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ma in the City
2013.05.15 20:43
'피에타(Pieta)' 17일 뉴욕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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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맛' '복수는 나의 것' '마더'가 녹아있는 걸작
Money, Family and Faith
PIETA by Kim Ki-Duk
지난해 베니스국제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Golden Lion)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Pieta)’가 17일 뉴욕과 LA에서 개봉된다.
'피에타'는 17일 유니온스퀘어 인근 시네마빌리지(Cinema Village, 22 East 12th St.)에서 개봉된 후 차츰 상영관이 확대될 예정이다.
김기덕 감독은 1996년 ‘악어’로 감독 데뷔한 이래 자작 시나리오, 저 예산의 인디 감독의 길을 걸어왔다. 전수학교 졸업과 정식 영화교육을 받지 못해 한국 주류 영화계에서 떠도는 ‘아웃사이더’였다. 거의 1년에 1편 꼴로 영화를 만들어왔지만, 비평가, 페미니스트, 그리고 관객들로부터 철저하게 냉대를 받았다.
그러나, 유럽과 미국에선 그를 일찌감치 알아봤다. 2004년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사마리아'로, 같은 해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빈 집'으로 잇달아 감독상을 수상했다. 2011년 자전적 다큐멘터리 ‘아리랑’으로 칸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상, 그리고 지난해엔 ‘피에타’로 베니스국제영화제 대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며 유럽의 3대 영화제에서 모두 본상을 받으며 작가로 공인된 유일한 한인 감독이 됐다.
김기덕 감독은 부조리한 사회 속 인간의 본능을 탐구하면서도 서정적인 화면으로 골수팬들을 매혹시켜왔다. 김기덕 식의 잔혹미학은 무언가 불편하게 만드는 성향이 있다.
이탈리아어로 ‘자비를 베푸소서’를 뜻하는 피에타는 기독교 예술에서 성모 마리아가 그리스도의 시체를 안고 비통에 잠긴 모습을 묘사한 작품으로 통한다. 김기덕 감독의 18번째 영화 ‘피에타’는 그 피에타에서 영감을 받았다. 가장 유명한 피에타는 성 베드로성당에 있는 미켈란젤로의 조각 ‘피에타’다.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영화의 배경은 김기덕 감독이 청소년기에 구리박스를 들고 다니며 일하던 청계천이다. 고아로 자라온 강도(이정진 분)는 잔인한 방법으로 채무자들의 협박하며 살아간다. 어느 날 ‘엄마’라는 여인 미선(조민수 분)이 찾아오면서, 강도는 의심을 하면서도 빠져든다. 그녀는 진짜 어머니일까?
강도 역의 이정진은 페미니스트들의 거센 공격을 받았던 ‘나쁜 남자’의 조재현보다 더욱 사악하다. 돈을 둘러싸고 행해지는 폭력의 강도가 거세기 때문이다. 빚을 갚지 못하는 채무자들에 대한 강도의 복수전은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보다 더 가혹하다.
자본주의, 가족, 복수와 구원에 관한 우화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은 상류층의 부도덕성과 위선을 고발하지만, ‘피에타’의 주인공은 청계천에서 사채에 쪼들려 살아가는 이들을 핍박하는 청부업자다. 청계천의 노동자들은 강도의 폭력으로 ‘돈의 쓴 맛’을 음미하게 된다..
하지만, 냉혹한 강도에게도 아킬레스건은 있다. 그건 ‘가족’이다. 생부모를 모르며, 애인조차 없는 강도는 이 시대의 철저한 고아다. 그를 낳았다고 주장하는 여인이 나타나면서 강도의 삶은 통째로 흔들거린다. 강도의 어머니라는 미선은 영화 ‘마더’의 김혜자만큼이나 거룩한 모성애를 보인다.
김기덕 감독이 의도했던 아니던 간에 ‘피에타’는 ‘복수는 나의 것’ ‘돈의 맛’ ‘마더’에 대한 응답처럼 보인다. 여기에 ‘피에타’의 위대한 점은 카르마와 구원까지 설파하고 있다는 점이다.
‘피에타’의 마지막 시퀀스는 영화사상 잊혀지지 않는 장면 중의 하나일 것이다. 잔혹 미학 속에서 발견되는 인간성과 구원을 노래한 김기덕.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를 경배하는 베니스는 한국에서 온 김기덕의 ‘피에타’에 황금사자를 바쳐야만 했던 것이 다. 러닝타임 1시간 28분.
▶Cinema Village: 22 East 12th St. 212-924-3363. ▶상영일정: 1:10pm 3:10pm 5:10pm 7:10pm 9:10pm
☞김기덕 KIM KI-DUK
1960년 경상북도 봉화군에서 태어나 중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실업전수학교를 다니면서 전자공장에서 일했다.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해병대에 자원 입대했고, 제대 후엔 남산의 장애자보호시설에서 전도사로 일하면서 신학교를 다녔다.
백남준의 기사에 영감을 받고 1990년, 서른살에 화가의 꿈을 품고 파리행 비행기를 탔다. 남부 프랑스에 정착, 거리에서 행인들의 초상화를 그려주며 살았다. 그리고 생애 처음 영화를 보게 된다. ‘양들의 침묵’과 ‘퐁네프의 연인들’을 본 후 감독이 되기로 결심한다.
유럽에서 두 차례 개인전을 열고 1992년 귀국, 시나리오 '화가와 사형수'로 시나리오작가협회 대상, '무단횡단'으로 영화진흥공사 시나리오 대상을 수상했다.
1996년 한강에서 자살한 사람들을 건져주고 돈을 받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생을 담은 '악어'로 감독 데뷔.
이후 창녀와 여대생의 삶을 대조적으로 그린 '파란대문'과 여대생을 창녀로 만드는 이야기인 '나쁜 남자' 등으로 인간의 잠재적인 욕망과 폭력을 회화적으로 연출했지만, 페미니스트들의 공격을 받았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2003
2000년 외딴 섬에 고립된 남녀의 이야기를 그린 '섬'으로 베니스 영화제에 초대됐으며 영화 속 시간과 실제 시간을 같게 만든 '실제상황'을 연출했다. 2003년 삶과 욕망을 계절에 은유한 서정적인 작품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으로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았다. 이 영화는 2007년 196일간 미국 내 28개 극장에서 상영되면서 총 238만 달러의 수입을 기록했다. 역대 미국 내 개봉 외국어 영화 흥행성적으로는 '괴물(Host)'보다 앞선 140위다.
2004년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사마리아'로, 같은 해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빈 집'으로 잇달아 감독상을 수상했다. 2012년 18번째 작품 ‘피에타’로 베니스국제영화제 대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신작으로 조재현 주연 ‘뫼비우스’가 완성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