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엔 매년 한인 성악가들이 주역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다. 1984년 소프라노 홍혜경씨가 데뷔한 이래 소프라노 신영옥, 조수미, 캐슬린 김, 박소영, 박혜상, 테너 이용훈, 김우경, 김재형, 강요셉, 안드레아 신, 바리톤 윤형, 데이빗 원, 심기환, 베이스 연광철, 박종민, 앤드류 갱개스타드(입양 한인), 베이스바리톤 차정철 등이 한인들이 노래했다.
2011년 메트오페라 '나부코' 공연 후 커튼콜에서 테너 이용훈(앞줄 왼쪽에서 두번째)씨와 출연진.
2007년 1월 메트오페라 127년 역사상 최초로 아시안 남녀 주역을 맡으며 역사를 바꾼 이들도 한인 성악가 홍혜경-김우경이었다. 올 2월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의 알프레도 역에 대타로 출연한 테너는 최원휘였다. 한편, 지난해 카운터테너 김강민씨가 런던 로열오페라 사상 최초로 '피가로의 결혼' 중 남성 케루비노 역을 맡아 화제가 됐다. 메트오페라 코러스에도 이승혜, 최미은, 정연목, 이주환, 이요한 등 한인들이 아시아계 중 절대 다수다.
그리고, 2021년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음악감독으로 임명되며, 미 메이저 오페라단 최초의 여성음악감독으로 기록된 김은선 지휘자는 같은해 11월 뉴욕 메트로폴리탄오페라에서 '라보엠'으로 데뷔해 뉴욕타임스의 찬사를 받았다.
재즈계에서는 한인 2세 그레이스 켈리(Grace Kelly, 정혜영, 28)가 빛나고 있다. 12세에 색소폰, 보컬, 작곡, 작사, 편곡까지 겸하며 데뷔하며 '재즈 신동'으로 주목 받은 이후 10개가 넘는 앨범을 녹음해왔다.
메트오페라 하우스에서 정기 시즌을 여는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American Ballet Theatre) 최초의 아시안 수석 무용수는 2012년 서희(Hee Seo). 여기에 발레리노 안주원씨는 솔로이스트, 한상원씨는 ABT의 코르드발레로 활동 중이다. 그런가하면, 김기민(Kimin Kim)은 2015년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 최초의 아시안 최초의 발레리노로 기록됐다. 서희와 김기민은 2015년 메트오페라하우스 무대에서 '라 바야데르'의 남녀 주역으로 공연했다.
2018년 브로드웨이 진출 아시아 여성작가 1호가 된 이영진씨와 연극 'Straight White Men'. Photo: Joan Marcus
브로드웨이로 눈을 돌리자. 2018년 여름 희곡작가 겸 연출가인 이영진(Young Jean Lee)은 브로드웨이의 두터운 장벽을 깼다. 아시안 여성작가 최초로 헤이즈시어터에 작품이 올려졌다. 그것도 아시안 여성 이야기가 아닌 백인 남성들의 이야기를 그린 연극 '스트레이트 화이트 멘(Straight White Men)'. 백인 중심의 극장가, 'The Great White Way'로 불리우던 브로드웨이에 컬러풀한 출사표를 던졌다.
2012년 한인 소녀 장준아양은 브로드웨이 뮤지컬 '애니(Annie)'에 출연했고, 애슐리 박(Ashley Park)은 뮤지컬 '왕과 나'에 출연한 후 '민 걸즈(Mean Girls)'의 주역으로 무대를 활보했다. 그리고, 5월엔 뉴욕시티센터의 앙코르 뮤지컬 '완벽하게 모던한 밀리(Thoroughly Modern Millie)'의 주연으로 캐스팅됐다.
2009년 런던에서 뮤지컬 '왕과 나'에 나란히 캐스팅된 배우 다니엘 대 김과 소프라노 임지현씨.
2009년 런던 로열알버트홀에 리바이벌된 뮤지컬 '왕과 나(The King and I)'에서는 두 한인이 주역으로 캐스팅됐다. 제작팀은 뮤지컬계가 아니라 TV와 오페라에서 적역을 찾았다. ABC-TV 드라마 시리즈 '로스트(Lost)'로 널리 알려진 다니엘 대 김(Daniel Dae Kim, 김대현)이 시암국왕 역으로, 왕비 역은 소프라노 임지현씨가 캐스팅됐다. 할리우드 스타 율 브리너가 맡았던 역을 비로소 아시안이 맡게 된 것이다. 다니엘 대 김은 2009년 당시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왕과 나'는 아시안 남성을 위해 쓰여진 최고의 배역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7년 후 브로드웨이까지 진출하게 된다. 2016년 5월 링컨센터의 비비안보몬트시어터에서 리바이벌된 '왕과 나'에서 한국계 배우 훈 리(Hoon Lee, 이동훈)의 바톤을 받아 다시 시암국왕 역을 맡았고, 이때 왕비 역은 한국계 필리핀 배우 루스 앤 마일스(Ruth Ann Miles)가 캐스팅됐다.
의상 디자이너 윌라 김(Willa Kim, 1917-2016)은 60대에 브로드웨이 뮤지컬 '세련된 숙녀들(Sophisticated Ladies, 1981)'로 첫 토니상을 수상했으며, 1991년 '윌 로저스의 폴리즈(The Will Rogers Follies)'로 두번째 토니상을 품에 안았다. 링컨센터의 뉴욕공립공연도서관(New York Public Library for the Performing Arts)에선 오는 5월 20일부터 5개월간 윌라 김 회고전 'The Wondrous Willa Kim'을 연다. 신세대 의상 디자이너 린다 조(Linda Cho)는 2014년 뮤지컬 '신사의 사랑과 살인 가이드(A Gentleman's Guide to Love and Murder)'로 토니상 의상상을 거머쥐었고,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삼손과 데릴라'의 의상을 맡았다.
2020년 3월 브로드웨이 여성 기금(Broadway Women's Fund)에서 여성의 달을 맞아 브로드웨이에서 주목해야할 여성 50인(50 Women to Watch on Broadway)을 선정했다. 이 50인에 오른 3인의 아시안 조명감독 장지연(Jiyeon Chang), 작곡가 헬렌 박(Helen Park), 희곡작가 셀린 송(Celine Song)이 모두 한인이다.
2015년 크리스티 뉴욕의 단색화 특별전에서.
미술계에서는 2019년 '비디오 아트의 대부' 백남준(Nam June Paik)의 재조명으로 한류가 더 거세졌다. 런던의 테이트 모던(Tate Modern)에서는 지난해 10월 17일부터 백남준 회고전이 대규모로 열렸다. 일주일 후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개막된 레오나르도 다 빈치 사망 500주기와 쌍벽을 이루는 세기적인 아티스트의 회고전이었다. 2011년 이우환(Lee Ufan) 화백은 백남준(2000년)에 이어 구겐하임 회고전의 주인공이 됐다. 그리고, 베르사이유 궁전에 진출했으며, 프랑스 명품 보르도 샤토 무통 로쉴드의 레이블에 담겼다.
그리고, 한국의 단색화가 재발견되며, 뉴욕과 런던을 비롯 세계 파워 갤러리에서 전시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최근 뉴욕의 갤러리 레비고비에선 정상화(Chung Sang-Hwa) 화백의 전시가 열렸으며, 첼시의 데이빗즈워너에선 윤형근(Yun Hyong-keun) 화백, 구겐하임에서는 'Marking Time: Process in Minimal Abstraction'에서 아그네스 마틴과 함께 박서보(Park Seo-Bo) 화백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한편, 2016 구겐하임뮤지엄 휴고보스상을 수상한 아니카 이(Anicka Yi)는 오는 10월 테이트 모던에서 현대 커미션으로 특별전을 연다.
2019 미 최고 권위의 문학상 미도서상을 수상한 수잔 최.
또한, 문학성도 인정받았다. 2016년 한강(Han Kang)의 '채식주의자(The Vegetarian)'가 맨부커상(Man Booker Prize)을 수상했으며, 지난해 브루클린 소설가 수잔 최(Susan Choi)는 신작 '신뢰 연습(Trust Exercise)'으로 미 도서계 최고 영예의 상인 미도서상(National Book Award)를 받았다. 수잔 최의 외할아버지는 일제강점기 영문학자이자 문학평론가였던 최재서다.
시애틀의 시인/번역가 최돈미(Don Mee Choi)씨는 시집 'DMZ Colony'로 2020년 미도서상(National Book Award) 시부문상을 수상했으며, 2021 맥아더 펠로쉽 수상자 25인에 선정됐다. LA의 시인 캐시 박 홍(Cathy Park Hong)은 배우 윤여정씨, 스티븐 연(미나리)과 함께 타임(TIME)지의 '2021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선정됐다.
한편, 서울에서 태어나 세살 때 미국으로 이민온 이창래(Chang-rae Lee) 스탠포드대 교수는 첫 소설 '영원한 이방인(Native Speaker, 1995)'로 헤밍웨이재단/PEN상을 수상했으며, 2011년 '생존자(The Surrendered)'로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서울 출신으로 7살 때 뉴욕으로 이주한 1.5세 소설가 이민진(Min Jin Lee)씨는 장편소설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Free Food for Millionaires, 2007)이 넷플릭스에 의해 TV 시리즈로, 두번째 소설 '파친코(Pachinko, 2017)'는 애플 TV+에서 미니 시리즈로 제작될 예정이다.
그런가하면, 레스토랑업계도 한인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타임지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인물 100인'에 두차례(2010, 2016)나 올랐던 '모모푸쿠(Momofuku)' 레스토랑의 셰프 데이빗 장(장석호)은 세계에 30여개 식당을 운영한다. 데이빗 장은 '요식업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우는 제임스비어드재단상 미 최우수 요리사상(2013)을 비롯, 신인 요리사상(2007), 뉴욕시 최우수 셰프(2008), 뉴 레스토랑(2009) 등 5개 부문을 수상했다.
데이빗 장을 비롯, 코리 리(베누, 샌프란시스코), 로이 최(고기 타코 트럭, LA), 에드워드 리(610 마그놀리아, 루이빌/워싱턴 DC), 미국 동서남북에서 한식의 맛을 전파해온 한인 스타 셰프들이 있다. 여기에 퓨전 사천요리로 스타덤에 오른 입양한인 대니 보윈(미션 차이니즈푸드, SF/뉴욕)까지 가세했다.
2013년 제임스비어드재단상 미 최우수 셰프상을 수상한 데이빗 장.
최근 뉴욕에서 미슐랭 별을 딴 식당도 한인들이 강세를 보였다. 미슐랭 2스타 14곳 중 데이빗 장의 테이스팅 메뉴 식당 '모모푸쿠 코(Ko)', 정식(Jungsik), 아토믹스(Atmoix)가 포함됐으며, 꽃(Cote)과 제주 누들바(Jeju Noodle Bar)는 1스타를 거머쥐었다. 지난해 '요식업계의 오스카'로 불리우는 제임스비어드재단상에선 앤 김(Young Joni, 미네아폴리스), 비벌리 김(Parachute, 시카고), 윤 하(베누, 샌프란시스코), 스튜디오 라이터스(아토믹스, NY)가 메달을 받으며, 한식의 맛을 공인받았다.
한편, 스포츠에서도 한인들은 맹위를 떨치는 중이다. 세계 신기록을 11회 경신한 '피겨 여왕 김연아(Queen Yu-Na)'는 2010년 타임지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인물 100인'에 선정됐다. 특히 골프에서 '태극낭자들'로 불리우는 여성 선수들의 활약은 눈부시다. 지난해 10월 한국 여자 골프선수들이 세계 랭킹 1위(고진영), 2위(박성현), 3위(이정은)를 휩쓸었다. 8위는 박인비 선수였다. 1970년대말 '골프의 불모지' 한국에서 구옥희 선수로 시작, 1998년 US여자 오픈에서 우승한 박세리의 전성시대가 막을 열었다. 그후로 '세리 키즈' 신지애, 박인비, 고진영, 박성현, 이정은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아모레 퍼시픽에서 페이스숍까지 한국의 화장품 브랜드가 맨해튼 삭스5애브뉴 백화점에서 차이나타운, 멀리 사우디아라비아까지 진출하며 'K-Beauty'로 한류에 동참했다. 한국은 또한, IT(정보기술) 선진국이다. 삼성의 갤럭시는 애플의 아이폰과 함께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쌍두마차다. 이제 뭐든지 '한국적인 것(Things Korean)'는 쿨한 매력을 가진 문화, 테크놀로지의 대명사가 됐다.
이 한류라는 '허리케인'의 힘은 어디서 올까? 또한, 한류에 앞서 일찌기 청과상//델리, 세탁업과 네일살롱 사업에서 성공을 거두어온 한인 이민자들의 비결은 무엇일까? 한국문화를 이해하는 코드는 무엇일까? 한국의 아웃사이더이자, 뉴욕의 인사이더로 우리는 누구인가를 다시 생각해보았다. <계속>
박숙희/블로거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후 한양대 대학원 연극영화과 수료. 사진, 비디오, 영화 잡지 기자, 대우비디오 카피라이터, KBS-2FM '영화음악실', MBC-TV '출발! 비디오 여행' 작가로 일한 후 1996년 뉴욕으로 이주했다. Korean Press Agency와 뉴욕중앙일보 문화 & 레저 담당 기자를 거쳐 2012년 3월부터 뉴욕컬처비트(NYCultureBeat)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