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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g Apple People
2012.03.05 14:22

171개의 얼굴, 사진작가 신디 셔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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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MA 점령한 '사진계의 여신(女神)'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Who is it that can tell me who I am?)” 
 지난 2월 26일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시작된 사진작가 신디 셔만(Cindy Sherman)의 회고전 ‘신디 셔만’은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이 내뱉은 대사 먼저 떠올리는 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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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ntitled #512"  Photo: The Museum of Modern Art  © 2012 Cindy Sherman

 

 

 이번 회고전엔 신디 셔만이 집요하게 자신을 모델로 찍어온 자화상 등 35년간 작업해온 ‘무제(Untitled)’ 171점이 선보인다. 우리는 수많은 셔만을 프레임 속에서 만난다. 그러나, 누가 가장 셔만에 가까운지 우리는 알 수 없다. 셔만은 사진 속에 있지만, 사실 존재하지 않는다. 

 

 셔만은  의상을 고르고, 얼굴을 캔버스 삼아 메이크업을 한 후, 카메라 앞에 선다. 그는 카메라를 피사체를 그대로 담는 도구로 보지 않았다. 사진을 회화, 조각, 설치, 퍼포먼스, 영화 등이 함축된 종합 예술로 승격시켰다. 셔만은 단순한 사진작가가 아니다. 다중의 역할을 하는 아티스트다. 사진가이자 모델이며, 메이크업, 헤어스타일, 패션 코디네이터, 세트디자이너 역까지 도맡아서 한다. 예술의 장르를 오가며 한 프레임 안에 녹여낸다. 카메라의 프레임은 그녀에겐 무대인 셈이다.

 

사진은 또한 가부장적인 사회의 앵글이기도 하다. 셔만은 대중매체가 대량 생산해온 여성의 이미지를 재현함으로써 성차별주의를 공격한다.

 

 현대의 위대한 작가로 공인된 신디 셔만의 171가지 이미지를 본 후에도 우리는 그녀가 누구인지 모른다. 프레임 안과 밖에 있지만, 누구라고 말할 수 없다. 셔만은 우리에게 묻는 것 같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셔만의 MoMA 회고전은 6월 11일까지 계속된다. www.mom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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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elcome to Cindy's World! 18피트 키의 신디 셔만이 센트럴파크 흑백 사진을 배경으로 서 있다.  MoMA 회고전의 팡파레다. Photo: Sukie Park

 

 

 

171명의 셔만 & '샤만'                                                                                                                                                                                                                    

 

 

▶사진 벽화(photographic murals, 2010): 회고전이 열리는 MoMA의 6층 에스칼레이터에 내리면, 갤러리 외관을 도배한 신디 셔만 벽지가 성큼 다가온다. 흑백의 센트럴파크 호수 사진을 배경으로 관람객을 향하고 있는 다섯 명의 셔만은 18ft 장신의 '수퍼 빅' 사이즈다. 자세히 보면, 메이크업 없는 그의 얼굴은 Photoshop으로 매만져 왜곡되어 있다. 눈 사이를 벌려놓았고, 입술을 부풀리는 디지털 성형수술을 거쳤다. 어느 벼룩시장에서 건져온 듯한 의상도 촌스럽다. 미국의 메이저 뮤지엄에서 여성 미술가들의 작품이 소외된 것에 대한 반발일까? 셔만의 ‘핼로윈 데이’ 분장 같은 이번 회고전의 전주곡인 셈이다

 

▶무제 영화 스틸(Untitled Film Stills, 1977–80): 1950-‘60년대 할리우드 필름느와르와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 영화에 등장하는 스테레오타입의 여성 이미지를 촬영한 흑백사진(8x10”) 시리즈 69점. 셔만의 하이라이트 작품이다. 가정주부, 실연한 여인, 섹시한 애인, 히치하이커, 사무직 여성, 사서, 관광객 등 영화로 친근한 여성 69명을 재현했다. 배경은 거의 거세되고, 클로즈업된 얼굴의 묘한 표정이 호소력 있다. 특별히 제목을 붙이지 않은 이유는 ‘무제’의 사진을 통해 관람객의 상상력에 맡긴다는 것. 1995년 12월 MoMA는 이 시리즈 한 세트를 100만 달러에 구입했으며, 2년 후 마돈나의 후원으로 특별전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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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ntitled #6"  Photo: The Museum of Modern Art   © 2012 Cindy Sherman

 

 

▶여자는 누구인가: 셔만은 ‘무제 영화 스틸’ 시리즈에서 영화 속의 상투적인 여성들을 재현함으로써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여성의 정체성에 질문을 던진다. “자라면서 주로 영화에서 봐온 롤 모델을 가지면서도, 동시에 착한 여자가 되어야 하는 ‘성 정체성’의 모호함에서 오는 인물을 선정했다.” 이 작업을 통해 셔만은 대중매체가 우리의 성 역할에 주는 영향에 대해 묻는다. 할리우드 영화, 광고, 패션, 핀업 포스터, 잡지 등에 나타난 여성의 이미지는 가부장적인 사회가 요구하는 여성상이다. 셔만은 그에 대해 반격한다. 자신이 직접 그 이미지로 분하며 열망, 기대, 희생, 그리고 고통이 담긴 자화상을 담아낸다.

 

▶센터폴드(Centerfold/Horizontals, 1981): 포르노와 패션잡지 안에 남성용으로 삽입되는 센터폴드엔 비키니나 누드에 가까운 여성의 이미지가 등장한다. 셔만은 이를 전복시킨다. 옷을 걸쳐 입고 누워있는 모습을 재현한다. 유혹적인 포즈도 있지만, 방금 성폭행을 당한듯한 표정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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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ntitled #264"  Photo: The Museum of Modern Art  © 2012 Cindy Sherman

 

 

▶동화(Fairy Tales & Disasters, 1985-89): 죽음과 부패한 장소를 배경으로 그로테스크한 신체 부위와 괴물의 이미지 담았다. 마네킹과 의대에서 주워온 장기 등으로 동화 속의 폭력과 공포를 표현했다. 셔만은 “AIDS 위기에 자신을 모델로 작업하는 것에 염증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역사 초상화(History Portraits, 1989–90): 셔만이 서양 미술사에 등장하는 귀족, 성직자, 하녀 등의 초상화를 패러디하기 위해 모델로 직접 분했다. 이로써 'History'는 'Herstory'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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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ntitled #216"  Photo: The Museum of Modern Art   © 2012 Cindy Sherman

 

▶옛날의 거장들(Old Mastesr): 라파엘로의 ‘젊은 여인의 초상화(La Fornarina)’에서 렘브란트의 '자화상', 카라바지오의 ‘병든 박카스(Sick Baccus)’와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치는 유디트(Judith Beheading Holofernes), 장 푸케의 ‘멜런의 마돈나(Madonna of Melon)’에서 앵그르의 ‘마담 모이테시어(Madame Moitessier)’까지 가장들의 초상화를 비틀어서 자신을 모델로 작업했다. ‘초상화의 대가’ 앵그르의 의 우아한 중년 여성은 셔만의 사진에선 찰과상을 입은 불쌍한 여인으로 변신한다. 아이에게 젖을 먹이는 모습에서도 셔만은 가짜 젖가슴으로 분장했다.

 

▶광대 초상화(Clowns Portraits, 2003): 셔만이 디지털을 활용하기 시작한다. 디지털 사진술로 배경을 조작할 수 있는 첫 작업이 ‘광대 초상화’ 시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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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ntitled #424"  Photo: The Museum of Modern Art  © 2012 Cindy Sherman

 

 

▶사교계 초상화(Society Portraits, 2008): 아트 콜렉터의 아내, 사교계의 명사 등이 늙어가는 모습으로 변신했다. 미모와 사회적 지위에 집착하고 있는 현대사회에 대한 논평의 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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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ntitled #465"  Photo: The Museum of Modern Art   © 2012 Cindy Sherman
  

 

▶무제(untitled): 영화관의 시네마스코프 같은 6x11ft 사이즈의 ‘무제 #512’에서 셔만은 하얀 샤넬 코트를 입고 등장한다. 배경은 아이슬랜드의 해안가. 셔만은 바위와 파도를 디지털로 붓 터치하듯 처리해 회화의 느낌을 주었다. 영국의 잡지 ‘Pop’을 위해 촬영한 것이다. 그리고 묻는다. 회화란 무엇인가?

 

 

▶회고전의 실종 작품: 이번 회고전에서 셔만이 90년대 작업했던 ‘마스크 시리즈’’호러 시리즈’ ’초현실주의 시리즈’ ’남북전쟁 시리즈’ ’부서진 인형’은 몇 점만이 소개되고 있다. 프랑스 비디오 아티스트 미셸 오더와 이혼할 무렵에 작업한 시리즈다. 너무 자전적이라서인가? 셔만 콜렉터들은 그녀가 분장한 모습을 더 좋아한다. MoMA도 미술계 돈의 흐름에 편승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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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ntitled #175"  Photo: The Museum of Modern Art  © 2012 Cindy Sherman

 

 

▶전시 투어: MoMA 회고전은 6월 11일까지 계속된다. 이어 샌프란시스코현대미술관, 미네아폴리스 워커아트센터, 달라스뮤지엄으로 순회 전시될 예정이다.

 

 

 

 

사진 경매 최고가 셔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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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ntitled #96"  Photo: The Museum of Modern Art © 2012 Cindy Sherman 

 

 

▶세계 최고사진 경매가: 지난해 5월 셔만이 부엌 바닥에 누워있는 ‘센터폴드(centerfold)’ 시리즈(Untitled #96, 1981)이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389만 달러에 낙찰되면서 세계에서 가장 비싼 사진으로 기록됐다. 원래 이 사진의 예상가는 150만-200만 달러였다. 그러나, 이 기록은 6개월 후 뉴욕 크리스티에서 안드레아 거스키의 ‘라인강(Rhein II, 1999)’이 434만달러에 팔리며 깨진다. 1981년 ‘Untitled #96’ 등 12점이 Metro Pictures 갤러리에 전시됐을 때 가격은 점당 1000달러였다.

 

▶셔만 콜렉터: 마돈나, 레이디 가가, 엘튼 존이 신디 셔만의 팬이다. 마돈나는 1997년 MoMA에서 열린 ‘Untitled Film Still’ 시리즈 특별전을 후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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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ntitled #21"  Photo: The Museum of Modern Art © 2012 Cindy Sherman

 

 

 

▶MoMA 회고전 이후: 이제 셔만의 사진값은 껑충 뛸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9일 뉴욕 소더비에선 ‘Untitled Film Still’ 시리즈의 대표작 ‘Untitled #21‘(8x10”)가 나온다. 젊은 사무원이 불안한 표정으로 뉴욕의 고층 빌딩 사이에 서 있는 모습이다. 셔만은 총 10점을 인화했으며, 뒤에 ‘City Girl’이라고 적었다. 경매 예상가는 15만-20만 달러지만, 뉴욕 미술계에선 60만-80만 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1995년 MoMA는 총 69개 '무제 영화 스틸' 시리즈를 100만 달러에 구입했다.

 

▶30년 전의 셔만: 무명 시절, 그러니까 1980년 셔만이 막 ‘무제 영화 스틸’ 시리즈를 완성했을 때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한점 당 50달러에 팔았다. 갤러리에선 200달러로 매겨졌다.

 

▶오늘의 셔만: 아트프라이스(Artprice)에 따르면, 지난해 셔만의 경매 매출액은 1370만 달러. MoMA 회고전으로 올 경매가는 최고 수준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신디 셔만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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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indy Sherman by Cindy Sherman

 

 

 

▶카메라맨 아버지: 그녀의 본명은 신시아 모리스 셔만. 그녀는 뉴요커다. 1954년 뉴저지 글렌릿지에서 태어나 롱아일랜드 헌팅턴에서 자랐다. 아버지의 취미가 카메라 수집과 가족 사진촬영이었다. 때문에 어려서 옷을 차려 입고 카메라 앞에 서는 걸 즐겼다. 하지만, 예쁘게 분장하는 것보다, 할머니로 변장하는 것을 더 좋아했다. 이번 회고전 카탈로그엔 셔만이 11살 때 노인 분장한 사진이 소개되고 있다.

 

▶사진과목 낙제: 1972년 버팔로주립대학교에 들어가 미술을 전공, 자화상과 잡지나 사진에 있는 이미지를 복사하곤 했다. 이때 사진 기초 강의을 들었으나 인화작업의 기술적인 어려움 때문에 F학점을 받았다.

 

▶그림 대신 사진: 1975년 개념미술(conceptual art)를 알게된 후 비로소 자유로와진다. 이즈음 어릴 적 오랜 시간 옷을 차려 입고 변신하던 시절로 돌아가 메이크업과 괴상한 복장으로 외출해 친구들을 만났다. 그리고, 미술보다 사진에서 창작성을 발견하고 마침내 붓을 꺾고 카메라를 들었다.

 

▶내가 모델이다: 대학생 시절인 1975년 ‘Cut out’ 시리즈에서 자신의 사진을 찍은 후 오려내서 종이 판넬에 붙여 전시했다.

 

▶무제 영화 스틸 시리즈: 1977년, 스물세살의 셔만은 뉴욕으로 왔다. 뉴욕 아파트 안, 거리, 롱아일랜드 등지에서 변신한 모습의 자신을 모델로 한 ‘역할 하기(role play)’로 사진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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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ntitled #56"  Photo: The Museum of Modern Art  © 2012 Cindy Sherman

 

 

 

▶앤디 워홀 왈: ‘무제 영화 스틸’을 본 뉴욕의 팝 아티스트 앤디 워홀은 “진짜 배우해도 충분하겠는 걸”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패션 모델: 셔만은 1983년과 1993년 ‘패션 시리즈(Fashion Series)’를 작업했다. 83년 다이앤 벤슨의 위촉으로, 이후엔 콤므 드 가르송과 마크 제이콥스, 발렌시아가의 광고를 위해 작업했다. 2010년부턴 쥬얼리 디자인을 시작했고, 지난해엔 화장품 회사 맥(Mac)의 광고 모델로 등장했다.

 

▶영화감독으로?: 1996년 미라맥스 영화사는 화가 줄리안 슈나벨, 데이빗 살, 로버트 롱고와 함께 셔만을 영화 감독으로 선정했다. 줄거리는 사무직원이 연쇄살인범이 된다는 저예산의 영화였지만 무산됐다. 슈나벨은 후에 뉴욕 화가 장 미셸 바스퀴아의 삶을 그린 영화 ‘바스퀴아’를 연출했다.

 

▶셔만의 동반자: 1984년 프랑스 출신 감독 미셸 아우더와 결혼했으며 99년 이혼했다. 2007년부터 전위적인 그룹 ‘토킹헤즈(Talking Heads)’의 싱어이자 아티스트인 데이빗 번과 사귀고 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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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ntitled #463"  Photo: The Museum of Modern Art   © 2012 Cindy Sherman

 

 

개방시간: 월-목 오전 10시30분-오후 5시, 금요일 오후 8시, 첫째 목요일 오후 8시30분. 추수감사절•크리스마스 휴관. ♤입장료: 성인($25), 65세 이상($18), 학생($14). 금요일 오후 4시 이후는 무료. 11 West 53rd St. www.mom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