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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6) 홍영혜: 라마섬에서 삼천포로 빠지다
빨간 등대 <11> 아시아의 뉴욕, 홍콩 스토리
라마섬에서 삼천포로 빠지다
뉴욕의 거버너즈 아일랜드에서 보는 맨하탄(왼쪽), 홍콩 호텔에서 보이는 빅토리아 하버. 사진: 홍영혜
올해 거버너스 아일랜드의 밤 시간을 개봉하는 마지막 토요일, 야경이 보고싶어 벼르다가 드디어 마지막 배를 타고 섬에 다녀 왔었다. 의자에 앉아서 맨하탄의 스카이 라인과 불빛이 켜진 텐트를 바라보면서 홍콩도 이렇겠지?하고 생각했다. 사실 홍콩은 또 다른 뉴욕같아서 망설였었다. 얼마 전 서울에 가서 가족들과 함께 보내던 중 남편은 홍콩에 출장을 갔다. 남편이 회의를 하는 호텔에서 빅토리아 하버의 경치가 멋지게 보이는데 그만 혹해서, 여행길에 따라 나섰다.
요즘은 여행지를 갈때 미리 공부를 잘 안한다. 현지에 부딪쳐서 그때 그때 자유롭게 다니고, 오히려 다녀와서 궁금한 것을 찾아보게 된다. 꼭 무엇을 보아야 한다는데 얽매이면, 더 많은 걸 놓치는 것 같다. 홍콩에서 살다 온 친구 딸이 아줌마를 배려해 보내준 리스트를 믿는 구석으로 하나 챙겨서 갔다. 간 곳은 노란 서클을 하면서.
10월의 홍콩은 아직 80도를 웃도는 뜨거운 땡볕, 토요일 대낮에 침사추이에 나갔다가 물밀듯한 인파에 시달려 빨리 도망치다시피 스타페리를 타고 호텔로 돌아왔고 ( 밤에 갔으면 좋았을 텐데... 타이밍이 중요한 것 같다), 새벽에 잠이 깨서 근처의 타마 파크에 산책을 나갔는데 호텔 주변이 온통 공사중이어서 뻔히 보이는데도 많이 헤매다 간신히 찾았다. 거리엔 매연, 담배연기등으로 걷고 싶지 않았다. 미슐랭스타 맛집, Kam’s Roast Goose를 오후 3시 가까이엔 괜찮겠지 갔는데, 아직 줄이 길고 밥은 이미 다 팔렸다.
혼자 정신없는 음식점에서 거위고기만 우둑히 먹는 대신 take out 을 해서 빨리 호텔에서 먹어야지 했다. 웬걸, 택시잡기가 너무 힘들고 간신히 잡은 택시는 가까운 거리여서 그랬던지 안간다고 해서 결국 우버를 불러 호텔에 왔을 때는 따끈하고 맛있는 냄새가 나 군침이 돌게했던 거위는 차갑게 식어서 비렸다. 그리고 홍콩은 중국본토에서 온 사람들이 많아져 생각했던 것보다 영어가 잘 통하지 않아 혼자 다니기에 어려움이 많았다. 날씨 좋은 뉴욕의 아름다운 가을을 떠올리면서 이게 웬 고생인가 후회가 되었다.
상담을 할 때, 사람과의 관계에서 힘든 점, 불만인 점을 계속 불평하고 바꾸려는 것보다, 그 사람의 좋은 점 , 장점을 찾아 연결하라고 했던 것이 문득 떠올랐다. 홍콩에서 우물가에 숭늉찾듯 내가 엉뚱한 것을 찾지나 않았나, 홍콩을 예쁘게 봐줄 것이 무엇일까 곰곰히 떠올려 보았다.
밤에 창가에 보이는 빅토리아 하버와 물위에 떠있는 각양각색의 배들, 건물의 불빛들, 야경은 멋지고 아름다웠다. 맨하탄은 남북으로 길쭉해서 하버에 보이는 경치가 짧다면, 홍콩은 양옆으로 넓어 하버 경치가 시원하고 확 뚤리면서, 침사추이가 있는 구룡사이드 건물 뿐아니라 홍콩쪽 건물도 보였다. 홍콩은 70% 이상이 산이라고 하는데 뒷편으로는 산들이 감싸고 있어 하버의 경치를 더 돋보이게 한다. 홍콩하버는 뉴욕하버보다 훨씬 바쁘고 활발해서 보고 있으면 재미가 있다. 스타페리를 탔을때 육지의 허슬버슬에서 벗어나 물위에 펼쳐지는 경치를 보면서, 아 배를 타고 홍콩의 섬들을 다니면 좋겠다 생각이 들었다. “그래, 리스트에도 있는 라마섬!!”
라마섬 소쿠완 부두에서 보이는 해산물 음식점
라마섬은 홍콩의 남서쪽에 위치하고 배를 타고 30분쯤 걸린다. 뉴욕의 거버너스 아일랜드처럼 차가 없고 자전거나 걸어서 다닌다. Lammar Island Walking Tour가 있어 물위에 떠있는 어촌마을도 구경하고, 다문화를 경험할수 있는 색다른 가게들도 보고, 싱싱한 해산물을 잡아서 요리한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고, 미끼를 쓰지 않고 낙시를 하는 것을 체험한다. 6시간 정도 걸리는 투어여서 이 복잡한 홍콩을 탈출하는데 안성맞춤인것 같다. 마침 다음날 투어가 있어 밤늦게 이메일을 하니 등록확인 메일이 왔다.
센트랄 부두 4번 앞으로 아침 일찍 초록우산을 들고 있겠다고 한 가이드는 시간이 지나도 보이지 않고, 핑크셔츠를 입은 한 떼의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전화로 연락하니 투어가 취소되었다고 한다. 확인메일은 자동적으로 나가고 아직 내가 보낸 메일은 받지 않았다고 한다. 피어까지 온 것이 아깝기도 하고, 잔뜩 기대했느데 포기할 수 없어 혼자 라마섬을 가기로 마음 먹었다.
혼자 어드밴쳐를 하려니 심심하기도 하고 겁도 나기도 해서 핑크셔츠 부대중 한 사람에게 말을 붙였다. 메리 앤은 필리핀에서 건강이 불편한 사람들이나 노인들을 돌보는 일을 하러 계약직으로 홍콩에 왔다. 나의 사정을 듣고 그룹리더에게 이야기 하여, 원하면 자기 그룹과 함께 해도 좋다고 하였다. 한달에 한번 모여, 오늘같은 경우 얼마전 홍콩을 강타한 태풍의 피해로 인해 파손된 쓰레기도 줍고 커뮤니티 봉사도 하고 친목을 하는 모임이다. 9월에는 심천의 어뮤즈 먼트 파크에 놀러갔다고 사진을 보여 주었다. 다들 목장갑을 한켤레씩 나누어 주었다.
50명 인파의 그룹에 껴서 와글와글 배를 타는 순간 , 내가 뭔 짓을 한거야, 사람의 인파가 싫어서 한적한 곳에 찾아 온다고 하고선. 메리 앤이 나에게 신경을 써 그룹과 어울리지 못하는 것 같아 내려서는 혼자 산행을 하기로 했다. 배에서 내리니까, 가이드가 추천했던 해산물 음식점이 오른 쪽으로 바로 눈에 보였는데 아직 출출하지 않아 반대편 길을 따라 걸었다.( 지금 생각하면 왜 지도를 보지 않았던고… ) 웅성웅성한 사람들을 멀리하고 한적한 길을 따라 걸어 갔다. 앞에 한 여자가 혼자 걸어 가길래 나도 생각없이 따라 갔다. 섬을 한바퀴 돌면 다 만나는 줄 알고.
처음에는이 빨간 꽃은 무얼까, 내가 좋아하는 관음죽이있네 여유롭게 걷다가, 앞의 여인은 어느덧사라지고 내가 가는 방향으로 가는 사람이 하나 도 안 보였다. 30-40분 걷다보니 땡볕에 지치고 , 않아서 쉴 그늘과 의자는 보이지 않았다. 간혹가다 반대방향에서 오는 사람들 뿐이었다. 얼마나 더 걸어야 음식점이 보일지 배도 고프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지도와 이정표 생각이 났다. 마침 지도가 있어 들여다 보니 근처에 링곡산이 있는데, 그 쪽방면에서 내려오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갔다 오는데 한시간 반 정도 걸린다고 한다. 아래 쪽에 또 다른 부두가 보이는데 , 거기서 배를 타고 에버딘으로 가면 레스토랑이 많다고 전해 주었다. 그제서야 내가 라마섬에서 내려 반대방향 용수완쪽으로 가야 했었음을 깨달았다. 산에 올라가고 싶었지만 햇볕에 몸이 온통 뜨거워져 라마섬은 포기하고 애버딘으로 가는 배가 있는 피어로 내려갔다. 마침 식당이 하나 있어 찬 물병으로 몸을 식혔다.
애버딘으로 가는 배는 작은 배인데 사람이 대여섯 명 그 배에 탔다. 홍콩에선 옥타퍼스 교통 카드를 사면 지하철, 버스, 배 를 이용할 수 있어 편리 하였다. 배꼬리에 탄 아빠와 어린 딸아이가 눈에 들어온다. 아이의 밝은 표정과 아빠의 모습을 보니 좋은 아빠임에 틀림 없는 것 같다. 한참을 아빠와 아이가 노는 정겨운 모습에 눈이 갔다. 출출하여 나의 죠지로시 보온 병에서 따뜻한 물을 부어 차를 마셨다. 비상시에 대비하여 나의 조그만 보온병으로 3코스가 나오는걸 보고 남편은 놀라워 한다. 뜨거운 물만있으면 먼저, 누룽지에 물을 부어 먹고, 그다음에 인스탄트 매생이 국이나 북어국을 먹고 끝으로 쑥차나 돼지감자차를 타서 마시는 걸 보고. 가지고 간 사과 하나를 먹었다. 일단 은 허기가 가시니 살 것 같다. 요즘은 에너지가 쉽게 방전이 되어 밥 때를 놓치면 힘들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 배에서 내리면 무엇을 할까 '10 things to do in Aberdeeen'을 찾아 보니 제일 먼저 'Jumbo Kingdom' 물 한가운데 떠 있는 음식점이 있었다. 우연찮게 오게 된 이 음식점은 중국 궁궐형태로 지어진 세계에서 가장 큰 수상 레스토랑 중의 하나라고 한다. 마침 에버딘 부두에서 바로 음식점으로 태워주는 셔틀 배가 있었다. 홍콩 섬 남쪽의 태풍 피난처 '타이푼 쉘터(避風塘)'는 해산물 식당들로 유명하며, 세계 최대 수상 레스토랑으로 손꼽히는 Jumbo Kingdom도 여기에 위치하고 있다.
혼자 여행 할 때 아쉬운 것은 식사할 때이다. 한상에서 여러 음식을 시켜 나누어 먹는 것을 구경하면서 조촐한 딤섬 샘플러를 먹었다. 새우에 와사비를 넣은 만두가 나의 사이너스를 뻥 뚤어주면서 한번 진저리를 치고 나니 머리가 상쾌해졌다. 오는 길에는 여장부가 모는 삼판배를 타고, 태풍을 피해 작은 배들이 모였있는 배들의 피난처, Typhoon Shelter 도 가까이 보면서 홍콩의 가장 오래된 어촌마을인 에버딘 구경을 했다. 삼판배(Sampan)는 바닥이 편편하고, 생활용품이 배에 실려 있는 것을 보면 여기서 생활을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날은 계획된 Plan A가 가이드가 나오지 않는 바람에 무산되었지만, 계획한 것 보다 더 풍성한 홍콩에서 가장 기억되는 하루 였다. 길에서 만난 고마운 사람들 덕분인것 같다. 혼자 동떨어져 있을 때 그룹에 끼워준 필리핀 친구들 , 라마섬 땡볕에서 헤맬때 에버딘 부두를 알려주었던 여행자, 배에서 만났던 정겨운 아빠와 딸의 모습, 삼판에 안내하여 여사공에게 타이푼 셸터를 구경시키고 부두에 내려주라라고 통역해 주었던 사람, 또 오는 길에 셀폰 배터리가 나갔을 때 버스정류장에서 몇번 버스를 타고 가라고 일러 주면서 가다가, 막 달려와 저 버스도 간다고 알려주었던 여인, 그리고 타보고 싶었던 이층버스를 우연찮게 타고가는데 , 내가 내리는 정류장과 저녁 8시에 홍콩의 건물을 비추면서 하는 Symphony of lights를 잘 볼수 있는 침사추이 음식점을 소개해준 사람… 친절하고 고마운 홍콩에서 마추진 사람들 덕분인 것 같다. 혼자 한 여행이지만 함께 한 여행이다.
PS. 이글을 쓰면서 라마섬에 대해 알수록, 안가본 반쪽 라마섬에 대한 미련이 스물스물 올라온다. 다시 라마섬을 가보고 싶다. 라마섬의 배 노선이 두군데 있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이번엔 용수완 행 페리를 타던지, 아니면 소쿠완에서 왼쪽이 아닌 오른쪽 용수완쪽으로 가서 마을 구경을 하고 싶다. 한시간 반정도 이어지는 트레일을 걸으면서 주민이 사는 아담한 집들과 가게들, 그리고 해변가도 보고싶고, 싱싱한 해산물을 맛보며 페리를 타고 어둑어둑할 때 홍콩으로 돌아오면 멋질 것 같다. 가지 못한 길에 대한 아쉬움일까 아니면 그날 섬을 탈출해 에버딘으로 간 걸 역시 잘했어라고 확인하고 싶어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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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윤발의 고향이라는 라마섬 저도 가보고 싶네요^^ 전 1993년 4월 2주간 홍콩영화제 가서 하루에 4-5편씩 영화만 보느라 구경을 별로 못했어요. 당시 홍콩은 확실히 앞섰더군요. 우린 비퍼를 쓰는데, 대부분 셀폰을 갖고 다녔고, 아무도 요리는 안한다고 할 정도로 Take-Out 식당이 무척 많았어요. 어느날 밤 왕가위 감독의 영화 '열혈남아'(원제 몽콕하문)을 찍었다는 몽콕을 찾아 헤매다가 베트남 식당에 들어가 파이애플에 담아준 볶음밥을 먹었는데, 너무 맛있어서 지금도 침이 고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