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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ropolitan Opera   

L'Elisir d'Amore                                        



오랜만에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에 갔다.
월요일 추첨하는 러시티켓($25)에 당첨되었다. 친구와 함께 일요일 오후를 러시아 출신 소프라노 안나 네트레브코가 출연하는 오페라 '사랑의 묘약(L'Elisir d'Amore)'을 함께 보기로 했다. 오케스트라석 S열에 약간 가장자리로 앵글이 나쁘지 않았다. 오케스트라석이 $100-$300 선이니 25달러에 보는 기분도 상큼했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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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묘약'을 파는 약장수 역의 어윈 슈롯과 아드나 역의 안나 네트레브코. 11월 별거 선언 후 공연하고 있다.
Photo: Ken Howard/The Metropolitan Opera

무엇보다도 이번 '사랑의 묘약'은 무대 위의 드라마를 덤으로 기대할 수 있었다. 
미모와 가창력과 연기에 카리스마까지 겸비한 이 시대 최고의 수퍼스타 소프라너 안나 네트레브코가 지난해 11월 결별을 선언한 전 남편(혹은 파트너)인 우루과이 출신 미남 베이스-바리톤 어윈 슈롯과 함께 출연한다는 사실이다. 이전의 스타 커플 테너 로베르토 알라냐와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 부부를 연상시킨다. 헤어진 커플이 무대에서 공연하는 기분이 어떨까? 망원경을 가져갔다.

2008년 도쿄 투어에서 만나 5살 짜리 아들 티아고를 둔 오페라 스타 커플의  결별 사유가 떨어져서 일하는 스케줄 때문이었다고 했는데, 링컨센터 인근 아파트에서 사는 네트레브코가 헤어진 남편과 로맨틱 코미디 오페라에서 공연하는 것은 인생의 아이러니라는 생각이 든다.

1832년 초연된 도니제티 작곡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에서 안나 네트레브코는 이탈리아 시골의 인기있는 아가씨 아디나, 어윈 슈롯은 '사랑의 묘약'과 만병통치약을 파는 거리의 약장수 둘카마라(자신은 닥터라고 주장하지만) 역으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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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출신 스타 테너 레이몬 바가스.                                       대타로 등장한 이탈리안 테너 살바토레 코르델라.    
                   
토요일(1/25) 오후 1시 공연, 막이 오르기 전 수트를 입은 남성이 무대에 나타났다. 이럴 땐 객석이 긴장된다. 누군가 갑자기 사정에 의해 출연하지 못하거나, 감기 등의 사유로 목소리가 정상이 아니니 양해해 달라는 식의 알림인 'bad news'다. 이날 아디나와 사랑에 빠진 시골 청년 네모리노 역의 테너 레이몬 바가스가 출연을 취소했다. 대신 테너 살바토레 코르델라가 나온다고 알려주었다.

사실 이런 갑작스런 출연 취소가 '스타 탄생'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오페라 공연에는 늘 비상사태를 대비한 대타(understudy)가 있기 마련이다. 이들은 1진 배우가 불가피하게 출연못할 경우를 위해 공연 당일 몇 마일 내에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고. 신인들은 이럴 때 큰 기회를 잡아 스타덤에 이르는 경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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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트오페라 코러스엔 한인들도 많다. 이승혜, 최미은, 이주완씨 등이 활동하고 있다. 망원경으로 한인들의 활동을 가늠할 수 있다.


'사랑의 묘약'은 베르디와 푸치니의 오페라들과 다른 매력이 있다.
일단, 여주인공이 콜걸/코티산(라 트라비아타, 나비부인, 마농 등)도 아니고, 미쳐버리거나(람메르무어의 루치아), 결말에서 죽는 캐릭터(라 보엠, 라 트라비아타, 나비부인 등)가 등장하는 비극이 아니다. 도니제티의 '사랑의 묘약'은 책을 좋아하는 시골 처녀가 자신의 진실한 사랑을 선택하게 되는 해피 엔딩의 러브 스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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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구려 보르도를 만병통치약이자 사랑의 묘약으로 파는 약장수 툴카마라 역의 어윈 슈롯. Photo: Ken Howard

'사랑의 묘약'이 사실 프랑스 와인 보르도(Bordeaux)라는 걸 이번에 알게됐다. 
오페라 '사랑의 묘약'은 변변치 않은 시골 농부 청년이 보르도 한병 마신 후 용기백배해서 사랑하는 여인을 취하고, 갑부까지 된다는 스토리다.  이탈리아 와인 키안티나 바라레스코, 바롤로가 아니고 왜 보르도를 '사랑의 묘약'으로 둔갑시켰을까? 보르도는 그 옛날에도 인기 있었던 모양이다. 외제가 속이기도 좋은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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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의 주인공이 아니라 해피 엔딩의 주인공으로 변신한 안나 네트레브코. Photo: Ken Howard

결국 '사랑의 묘약'은 "용기있는 자가 미인을 얻는다'는 서양의 속담을 입증하는 오페라이기도 하다. 
메트오페라 2시즌 연속 비극 오페라 '안나 볼레나'와 '유진 오네긴'으로 시즌 오프닝을 화려하게 장식한 안나 네트레브코는 아드나 역으로 자신감있는 성량으로 가창력을 발휘했다. 모처럼 긍정적인 여인상에 신나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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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스럽지만 용기있는 장교 벨 코레 역의 바리톤 니콜라 알라이모와 순진하고 용기가 부족한 농부 역의 테너 레이몬 바가스.

마우리지오 베니니가 지휘하는 오케스트라는 발랄한 도니제티의 음악에 맞는 리듬으로 일관성을 유지했다.
브로드웨이 출신 버틀렛 셔의 프로덕션은 이전의 오토 솅크 프로덕션보다 무대가 좁아 보인다. 카드보드 교회 세트를 배경으로 한 이탈리아의 광장(피아짜)은 코러스가 나오면, 콩나물 시루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좀 갑갑하다.  메트 오페라의 공간을 최대한 살린 세트 디자인이 더 좋았을 것 같다.

사실 '사랑의 묘약'의 주인공은 아드나가 아니라 상사병에 걸린 시골청년 네모리노다. 스타 테너 레이몬 바가스 대신 무대에 오른 살바토레 코르델라는 바가스와 유사한 분위기에 목소리는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처럼 섬세한 떨림이 인상적이나 너무 긴장한 탓인지 딱딱하고 연기력이 떨어져 보였다. 노래에 너무 집중하다보면, 연기를 까먹을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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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의 파트너에서 무대의 동료로... 안나 네트레브코가 약장수로 분한 전 남편 슈롯을 지켜보고 있다. Photo: Ken Howard

안나 네트레브코가 아무리 혼신을 다해 노래와 연기를 해도, 상대역과 호흡에 따라 분위기는 달라지는 법이다.
2005년 비엔나 국립 오페라에서 찰떡 궁합인 롤란도 비야손과 공연한 오토 솅크 프로덕션의 '사랑의 묘약'과 비교하면, 메트 바틀렛 셔의 프로덕션은 무미건조했다. 집에서 비엔나 오페라의 '사랑의 묘약'을 틀어보았다.

안나 네트레브코와 롤란드 비야손은 무대에서 찰떡 궁합인 커플이다. 
멕시코 출신 테너 비야손은 몸집은 작지만, 성량이 풍부하며 눈썹까지 총 동원해 채플린처럼 연기한다. 코믹한 연기에 춤까지 겸비한 소화해내는 네모리노 역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네트레브코도 이 프로덕션에서 춤을 추며 무대를 휘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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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비엔나 국립오페라 '사랑의 묘약'에서 롤란도 비야손과 안나 네트레브코.

제 2막에서 롤란도 비야손은 아리아 '남몰래 흐르는 눈물(Una Furtiva Lagrima)'를 부른 후 청중의 앙코르 요청으로 다시 불렀다.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아꼈던 비야손의 재능이지만, 2009년 성대 이상으로 3년간 휴식을 취한 후 컴백했다.


또한, 아드나가 네모리노에게 사랑을 고백한 후엔 키스 씬까지 두 차례 펼쳐진다. 메트오페라의 프로덕션에선 갈대 숲으로 둘이 쓰러지는 장면으로 연출됐다. 두 프로덕션의 느낌이 참 다르다. 내겐 DVD로 본 비엔나 국립 오페라 버전이 훨씬 좋았다. 안나 네트레브코의 매력이 물씬 풍기는 '사랑의 묘약'은 즐겁고 가볍게 볼 수 있는 해피 엔딩 오페라임에 틀림없다. http://www.metopera.org



*공연일정: 1월 29일 오후 8시(러시티켓 29일 오전 10시부터 박스오피스 판매)
 2월 1일 오후 8시(러시티켓 27일 오전 10시-자정 응모, 28일 정오 추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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