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미국 작가를 발굴한다: 휘트니뮤지엄(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미국 미술가들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휘트니뮤지엄(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NEW 휘트니뮤지엄 특별전 '미국은 보기 어려워(America is Hard to See)'
2011년 10월부터 올 1월까지 열린 미 추상 조각가 데이빗 스미스(David Smith, 1906-1965)전 ‘Cubes and Anarchy’에서. Photo: Sukie Park
뉴욕엔 뉴욕현대미술관(MoMA) 외에도 근현대 미술품을 소개하는 뮤지엄이 꽤 있다. 20세기 추상화와 인상파 작품 7000여점을 소장하고 대규모 특별전을 열어오는 구겐하임뮤지엄, 20•21세기 ‘미국’ 미술가들의 작품 1만8000여점을 소장하고 2년마다 비엔날레를 여는 휘트니뮤지엄(The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그리고 현대미술의 최전선에 서있는 뉴뮤지엄까지.
MoMA를 제외한 세 뮤지엄의 차이는 사실 건물에 있다면 농담이 될까?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조각 같은 뮤지엄 자체 건물은 구겐하임의 스타이자 자랑거리다. 매디슨애브뉴의 휘트니는 요새 혹은 감옥같은 빌딩이 특징이다.
휘트니의 주안점은 살아있는 작가를 소개하면서 20세기 초반의 주요 작품을 소개하는 것. 휘트니가 격년제로 열고 있는 비엔날레는 세계 신인작가들의 등용문이다.
휘트니의 '요새 건물 시대'는 2014년 막을 내린다. 전경 사진. SP
1913년 그리니치빌리지의 한 타운하우스에서 시작한 휘트니는 1954년 그리니치를 떠나 MoMA 뒤의 작은 공간으로 이주했다. 66년 이윽고 현재 매디슨애브뉴에 정착하게 된다. 마르셀 브루어와 해밀턴 P. 스미스가 설계한 새 뮤지엄 건물은 이 지역의 타운하우스와 차이가 나도록 화강암 계단 파사드와 거꾸로 된 창문을 주요 디자인으로 세워졌다.
2015년이면 휘트니는 다운타운 시대로 진입한다. 미트패킹 디스트릭트 하이라인 옆에 짓고 있는 렌조 피아노의 새 건물에 새 둥지를 틀 예정이다. 새 뮤지엄 건물의 공사비는 7억2500만 달러, 2008년 휘트니는 레오나드 A. 로더로부터 미술관 사상 최고액인 1억3100만 달러의 기부금을 받았다.
그리고, 휘트니 건물은 현대미술에 취약했던 메트로폴리탄뮤지엄이 최소한 8년부터 장기 대여해 현대미술 전시를 할 계획이다. 이로써 메트, 휘트니, 구겐하임, 그리고 뉴뮤지엄과 갤러리까지 뉴욕은 현대 미술가들의 ‘성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 휘트니에선...
▶야요이 쿠사마(Yayoi Kusama), 물 위의 개똥벌레들(Fireflies on the Water): 1929년 일본에서 태어나 57년 뉴욕에 온 쿠사마는 땡땡이 패턴으로 유명한 미술가다. 7월 12일 휘트니뮤지엄에서 미국 최초의 회고전이 시작된다. 반딧불이(개똥벌레) 설치작 '물 위의 개똥벌레(Fireflies on the Water, 2002)는 그 프롤로그이기도 하다. 1층 갤러리의 조그만 방 문을 열면, 거울과 150개의 컬러조명이 공중에서 반짝거린다. 바닥엔 물이 깔려 있고, 관람객은 바닥에서 2인치 높이에 설치된 데크에서 감상한다. 마치 천체에 들어가 있는듯한 느낌이자, 크리스마스 분위기도 연상된다. Photo: Sukie Park
휘트니는 쿠사마 설치작의 시간대 티켓을 선착순으로 배부한다. 1인씩 들어가 단 60초간 나 홀로 쿠사마의 세계를 음미할 수 있다. 4층에서 열릴 쿠사마 회고전은 7월 12일부터 9월 30일까지 볼 수 있다.
▶샤론 헤이즈(Sharon Hayes).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아요(There’s So Much I Want to Say to You): 1970년생의 헤이즈는 미술가라기보다는 웅변가처럼 보인다. 할 말이 많다는 이 아티스트는 3층 갤러리 중앙에 미국의 선거 캠페인 피켓을 모아 설치했다. 벽엔 말콤 X와 재클린 케네디의 이미지가 붙여져있고, 비디오에선 보통 사람들의 의견이 흘러나온다. 정치와 담론, 그리고 열망 등을 텍스트와 이미지로 드러낸다. 6월 21일부터 9월 9일까지. SP
▶싱귤러 비전(Singular Visions): 휘트니의 영구 소장품 중에서 선별한 이 전시는 미술가 10명의 독특한 시각을 담은 작품을 선보인다. 알렉산더 칼더의 ‘서커스(1926-31/사진)’는 그가 추상조각뿐 아니라 유희적인 서커스단의 인형극 같은 인물들을 코믹하게 보여준다. 아그네스 마틴의 백색 미니멀리즘, 쟈스퍼 존스의 3개 미국기, 잭슨 폴락의 아내였던 리 크래스너의 대형 추상화 , 그리고 조나단 보로프스키의 월 페인팅 등이 흥미롭다. 지난 해 12월 시작된 이 전시는 7월 15일 막을 내린다.
▶에드워드 호퍼 외: 5층 갤러리에서 메자니니로 연결되는 2개의 갤러리에선 에드워드 호퍼의 ‘일요일 이른 아침’과 ‘태양 아래 여인(1961/사진)’ 등 호퍼의 회화 10여 점이 전시 중이다. 갤러리 2에선 조지아 오키프와 아서 도브 등의 추상화를 볼 수 있다.
소장품 하이라이트
조지아 오키프, 음악, 핑크와 블루, 1918
휘트니는 메트나 구겐하임처럼 소장품을 늘 전시하진 않는다. 전시 주제에 따라 순회해서 작품을 건다.
올초에 열린 셰리 레빈 전시는 워커 에반스의 사진, 마르셸 뒤샹의 변기 등을 새로 해석하는 내용이었다. 미술품의 저작권과 창작주의의 경계를 부수는 전시로 이제 작가들은 남들의 것을 베끼되, 독창성을 유지하면 된다는 것을 선언하는듯 했다. 리얼리즘/쉬르리얼리즘전은 살바도르 달리의 초현실주의에서 벗어나 전환기의 이즘을 보여주었다. 스타 화가의 전시도 좋지만, 이런 기획전이 휘트니의 매력이다.
에드워드 호퍼, 일요일 이른 아침, 1930
소장 주요 작가는 알렉산더 칼더, 만 레이, 마크 로츠코, 앤디 워홀, 로버트 라우셴버그, 루이 부르주아, 에드워드 호퍼, 윌렘 드 쿠닝, 잭슨 폴락, 재스퍼 존스, 리 크래스너, 프란츠 클라인, 존 마린, 로버트 마더웰, 스튜어트 데이비스, 아서 도브, 헬렌 프랭켄탈러, 애쉴 고르키, 키스 헤어링, 에바 헤세, 한스 호프만, 바레트 뉴만, 루이스 네벨슨, 브루스 나우만, 그리고 신디 셔만 등이다.
▶티켓 일반($18), 62세 이상, 19-25세, 학생, 18세 이하($12). 금요일 오후 6-9시 맘대로 내세요. 휴관(월•화요일). 945 Madison Ave.@75th St. 212-570-3676. www.whitney.org.
☞거트루드 밴더빌트 휘트니 Gertrude Vanderbilt Whitney
휘트니뮤지엄을 창립한 이는 밴더빌트 가문의 여성 조각가 거트루드 밴더빌트 휘트니(1875-1942)였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그는 철로왕 코넬리우스 밴더빌트의 증손녀다. 뉴욕에서 태어나 학교에 다니지 않고, 가정교사로부터 교육을 받았다. 뉴포트의 궁전 같은 별장 브레이커스에서 휴가를 보내곤 한 거트루드는 스물한살에 갑부 은행가 해리 페인 휘트니와 결혼했다.
거트루드는 젊어서 파리로 여행 다니며, 몽마르트르와 몽파르나스의 화가들과 교제하면서 조각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뉴욕의 아트스튜던트리그에서 수학하고, 로댕 휘하에서도 지도를 받았다. 뉴욕과 파리에 작업실을 두고 양쪽에서 호평을 받은 거트루드는 스스로 화가들의 후원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특히 여성 화가들을 지원하는데 관심을 보였다.
1914년 자신과 남편이 소유한 부동산 중 그리니치빌리지의 타운하우스에 ‘휘트니 스튜디오 클럽’을 설립하고, 미국의 전위적인 무명 화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기 시작했다. 이후 거트루드는 25년간 모든 근대미술작품 700여점을 메트로폴리탄뮤지엄에 기부하려했으나 거절당한다. 왜 그랬을까? 이로써 1931년 클럽을 휘트니뮤지엄으로 발전한다.
1934년 거트루드는 시누이인 글로리아 모간-밴더빌트와 10살짜리 조카 글로리아 밴더빌트를 두고 양육권 분쟁을 벌였다. 이 소녀는 바로 CNN 앵커 앤더슨 쿠퍼의 어머니다. 거트루드는 1942년 67세로 사망해 브롱스의 우드론 공동묘지의 남편 곁에 묻혔다.
거트루드는 1917년 ‘보그’지에 등장했으며, 뮤지엄에 로버트 헨리가 그린 초상화(1916)가 있다. 또한, 크리스토퍼 컬럼버스 기념비를 비롯, 여성 타이타닉 추모비, 제 1차세계대전 추모비 등을 공공 장소에 조각을 남겼다.
@Stop4Eat=휘트니뮤지엄 방문 때는 아침 나절 지하의 레스토랑 ‘언타이틀드(Untitled)’에서 브런치로 시작하는 것도 좋다. 레스토랑 이름이 뮤지엄 답다. 2011년 3월 유니온스퀘어카페, 그래머시 태번, 셰이크 섁 등을 운영하는 식당계의 귀재 대니 메이어가 사라베스(Sarabeth) 자리에 손을 댄 후 미술 애호가들과 이웃의 인기 식당이 됐다. 브런치 메뉴로 허클베리 팬케이크를 추천한다. 쓴 맛의 크리스피 케일 샐러드도 씀바귀를 좋아하는 우리 취향에 맞는다.
점심 때는 오래 기다려야 한다. 단, 때때로 프라이빗 파티로 예고 없이 문을 닫기도 한다. 전화로는 확인되지 않았다. 웹사이트를 참조하는 것이 좋다. 212-570-3670. www.untitledatthewhitney.com.
허클베리 팬케이크. 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