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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묵, 국수, 묵사발, 파스타, 덤플링, 스튜...

이탈리아-스페인-독일-러시아-인디언원주민 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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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acorn) 시즌이다. 동네 상수리(혹은 떡갈나무, oak tree) 아래 녹갈색 낙엽 사이로 도토리들이 깔려 있다. 아낌 없이 주는 나무들이다.

미국에선 대부분 도토리를 다람쥐 먹이로 버려두거나 돼지 사료로 보내지만, 우리 선조들은 예전부터 도토리를 식용으로 즐겨왔다. 서울 강동구 암사동 선사유적지에선 탄화된 도토리가 나왔으며, 창년의 신석기 시대 비봉리 유적터에선 도토리 저장고도 발견됐다.  

 

중국 명나라 이시진의 약초학 연구서 '본초강목(本草綱目, 1596)'에는 흉년에 도토리를 가루로 내어 끼니를 때웠으며, 풍년엔 도토리가 돼지 차지였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 선조 때 허준은 의학서 '동의보감(東醫寶鑑, 1610)'에서 도토리의 성질이 따뜻하고, 맛은 쓰고, 떫으며, 독이 없으며, 설사, 이질을 치료하고, 장과 위를 든든하게 한다고 썼다.  

 

신선한 도토리 열매엔 단백질(3%), 탄수화물(40%), 탄닌(10-20%)를 함유하고 있다. 도토리는 소화 흡수를 도우며, 설사를 그치고, 골격을 튼튼하게 만들어주며, 체중감량에도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탄닌 성분이 많아 과용 시 변비에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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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만드는 도토리묵

 

지금은 수퍼마켓에서 도토리 가루를 사서 쉽게 묵을 만들 수 있다. 예전에는 도토리묵을 만드는 것은 시간, 노동과 정성을 쏟아야 하는 과정이었다. 가을이면 산에서 일일이 도토리를 주워 햇빛에 말린 후 껍질을 까서 절구나 맷돌로 갈고, 물에 담가 며칠간 떫은 맛을 우려내 여러번 즙를 짜내어 앙금을 가라앉혀 말려 얻는 전분가루로 도토리묵(Acorn Jelly)을 만들었다. 양념을 얹어 먹거나, 무침으로, 혹은 묵사발(묵밥), 도토리 냉면, 별미 음식으로 즐겨왔다. 또한, 도토리 가루나 찌꺼기로 국수, 수제비, 부침개도 만든다. 북한에선 도토리술, 도토리 된장, 도토리 떡도 만들어 먹는다고 한다.  

 

그러면, 도토리 레시피는 한국인들의 전유물인가? 그렇지는 않다. 미국의 인디언 원주민으로부터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까지 도토리를 활용한 레시피는 무궁무진하다. 애슐리 아다만트(Ashley Adamant)의 'EATING ACORNS: 60+ ACORN RECIPES FROM AROUND THE WORLD'를 토대로 세계의 도토리 레시피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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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 오일/ 도토리 술/ 도토리 파스타/ 도토리 수프 게임

 

이탈리아의 도토리 요리법 

 

#사르디니아 도토리빵(Sardinian Acorn Bread/ Su Pan'ispeli): 사르디니아섬에서 축제 때 만드는 폴렌타에 가꺼운 빵. 

 

#도토리 케이크(Italian Acorn Cake / Torta di Ghiande): 도토리 가루에 계피, 레몬, 헤이즐넛이나 견과류를 넣어 만든다. 도토리쉬폰 케이크 레시피

 

#도토리 파스타(Acorn Pasta): 도토리 가루와 세몰리나 밀가루를 섞어 반죽해 만든 파스타를 만든다. 소스는 볼로네즈, 브로콜리&크림, 버섯&크림을 추천한다.  

 

 

스페인의 도토리 요리법 

 

#도토리술(Acorn :iqueur/ Licor de Bellota): 도토리 추출액을 농축해 리쿼에 한방울 추가할 수도 있다. 스페인의 고급 레스토랑에선 도토리주를 내놓고 있다. 스페인 작가들은 이를 두고 '도토리 르네상스'라 부른다고. 알콜 농도는 17% 내외. 

 

#오렌지계피 도토리: 도토리를 통째로 혹은 반으로 잘라 오렌지 껍질, 계피, 꿀을 넣어 끓여낸다. 

 

 

독일의 도토리 요리법

 

#도토리 커피(Eratzkaffee): 도토리와 커피는 쓰다. 독일인들은 제 2차 세계대전 때 도토리 커피를 개발했다고 한다. 도토리를 뜨거운 물에 담그어 떫은 맛을 제거한 후 뜨겁게 달군 캐스트아이언 팬에 굽거나 오븐(400도)에서 30분 가량 볶아낸다. 완전히 마르고, 갈색이 되면 커피 그라인더에 갈아 낸다. 1컵당 2스푼이 정량. 

 

#도토리 맥주: 도토리는 단백질과 지방이 주성분인 견과류(호두, 피칸, 아몬드, 헤이즐넛)과 다르며, 오히려 보리와 성분이 비슷하다. 탄수화물 72-80%, 단백질은 8-12%이며, 지방 함량이 적으며, 맥아(脈芽)로 만들 수 있다. 16세기 독일에서 홉(hop, *쓴맛과 향미를 내는 원료)이 유행하기 전 약초와 식물로 만든 맥주(Gruit)를 만들 때 도토리를 사용한 기록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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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불암씨가 진행하는 KBS-TV 다큐멘터리 '한국인의 밥상: 묵'편에 소개된 도토리묵 요리.

다슬기 도토리묵무침/ 도토리묵밥/ 도토리묵 말랭이/ 도토리묵 말랭이 탕수육. 

 

*한국인의 밥상: 한그릇 잘 먹었습니다, 묵! -KBS 다큐멘터리

https://youtu.be/i4NgrHpaaK0

 

 

러시아의 도토리 요리법

 

#도토리밀크 수프(Acorn Milk Soup): 도토리 가루에 우유와 설탕을 넣어 끓인 죽. 

 

#갈루슈키 도토리(Galushki Acorn): 도토리 가루, 샤워크림, 양파를 혼합한 반죽으로 덤플링을 만들어 튀겨낸다. 

 

#도토리 버터 케이크(Cheesy Acorn Cake): 사워크림, 치즈와 도토리가루를 섞어 끓인 후 팬에 부어 지져낸다. 

 

#사과 도토리 푸딩(Acorn Pudding with Apple): 도토리 가루에 사과와 치즈를 넣어 만든 달달한 푸딩.

 

 

인디언 원주민 도토리 요리법

 

#도토리 팬케이크(Acorn Griddle Cakes): 북부 캘리포니아 인디언 원주민(Hupa, Karok, Miwok, Pomo, Yurok)들에게 전해내려온 케이크와 도토리 가루, 베이킹소다, 버터를 섞어 구워낸다. 때로는 밀가루를 섞으며, 베이킹소다 대신엔 나무를 태운 재(ash)나 버터가 없을 땐 히코리 오일을 사용한다. 

 

#아파치 도토리 케이크(Apache Acorn Cakes): 아파치 인디언들이 즐기는 케이크로 도토리가루와 옥수수가루를 반반씩 섞어 만든다. 

 

#도토리 스튜(Tuolumne Acorn Stew): 중부 캘리포니아 인디언 원주민(Yokut, Miwok)의 레시피로 도토리 조각과 버섯 갖은 야채(당근, 셀러리, 양파 등)를 볶은 후 사과주를 넣어 조린 후 월계수잎과 육수를 넣어 끓인 후 수프를 믹서에 넣어 퓨레로 만든다.  

 

현대에 도토리는 와인 제조에서 우유, 식초, 토르티야, 머핀, 후무스, 피클, 된장, 크로켓, 만두, 탕류, 쿠키, 브라우니, 컵케이크, 티라미수, 아이스크림까지 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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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럴파크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 (Northern Red Oak Tree).   

 

*Ashley Adamant, EATING ACORNS: 60+ ACORN RECIPES FROM AROUND THE WORLD

*도토리로 음식 만드는 법 -WikiH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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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kie 2022.11.18 19:50
    10월은 도토리 시즌인가 봅니다. 암스텔담 고흐 뮤지움 앞에 넓은 잔디밭이 있고 가장자리에 도토리나무가 쭉 늘어서 있는데 도토리가 떨어져서 땅에 수북히 쌓여있어서 한웅큼 줏어서 호주머니에 넣었던 기억이 엊그제 같습니다. 이렇게 많은 도토리를 아무도 줏어가지않고 썩히다니 생각하니, 아쉬운 마음이 끝이 없었습니다. 마음먹고 주워 담으면 몇말은 금방 되고도 남을듯 했습니다. 그러나 씨앗은 해외로 반출 할 수 없다고 해서 포기했습니다. 다음에 가면 도토리 가루를 만들어 와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최불암씨가 진행하는 한국인의 밥상을 보았습니다. 도토리로 음식을 만들어서 먹는 아낙네와 촌부들의 소박한 모습은 눈시울을 붉게 했습니다. 최불암씨와 더불어 먹는 정경이 한폭의 그림같았습니다. 배고플 때 양식으로 배부를 땐 간식으로 도토리를 팔방으로 활용했던 여인들의 솜씨가 요즘 요리 전문가보다 월등함을 깨달았습니다.
    외할머니께서 추운 겨울에 씹으면 살어름이 사각사각 소리를 내는 밖에 묻은 독에서 꺼낸 김치를 숭얼숭얼 썰어서 메밀묵과 참기름을 쳐서 무쳐서 내놓으면 순식간에 빈그릇이 됐었습니다. 그 메밀묵 김치무침을 언제 다시 맛볼까를 생각하니 그리움만 가득해 집니다.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