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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국제 갤러리에서 폴 맥카시 개인전 'Paul McCarthy: Cut Up and Silicone, Female Idol, WS'(9/14-10/29)이 열리고 있다. https://www.kukjegallery.com <2017. 11. Update>


폴 맥카시의 '백설공주' 비틀기 

Paul McCarthy, WS 

June 19- August 4, 2013@Park Avenue Arm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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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기창고였던 파크애브뉴 아모리가 갤러리로 전환, 폴 맥카시 생애 최대 전시를 열고 있다. Photo: Sukie Park 


“성인 남자들을 위한 디즈니랜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도발적이며, 음란하고, 변태적인 작가’라는 명성을 누린 아티스트 폴 맥카시(Paul MaCarthy)가 6월 17일부터 8월 4일까지 파크애브뉴 아모리(Park Avenue Armory)에서 생애 최대의 전시 ‘WS’를 열고 있다.


전시 타이틀 ‘WS’는 ‘백설공주(Snow White)’를 뒤집은 것.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가 등장하는 월트 디즈니의 만화를 패러디한 것이다. 



00.jpg NC-17 등급의 'WS'전 안내. 


그러나, 디즈니 애니메이션처럼 어린이용, 가족용 전시가 아니다. ‘WS’는 17세 이하 관람 불가(NC-17, No One 17 and Under Admitted)다.


미술전에 극심한 폭력과 성적이며, 약물 등장 할리우드 영화에 쓰는 등급이 붙여진 것은 무엇 때문일까? ‘WS’전엔 포르노 급 비디오가 크고 작은 스크린에서 마라톤 상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식사 후에 가면, 구토를 할 가능성도 있을 만큼 외설적이다. 


폴 맥카시는 월트 디즈니가 창조한 ‘백설 공주’를 실사 영화로 리메이크, 할리우드의 신화를 산산조각 내고, 성욕이 폭발하는 난장판의 ‘맥카시 랜드’로 재창조하고 있다. 그래서 백설공주(Snow White)는 폴 맥카시의 세계에서 ‘공주백설(WS, White Snow)’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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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l McCarthy, 'WS,' 2013. Courtesy the artist and the Park Avenue Armory. Photo by James Ewing


8800평방피트의 성인 놀이공원


제 7연대 병기창고였던 파크애브뉴 아모리의 8800 평방피트 공간에 들어서면, 나직한 짐승들의 포효 소리가 들린다. 정면엔 할리우드 영화 세트 같은 집이 지어져 있다. 폴 맥카시의 어린 시절 집을 재현했다는 세트는 침실, 키친, 리빙룸 등으로 나누어져 있다. 


집 안은 옷가지와 음식, 술병이 널부러져 있는 난장판 그 자체다. 이곳에 실물 크기의 ‘WS(공주백설)’와 남자가 벌거벗고 죽어 있다. 이 남자가 폴 맥카시이며, 전시 속 이름은 월트 디즈니를 비틀은 ‘월트 폴(Walt Paul, WP)’, WS의 창조주다.


8.jpg 4채널 빅 스크린
Paul McCarthy, 'WS,' 2013. Courtesy the artist and the Park Avenue Armory. Photo by James Ewing


관람객들은 세트의 창문 너머로 백설공주의 집을 구경하게 된다. 창문의 위치에 따라 난장판의 앵글도 달라진다.

‘퍼포먼스’의 시간이 정지된 공간이다.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에서 보는 말끔한 공간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폴 맥카시가 창조한 공간은 훨씬 더 리얼리티에 가깝다. 할리우드가 어디까지나 ‘꿈의 공장’이라면, 폴 맥카시는 ‘악몽’을 재현하고 있는 셈이다.


1.jpg 발코니 뷰.
Paul McCarthy, 'WS,' 2013. Courtesy the artist and the Park Avenue Armory. Photo by James Ewing


중앙에는 ‘에덴의 동산’을 연상시키는 인조 정원이 있다. 30피트 높이의 나무와 컬러풀한 꽃이 조성된 플라스틱 정원은 영화 세트라기 보다는 다분히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놀이 공원에 가깝다. 전시장의 서쪽 벽(파크애브뉴)와 동쪽 벽(렉싱턴 애브뉴)에는 대형 스크린 4개 채널에서 ‘WS’ 실사 영화를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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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쿤스를 조롱한 풍선개 Paul McCarthy, ‘WS,’ 2013. Courtesy the artist and Hauser & Wirth. Photo by Joshua White


‘WS 숲 속에 홀로’ ‘WS 집에 들어가다’ ‘WS 난쟁이들을 만나다’ ‘잠자기’ ‘어린이들의 파티’ ‘디너 파티’ ‘싸움’ ‘댄싱 파티’ 술 파티’ ‘불평의 방’ ‘WS의 죽음’ ‘왕자의 등장’을 제목으로 12편의 단편영화가 7시간에 걸쳐 릴레이로 상영된다.’ 남쪽(66스트릿)의 7개, 북쪽 2개(67스트릿)의 작은 비디오 룸엔 WS와 ‘월트 폴’이 다양한 역할로 등장하며, 성적인 장면을 담은 비디오가 상영된다. 대사는 거의 없지만, 무성 영화는 아니다. 이들의 몸짓 언어는 정글 속 짐승의 언어를 연상시킨다.  


 작은 비디오방엔 월터 폴이 백설공주를 벌거벗겨 놓고 뉘여서 초컬릿을 몸에 바르는 요리쇼(WS WP Cooking Show), 백설공주가 딸, 월트 폴이 영화 제작자로 등장하는 ‘계약(Contract)’, 백설공주가 월트 폴의 아내 역을 맡은 ‘월트와 살기(Living with Walt)’ 그리고, 자위하는 남성의 모습, 정원을 거닐고 있는 남녀 등 장단편 비디오가 상영되고 있다. 


폴 맥카시의 백설공주, WS(엘시 포퍼스 분)는 마릴린 먼로처럼 솜사탕같은 목소리에 천진하지만, 바보스럽지만, 음탕하고, 지저분하기 짝이 없는 여자다. 빨강, 노랑, 파랑 원색의 공주 드레스보다 누드 백설공주가 더욱 편한 여성이다. 


그녀는  난쟁이들 사이에서 유혹녀가 되었다가, 마약이나 알코올 중독자처럼 퇴폐적인 여인기도 하다. 종종 WS는 옷을 벗고, 난쟁이들도 하반신을 벗고 날뛴다. 이들은 UCLA, USC, Yale 윗도리를 입고, 아랫도리를 벗고 돌아다닌다. 제프 쿤스의 ‘풍선 개’ 미니 버전을 만들어 조롱하기도 한다.  



‘백설공주’ 전설 복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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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사 월트 폴(폴 맥카시 분)과 백설공주 WS(엘시 포퍼스 분).
Paul McCarthy, ‘WS,’ 2013. Courtesy the artist and Hauser & Wirth. Photo by Joshua White



폴 맥카시는 이처럼 디즈니의 꿈을 짓밟아 버리는 대형 설치작으로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일까?

여기서 디즈니 만화영화의 원작인 그림 형제의 동화 ‘백설공주’와 그 영감인 독일의 전설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백설공주’는 독일 등 유럽의 전설을 바탕으로 그림 형제가 쓴 동화다. 백설공주의 미모를 질투한 계모 왕비가 공주를 왕궁에서 쫓아낸 후 공주는 숲 속에 버려져 일곱 난장이의 오두막에서 살게 된다. 백설공주가 죽었다고 믿는 왕비는 마법의 거울에 ‘누가 가장 예쁘냐’고 묻지만, 여전히 ‘백설공주’라는 대답을 듣고, 오두막으로 찾아가 독사과를 먹인다. 


난쟁이들은 숨이 멎은 백설공주를 유리관에 눕힌다. 어느 날 숲 속을 지나던 왕자가 백설공주에 반하고, 백설공주는 왕궁으로 옮겨지면서 목에 걸린 독사과가 빠져나오며, 살아난다. 그리고, 공주와 왕자가 결혼하는 날 찾아온 왕비는 처벌받게 된다는 이야기다.


그림 형제의 동화는 전설의 ‘성인급’ 내용을 어린이 독자에 맞게 순화한 작품이다. 원래 구전되어오는 전설 속엔 보다 직설적이며, 음란한 이야기가 있기 마련이다. 


전설에 의하면, 백설공주가 왕과 근친상간 관계에 이르자 친모인 왕비가 공주를 쫓아냈으며, 공주는 숲 속 오두막에서 일곱 난쟁이와 성관계를 갖고 생활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왕자는 원래 시체를 좋아하는 변태 성욕자였으며, 장례식 중 백설공주를 보고 반해 난쟁이들로부터 시체를 산다. 그 후 백설공주와 성관계를 맺다가 우연히 독극물을 뱉어내며 공주가 회생한다는 이야기가 내려오고 있다. 


디즈니의 환상을 산산조각 내는 폴 맥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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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l McCarthy, ‘WS,’ 2013. Courtesy the artist and Hauser & Wirth. Photo by Joshua White


이런 ‘성인용 전설’이 동화로 각색됐고, 할리우드 월트 디즈니 손에서 스토리가 미화됐다.  


폴 매카시는 디즈니의 ‘백설공주’를 패러디하고, 전복시킨다.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태어난 폴 매카시의 청년 시절 꿈은 B급 영화감독이었으며, LA로 간 것도 영화를 공부하기 위해서였다.


이제 그는 미술가로서 디즈니의 유토피아적인 세계관을 흔들면서 대중에게 ‘당신이 즐기고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할리우드의 백일몽이니 깨어나라’고 경고하는 듯 하다. 


디즈니와 그림 형제의 유치한 동화가 갖는 위선을 배격하고, 인간의 본능에 충실한 전설을 복구하는 것이다. 맥카시 버전의 백설공주, ‘WS’는 쾌락의 정원이다. 그리고, 파시즘처럼 인간을 세뇌하는 단일적, 유토피아적 세계관을 미술로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할리우드의 1시간 반으로편집된 순결한 애니메이션은 그에게 허위다. 폴 맥카시는 백설공주의 일상을 쪼개서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세계에 진실이 있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WS'의 세계는 남근 중심의 마초랜드다. 페미니스트들에게 폴 맥카시의 WS 또한 섹시즘의 희생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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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l McCarthy, 'WS,' 2013. Courtesy the artist and the Park Avenue Armory. Photo by James Ewing


▶티켓: $15(일반), $12(학생, 65세 이상, 8인 이상 단체) *17세 이하 입장 불가

▶전시일정: 2013년 6월 19일-8월 4일, 화-목요일 오후 1시-오후 8시, 금요일 오후 1시-오후 10시, 토-일요일 정오-오후 7시. 

▶파크애브뉴아모리: 643 Park Ave.@67th St. http://www.armoryonpark.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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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l McCarthy, ‘WS,’ 2013. Courtesy the artist and Hauser & Wirth. Photo by Joshua White

☞ Paul McCarthy

1945년 솔트레이크시티에서 태어나 유타대학교를 거쳐 샌프란시스코아트인스티튜트에서 학사, LA USC에서 영화, 비디오와 미술을 전공해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4년부터 2003년까지 USC의 교수로 퍼포먼스 아트, 비디오, 설치미술을 강의했다. 2011년 크리스티에서 ‘토마토 헤드(Tomato Head, Green, 1994)’가 456만 달러에 낙찰됐다. LA에서 살며 주로 비디오와 조각 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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