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ater
2013.10.16 21:20
Broadway Beat<8> 브로드웨이의 무서운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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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혹독한 브로드웨이 링에서 자라는 꿈나무들"
Les Enfants Terribles on Broadway
어린이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뮤지컬 '마틸다'의 관객 중 다수도 어린이들이다. Photo: Sukie Park
우리에게도 꿈이 있어요~
지금 브로드웨이 무대를 종횡무진하고 있는 연령층은 누구일까?
소년소녀군단, 아역 배우들이다. 스타를 꿈꾸는 어린이들이 브로드웨이를 누비고 있다.
한인 소녀 장준아(Junah Jang)양이 출연하는 리바이벌 뮤지컬 ‘애니(Annie)’와 영국산 뮤지컬 ‘마틸다(Matilda, The Musical)’는 어린이들이 주인공이다. 2013 토니상 최우수 뮤지컬상 등 6개 부문을 휩쓴 ‘킹키 부츠(Kinky Boots)’는 주인공 롤라가 어릴 적 빨간색 하이힐을 신으면서 구두에 집착하게 되며, 뮤지컬 모타운(Motown, The Musical)’에선 마이클 잭슨과 스티비 원더의 소년 시절이 그려진다. 롱런 뮤지컬 ‘라이온 킹’과 뮤지컬 ‘뉴시즈’에도 아역 배우들이 등장하는 것은 물론이다.
영국산 뮤지컬 '마틸다'는 영국식 액센트가 강한 어린이들이 대거 출연한다. Photo: New York Times
독서광 소녀가 고약한 교사와 맞서 싸우는 ‘마틸다’엔 4명의 주연 배우가 교대로 출연하는 것을 비롯, 무려 16명의 아역 배우들이 돌아가며 무대에 출연한다. 공황기 고아 소녀 애니의 이야기를 그린 ‘애니’에선 애니와 6명의 고아 소녀들 외에 대역까지 10명의 소녀 배우들이 공연하고 있다. ‘애니’의 경우엔 고아 역 배우들이 돌아가면서 대역을 맡고 있다. 장준아 양은 몰리의 역으로 대신 무대에 오르기도 한다.
리바이벌 뮤지컬 '애니'에서 주인공 크로포드를 제외하고 서로 대역을 맡는다. 가운데가 울보 테씨 역의
장준아(Junah Jang). Photo: Joan Marcus
뮤지컬 ‘애니’ 제작팀은 주인공 고아 애니 역에 ‘빌리 엘리엇’에 출연했던 릴라 크로포드(12)를 캐스팅했다. 그리고, 그외 고아 역을 맡을 배우를 찾기 위해 제작팀은 뉴욕과 LA 등 7개 도시에서 오디션을 했다. 온라인 접수를 포함 총 5000여명의 후보자 중 6명을 캐스팅했다. 여기에 미조리주에 사는 11세 한인 소녀 장준아 양이 선발된 것.
미조리에서 뉴욕 브로드웨이로 진출한 '애니'의 장준아양. Photo: Sukie Park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어린이 배우들의 눈부신 활동으로 브로드웨이에 극장에 어린이 배우용 의상실이 마련됐을 뿐만 아니라, 이들이 학교를 빼 먹는 것을 보충해줄 개인교수와 캐스팅 에이전트들이 급증했다. 캐스팅 에이전트 버나드 텔시는 “더 많은 뮤지컬들이 어린이들을 캐스팅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 아역 배우들이 쇼를 이끌어간다”고 밝혔다.
'마틸다'엔 4명의 주연 배우가 교대로 출연한다. 이들은 올 토니상 특별상을 공동으로 받았다.
Photo: Joan Marcus
영국에서 초연된 뮤지컬 ‘마틸다’는 특별한 원칙을 사수하고 있다. 교대로 마틸다 역으로 출연하는 어린이 4명(소피아 제누사, 우나 로렌스, 베일리 리용, 밀리 샤피로)은 인터뷰에도 모두 함께 응해야 하며, 교대로 출연하는 순서도 늘 바뀌어야 한다. 그래서 관객들이 특별히 한 배우를 보기 위해 티켓 사는 것을 방지하게 되어 있다. 이들은 공연 후 팬들에게 사인하는 것도 금지되어 있으며, 배우들이 사용하는 스테이지 도어도 따로 마련되어 있다. 제작자들은 4인 배우들이 과도하게 경쟁하는 것을 피하고,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배려’한 것이다.
마틸다 아역 배우들은 토니상 후보에 공동으로 오르는 대신, 토니상 위원회에 의해 ‘특별상’을 공동으로 받았다. 그러나, 나 홀로 애니 역을 맡은 릴라 크로포드는 토니상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빌리 엘리엇'에 출연했던 릴리 크로포드는 '애니'의 주역으로 발택되어 '투마로우'를 부른다. Photo: Joan Marcus
토니상을 수상한 아역 배우도 있었다. 1991년 뮤지컬 ‘비밀의 화원(The Secret Garden)’에 출연했던 데이지 이건(Daisy Eagan)은 토니상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신경쇠약으로 연기를 중단했다가 2년 전 무대에 복귀해 자전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카바레 쇼를 했다.
스타로 부상한 아역 배우도 있다. ‘섹스 앤더 시티’의 사라 제시카 파커는 뮤지컬 ‘애니’로 연기를 갈고 닦은 케이스다. 파커는 1979년 고아 줄라이 역을 맡다가 전격 주인공으로 발탁되어 제 3대 애니로 1년간 무대에 올랐다.
올 4월 뮤지컬 ‘킹키 부츠’ 오프닝에 참석한 아역 배우들. Photo:Bennett Raglin/Getty Images
그러나, 화려해 보이는 브로드웨이 아역 배우에게 쏟아지는 화려한 조명 뒤에는 고충이 있다.
브로드웨이에 전국 각지에 오디션에서 선발된 아역 배우들은 학교를 중단하고 뉴욕 인근으로 이사오며, 부모 등 보호자도 자식 매니저로 '올 인' 해야한다.
어린이들은 리허설 기간 중 개인 교습을 받고, 공연 중에는 홈스쿨링을 해야 한다. 매일 밤 공연해야 하는 프로페셔널 배우로서 생일파티나 스포츠, 친구 집에서 자는 것 등 정상적인 생활도 포기해야 한다.
'모타운'에서는 어린 마이클 잭슨과 스티비 원더가 등장한다. 어린 배우들은 출연 중 훌쩍 자란다.
그러면, 브로드웨이 아역 배우들은 얼마나 벌까?
뮤지컬 ‘모타운’에서 어린 마이클 잭슨과 스티비 원더 역으로 캐스팅된 레이몬드 루크 주니어(13)는 LA에서 뉴욕으로 이주해야 했다. 아버지 시니어는 아내와 12, 11, 9살 그리고 18개월짜리 아기를 두고, 보호자로 뉴욕에 왔다. 이들은 브루클린에 월 렌트 1300달러짜리 아파트를 구해 브로드웨이로 출근해왔다. 아들이 받는 출연료는 주당 2000달러. 렌트와 유틸리티 345달러, 공연 후 택시값, 식비, 그리고 가족이 뉴욕에 오는데 드는 항공료 등에 지출하다 보면, 남는 게 없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아버지 루크는 극장의 수표원으로 아르바이트를 하기 시작했다.
아버지 루크는 아들의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스파이크 리 감독, 다이애나 로스 등이 보러왔다. 아들에게 더 좋은 기회를 기대하는 것이다.
오프브로드웨이 신작 뮤지컬 '리틀 미스 선샤인'에 캐스팅된 9살 배우 한나 로즈 노버그.
실험적인 오프브로드웨이에도 아역 배우가 진출했다. 11월 중순 공식 개막될 뮤지컬 ‘리틀 미스 선샤인(Little Miss Sunshine)’의 주인공도 어린이다. 주인공 올리브 역은 산타 모니카에 사는 한나 로즈 노버그(9)가 캐스팅됐다. 딸을 미인선발대회에 참가시키려는 가족 여정을 그린 할리우드 영화가 원작인 ‘리틀 미스 선샤인’은 42스트릿 세컨드 스테이지 시어터에서 공식 개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