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A(뉴욕현대미술관) 하이라이트
세계 현대미술의 시작과 끝
MoMA(Museum of Modern Art)
록펠러가의 미술 애호가 애비 앨드리치와 두 여자 친구에 의해 창립됐다. 사진은 그녀의 이름을 딴 조각정원.
오른쪽 인물조각은 'Figurengruppe/Group of Figures', Katharina Fritsch
뉴욕현대미술관, 약칭 MoMA(Museum of Modern Art)로 불리우는 이 뮤지엄은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파워풀한 미술관이다.
MoMA는 1년 내내 오픈한다. 그러나, 입장료($25)가 비싸다. 이는 루브르박물관(9.50유로, 약 12불)의 약 2배이며 공짜 입장인 워싱턴 D.C.의 박물관들이나 런던의 브리티시뮤지엄, 테이트모던과 비교할 때 상당히 높은 가격이다. 하지만, 유니클로(Uniqulo)가 후원하는 금요일 오후 4시 이후부터 8시까지는 입장료가 무료다.
MoMA는 ‘근대 회화의 아버지’ 세잔에서 신상옥 감독의 영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까지 회화•조각•드로잉•사진•디자인•영화 등 근현대미술품 15만점을 소장하고 있다. 회화조각부엔 한인 큐레이터 정도련씨가 전시를 기획하며,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가 제공된다. 셀프 오디오 가이드를 전격 추천한다. 입장 후 오른쪽 데스크에서 한국어 오디오를 픽업할 수 있다. 뮤지엄 큐레이터와 화가의 육성까지 담은 해설이 상당히 유용하다.
특히 MoMA는 여성들의 산고로 탄생한 뮤지엄이다. 뉴욕의 미술애호가 여성 트리오가 뭉쳐 설립한 열매다. 1928년 갑부 존 D. 록펠러의 부인 애비 앨드리치 록펠러와 친구 릴리 P. 블리스, 메리 퀸 설리반이 5애브뉴@57스트릿 코너 빌딩에 공간을 빌려서 시작했다. 월스트릿의 주가 폭락으로 대공황이 시작된 1929년 11월 7일 정식으로 개관했다.
앙리 마티스의 걸작 '댄스'(1909). 마티스가 러시아 거부의 위임으로 그린 작품으로 생트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쥬뮤지엄에도 한 점이 있다.
첫 전시로 반 고흐, 고객, 세잔과 세라를 소개했으며, 1939년 말 피카소 회고전을 열면서 지명도가 높아진다. 1939년 애비 여사의 아들인 서른살의 넬슨이 트러스티 회장이 되어 현재 53스트릿의 부지를 확보했다. 넬슨이 1958년 뉴욕주지사로 선출되면서 그의 아우 데이빗이 회장직을 이어갔다. 데이빗은 링컨센터로 이름이 알려지게될 건축가 필립 존슨에게 어머니의 이름을 딴 조각공원을 뮤지엄 내에 디자인할 것을 의뢰한다. 뮤지엄의 정원인 '애비 앨드리치 록펠러 조각정원'이다.
노후해가던 MoMA는 2002년부터 2년 반동안 일본 건축가 요시오 타니구치의 지휘하에 확장 공사를 거쳤다. 공사비만도 4억2500만 달러가 들어갔다. 2004년 11월 변신한 미술관은 입장료도 이전의 12불에서 20불로 올리며 세계 최고 입장료의 뮤지엄이 됐다. 2011년 다시 성인 티켓가는 25불로 올랐다.
MoMA의 연간 관람객은 250만명에 이른다. 한인작가로는 화가 이우환, 이응로, 설치작가 서도호, 비디오아티스트 조승호씨 등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으며, 이불, 진 신, 바이런 김의 작품이 전시된 바 있다.
입구에서 신분증을 보관하면 한국어 오디오 투어를 할 수 있다. 스마트폰 MoMA 앱(App)으로도 투어가 가능하다. 영구 소장품 감상은 5층의 회화조각 갤러리1의 세잔에서 시작해 4층의 갤러리 2로 내려오는 것이 좋다.
이 뮤지엄은 또한 영화 부서가 강하다. 무성영화를 비롯 고전, 최신, 인디, 다큐멘터리, 단편, 실험영화, 애니메이션까지 전 장르의 영화가 정기적으로 상영되며, 감독과의 대화도 열린다. 이곳에서 임권택, 신상옥, 김기덕 감독의 회고전이, 2010년부터 9월엔 ‘영화(Yeonghwa)’를 타이틀로 한국영화제도 열고 있다.
매년 3월 링컨센터 필름소사이어티와 함께 세계의 신인감독을 발굴하는 ‘뉴 디렉터스, 뉴 필름스’를 열어오고 있다. 박종원 감독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임순례 감독의 ‘세 친구’,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 이명세 감독의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정재은 감독의 ‘고양이를 부탁해’ 김소영 감독의 ‘나무 없는 산’ 등이 초대됐다. 영화 티켓은 뮤지엄 입장하면서 무료로 받을 수 있다.
MoMA 하이라이트 감상
▶빈센트 반 고흐, 별이 빛나는 밤(1889)=MoMA의 공인된 대표작. 이 그림을 보기위해 순례를 오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정신병원 창 밖으로 바라본 밤의 풍경을 그린 고흐의 걸작. 파도가 출렁이는 듯한 밤하늘의 정경이 마술적이며 종교적이다. 무명의 화가로서 남성으로서 좌절을 맛보고, 비극적인 최후를 마친 고흐의 마음이 절절하게 가슴을 후린다.(사진 위)
▶폴 세잔, 목욕하는 사람(1885)=숲이나 호수의 배경이 거세되고 회색빛 배경에서 건장한 청년이 빤스 차림으로 다가오고 있다. 얼굴을 내리깔아서 다행이다. 고전시대의 영웅은 사라졌고, 현실의 남자만 존재한다.
▶구스타프 클림트, 희망(Hope, 1907-08)=마돈나와 오달리스크, 미모의 여인들이 지배해온 캔버스에 임산부가 등장했다. 데미 무어가 임신한 배를 드러내며 잡지 커버에 등장한 것 만큼 충격적이었을 것이다. 여인의 아래엔 떠 다른 세 여인이 있다. 프로이드가 활동하던 시대의 회화 정신분석. 우디 알렌은 영화 ‘앨리스’에서 임신한 호프(미아 패로 분)의 이야기를 그렸다. 미아 패로우는 정신과의사 지나 롤란즈를 만난 후 클림트의 바로 이 그림 앞에서 펑펑 운다. 이 그림의 영향이 아니었을까.(사진 위)
▶앙리 루소, 꿈(1910)=정글 그림만 25점이 있다는 루소의 꿈 속엔 야수들이 뛰어정글에 소파와 그 위에 벌거벗은 여인이 앉아있다. 우체국에서 일하면서 그림 수업을 정식으로 받지 않았다는 루소의 천재적인 상상력에 경배를.
▶살바도르 달리, 기억의 지속(1931)= 이 그림은 정말 작다. 그림 만큼이나 도발적인 인물이었던 초현실주의 화가 달리의 악몽인가. 시계를 녹고있는 카망베르 치즈처럼 표현했고, 그런 시계가 걸쳐있는 이미지는 화가 자신의 옆 모습인듯 하다.(사진 위)
▶메레 오펜하임, 오브제(1936)=당신의 커피 잔에 털이 무성하다면? 구역질이 날 것 같은가? 초현실주의의 악명높은 작품. 메레가 당시 미술계를 지배하던 남성 작가들에게 선언하는 경종일지도 모른다. (사진 아래)
▶바실리 칸딘스키, 에드윈 R. 캠벨을 위한 판넬4(1914)=바이올린도 연주했던 칸딘스키의 리드미컬한 추상화 네 점. MoMA가 ***년 마이애미에서 발견된 나머지 두 점을 경매에서 사면서 한 지붕 아래 네 그림이 모였다.
▶파블로 피카소, 아비뇽의 여인들(1907)=많은 여인들과 장수하면서 다작을 남긴 입체파 피카소의 걸작. 사창가의 여인들이 나체로 관람객을 응시하고 있다. 왼쪽 옆의 여인은 원래 남자였다가 바뀐 것이라고 한다.(사진 위)
▶마르셸 뒤샹, 자전거 바퀴(1951)=변기가 갤러리에 있으면 미술이다. 상투성을 거부하는 작가 뒤샹의 레디 메이드 전복 예술. 우리의 인식세계에 경종을 울린다.
▶앙리 마티스, 빨간색 스튜디오(1911)=색채의 마술사 마티스가 자신의 작업실을 빨간색으로 명랑하게 고백한다. 화가 자신의 미니 회고전이라고나 할까.
▶클로드 모네, 수련(1914-26)=진정한 걸작은 8점의 수련벽화를 둥그런 갤러리에 병풍처럼 전시한 파리 오랑쥬리 뮤지엄 소장 '수련'이다. MoMA의 모네방엔 시력을 잃어가던 노후의 거장 모네가 그림 팔아 번 돈을 지베르니의 정원 가꾸기에 쓰면서 완성한 역작을 볼 수 있다. 모네는 화가가 되지 않았더라면, 정원사(gardener)가 됐을 거라고 고백했다. 삐에르 보나르의 ‘정원이 내려다보이는 다이닝 룸’(1930-31)은 귀여운 게스트다.(사진 위) Photo: Sukie Park
▶잭슨 폴락, 원 번호 31(1950)=드로잉에 열등감이 있었다는 폴락, 페인트통을 들고 캔버스에 올라 춤이라도 춘듯 액션 페인팅의 걸작이다.(사진 아래)
▶앤디 워홀, 황금의 마릴린 먼로(1962)=팝 아트의 선구자 워홀은 캠벨 수프, 엘비스 프레슬리, 모택동도 복사해냈다. 영화 ‘나이애가라’의 홍보를 위한 작품이었다고.
▶로이 리히텐쉬타인, 익사하는 소녀(1963)=만화의 한 프레임을 그대로 옮겨오는 독창적인 화법으로 거장이 된 리히텐쉬타인은 묻는듯 하다. 지금 이 여자애가 익사 중인데, 과연 만화 이야기로만 볼 수 있냐고. 타임스스퀘어 지하철역(S 셔틀 트레인 인근)에 리히텐쉬타인의 벽화를 볼 수 있다. (사진 위)
▶재스퍼 존스, 깃발(1954∼55)=어떻게 한 나라의 국기가 그림이 될 수 있을까? 존스는 숫자, 과녁, 깃발 등 친숙한 것을 캔버스에 담으며 회화의 선입견을 바꾸었다. 그가 성조기를 그리게된 것은 1954년 꿈에서 국기를 본 후였다고 한다.
▶윌렘 드 쿠닝, 여인1(1950-52)=2009년 9월부터 4개월간 MoMA는 추상표현주의 거장 윌렘 드 쿠닝 회고전을 열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태어나 1926년 미국으로 이주, 잭슨 폴락과 양대산맥을 이루었다가 롱아일랜드에서 92세로 사망한 드 쿠닝의 70년 작가생활을 망라하는 작품 200여점이 소개됐다. 한창 추상에 몰두했던 드 쿠닝이 추악한 얼굴의 ‘여인’ 시리즈를 시작하게된 작품이다.
▶앤드류 와이스, 크리스티나의 세계(1948)=메인주에서 태어나 2009년 그곳에서 생을 마친 와이스의 수수께끼 같은 작품으로 5층 엘리베이터 앞에 ‘숨어’ 있다. 황량한 들판에 앉아 언덕 위의 외로운 집을 처절하게 바라보는듯한 여인의 뒷 모습이 궁금증을 자아낸다. 그리고, 절망적인 분위기가 감돈다. 그 여인은 소아마비를 앓는 동네의 여인이라고 한다.(사진 위)
▶아리스테드 마이욜, 강(River, 1938-1948)=조각 정원에 설치된 프랑스 조각가 마이욜의 말년 작품. 로댕의 제자였던 그의 유머 넘치는 조각. 강물에 빠질듯한 제스처의 누드 여인이 코믹하다. 누구를 모델로 했는지 궁금해진다.(사진 아래)
♣개방시간: 월,화, 수, 토, 일 오전 10시30분-오후 5시 30분, 목요일(7/4-8/29) 오후 8시, 금요일 오후 8시. 추수감사절•크리스마스 휴관. ♤입장료: 성인($25), 65세 이상($18), 학생($14). 금요일 오후 4시 이후는 무료. 11 West 53rd St. www.moma.org.
@Stop4Eat=MoMA 안에서 먹거리를 해결할 수 있다. 카페2(2층)에선 이탈리안식 압축 샌드위치 파니니와 파스타, 치즈, 살라미와 이탈리안 와인을 구비하고 있다. 긴 커뮤널 테이블이 이색적이다. 요리사는 린 바운드. 테라스5(5층)의 캐롤앤밀튼페트리 카페는 전망이 좋다. 애비 앨드리치 록펠러 조각가든이 내려다보이는 이 카페는 조지 젠슨 등 덴마크제 가구로 꾸몄다. 계절별 메뉴에 디저트와 와인도 제공한다.
1층의 ‘모던(The Modern)’은 프랑스 알사스 지방 출신인 요리사 가브리엘 크루처가 지휘하는 고급 식당이다. 다이닝룸과 바룸으로 나뉘어 있다. 바룸에선 메뉴가 1, 2, 3로 나뉘어 알사스소시지를 비롯, 프아그라, 랍스터, 슈림프 등을 먹어볼만 하다. 2006년 요식업계의 오스카상인 제임스비어드재단상 최우수 뉴레스토랑, 레스토랑 디자인상을 받았다. 화장실 인테리어도 모던하다. 대만 출신 여성 와인 소믈리에 벨린다 장은 2011년 제임스비어드상 와인상 후보에 올랐다. 그리고 몽키 바로 스카웃됐다. www.modernnyc.com. 212-333-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