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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2) 홍영혜: 원앙(만다린 오리) 찾아 센트럴파크 헤매다
빨간 등대 <12> 늦가을의 세렌디피티
원앙(만다린 오리) 찾아 센트럴파크 헤매다
사진: 홍영혜
센트럴파크의 폰드(The Pond)와 희귀 원앙(만다린 덕)을 소개한 시크릿NYC 트위터 https://twitter.com/secret__nyc
가을의 절정인 10월을 거의 여행지에 있다 돌아오니 뉴욕에서 제일 아쉬운 것이 있다면 센트럴파크의 아름다운 가을을 놓친 것이었다. 내가 없는 사이에 센트럴파크의 남동쪽 코너에 있는 폰드 (The Pond) 에 원앙(만다린 오리, Mandarin Duck)이 나타났다고 해서 화제가 되었었다. 원앙 사진을 보니 진짜 새라고 하기에는 색깔이나 자태가 어찌나 곱던지 인형같았다.
11월에 틈만 나면 원앙을 찾는다고 센트럴파크를 누비고 다녔는데, 아쉽게도 원앙은 보지 못했다. 폰드 사진을 찍은 다음날 새벽 폰드에 원앙이 다시 나타났다는 기사를 읽었다. 원앙 덕분에 늦가을 센트럴파크의 정취를 흠뻑 취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도 북쪽 센트랄 파크 40에이커나 되는 노스우드(North Woods)에서, 로흐(The Loch)의 물길을 따라서 펼쳐지는 아름다운 계곡, 라빈(The Ravine)의 산책길을 찾은 것은 나에게는 세렌디피티(serendipity* 뜻밖의 기쁨)이다.
http://assets.centralparknyc.org/pdfs/maps/Central_Park_Map.pdf
북쪽 센트럴파크는 할렘에 인접해 있는데, 예전에는 밴달리즘이 심하고 공원이 관리가 되지 않아 험하였다. 이제는 할렘도 많이 안전해지고, 디스커버리 센터(The Charles A. Dana Discovery Center)가 있는 할렘 미어( Harlem Meer)도 물가가 깨끗하게 정리되고 조경도 새롭게 하였다. 큰 길에서도 훤히 열려 있어 이곳을 통해 컨서버터리 가든(Conservatory Garden)까지 걸어가는 길은 평온하다. 하지만 40에이커 되는 노스우드는 숲이 깊고 구불구불해 아직 혼자 오기는 겁이 난다. 노스우드는, 램블(The Ramble), 할렛 자연 보호구역(Hallett Nature Sanctuary)과 함께 센트랄 파크에서 가장 와일드한 야생의 자연을 보여주는 나무숲(Woodland)이라고 한다.
The Pool
# Dot 1: 글랜 스팬 아치(Glen Span Arch)
하루는 원앙을 찾으러 106가 입구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다 풀(The Pool)이라고 이름 붙여진 연못에 오게 되었다. 혹시 원앙이 있나 유심히 살펴 보았지만 오리들만 놀고 있었다. 이 연못 바로 옆으로 전에 한 번 온 적이 있는 작은 폭포가 있는 계곡이 보였다. 이곳을 또 와보고 싶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여기서 우연히 마주치니까 너무 반가왔다. 아치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사람들을 보고 저기는 어디로 통할까? 궁금해서 내려가 보고 싶었지만, 그날은 원앙이 나타났던 남쪽 폰드로 향하였다.
# Dot 2: 허들스톤 아치(Huddlestone Arch)
또 하루는 파크 북동쪽 코너 할렘미어(Harlem Meer) 연못가에 가서 원앙을 찾아 보다 래스커 스케이트 장(Lasker rink)을 지나치게 되었다. 뒤쪽 관리하는 장비들이 있는 후미진 곳에 아래 쪽으로 내려가는 길이 보였다. 돌계단이 예사롭지 않아 보이는데, 좀 음산하것 같아 다시 큰길로 나와 걷고 있었다. 그런데 왼쪽으로 어렴풋이 아치와 초록색 표지판이 보여, 뭔가 있는 것 같아 다시 그 곳으로 가니, 마침 한 커플이 걷고 있어 따라 갔다.
허들스톤 아치는 이름처럼 모타르를 섞지 않고 돌끼리 서로 꼭 껴안아서 붙어있는 압력에 의해 지탱되는 칼베르 보( Calvert Vaux)의 멋진 건축공법의 결과라고 한다. 이 곳을 지나가니 물흐르는 소리가 들리고 첫번째의 폭포가 서프라이즈 처럼 기다리고 있었다. 이 폭포가 컨크리트로 벽을 만들고 돌로 자연스럽게 쌓아놓은 인공폭포라는게 믿기지 않았다. 이 곳에는 예쁜 노란 작은 새들도 날라와서 산다. 허밍버드처럼 날개짓을 얼마나 빨리하는지…
폭포를 지나니 물길(The Loch) 양 옆으로 길이 나 있다. 물길 오른쪽은 언덕길인데 걸어가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가다가 다시 돌아 내려와 아래쪽 길로 갔다. 이 물길은 때로는 가는 물줄기가 되었다가, 늪지로 , 또 작은 연못이 되어 이어진다. 이 길로 가면 전날 사람들이 아치 아래로 걸어갔던 곳 (글렌스팬 아치) 과 통할 것 같은데 인적이 없는 곳을 혼자 헤매기 싫어 파크의 동쪽으로 빠져 나와 컨서버토리 가든으로 갔다.
머리 속에는 계속 산책로에 대한 궁금증이 사라지지 않아 집에 와서 산책로가 어떻게 연결되나 책(Seeing Central Park by Sara Cedar Miller)을 찾아 보니 내가 추측한대로 라빈(The Ravine)은 허들스톤 아치(Huddlestone Arch)에서 시작하여 물길 로흐(The Loch)를 따라 글랜스팬아치(Glen Span Arch)를 지나 풀(The Pool)과 만나게 된다.
# 점 잇기 Connect Dot to Dot
이번 추수감사절은 연례없이 영하로 떨어지고 추웠었다. 그 다음날 아직도 영하의 날씨인데 옷을 싸매입고 라빈 산책길이 궁금하여 남편을 앞세워 함께 그 길을 찾아 나섰다. 남편과 함께 가니 두려움없이 자유롭게 노스우드의 깊은 숲속길도 마음껏 돌아다니다가 드디어 두 아치를 연결하는 산책길을 찾았다! 할렘미어의 호수가를 따라서 걷다가 래스커 아이스링크를 지나서 뒷편의 계단으로 내려가 허들스톤 아치를 만난다. 첫번째 폭포를 지나 물길 윗쪽으로 걸으면 두번째 폭포를 만나고 계속 가면 글렌 스팬 아치까지 간다.
거기서 세번째 폭포를 보고 올라가면 옆에 풀을 자연스레 만난다. 이 산책 루트를 거꾸로도 해보았는데 마치 역 방향으로 기차를 탄 것처럼 부자연스럽고 뒤돌아야 폭포와 아치 입구를 보게 된다. 할렘미어에서 출발하는 산책로를 옴스테드도 염두해 두고 있었던 것 같다. 날이 영하로 떨어져 세번째 폭포에는 고드름이 달렸는데도 추운 줄 모르고 노스우드를 맘껏 누볐다.
원앙찾기 게임, 라빈길 찾기 dot to dot(점 이어 그리기) 게임을 하면서 늦가을의 멋진 단풍과 함께 센트럴파크에서 보낸 시간들 행복하다. 멀리 애디론댁(Adirondack)까지 가지않고도, 바로 뉴욕시 한 복판에 바위더미의 척박한 땅을 자연보다 더 자연같은 쉼터로 디자인한 프레드릭 로 옴스테드(Fredrick Law Olmsted)와 칼베르 보(Calvert Vaux)에게 감사하다.
PS.1 뉴욕와서 처음 읽은 소설이 '호밀밭의 파수꾼(The Catcher in the Rye)' 이다. 아들이 고등학교 다닐때 가장 좋아하는 소설책이라고 엄마도 한번 읽어 보라고 했다. 그 때는 미처 읽지 못하고 뉴욕 이사짐을 쌀 때 버리지 않고 챙겨 와 읽었느데 뉴욕의 센트럴파크 이야기도 나온다. 주인공이 "센트럴파크 연못에 사는 오리가 겨울이면 다 어디로 갈까?" 던졌던 질문이 기억이 난다. 구글에서 찾아보니 뉴욕은 얼음이 꽁꽁 다 얼 정도로 추운날이 거의 없어서 표면이 얼더라도 약간의 오프닝만 있었도 물 속에서 먹이를 찾고 따뜻한 곳으로 날아가지 않더라도 살 수 있다고 한다. 삭가닥질 하면서 물 속에서 먹이를 열심히 찾고 있는 오리들을 보니 추운 겨울을 어떻게 날꼬 생각이 난다.
*We Now Know Where NYC's Beloved Mandarin Duck Has Been Going When He's Not In Central Park <Gothamist>
http://gothamist.com/2018/11/26/mandarin_duck_goes_to_new_jersey.ph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