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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의 말

 


김정기(시인)
 

땅 속에서 벚꽃이 피어
속삭이고 있다.
진달래의 비릿한 냄새 스며들어
신부를 맞으려고
흙들은 잔치를 벌이고 있다.
작년에 떨어진 봉숭아 씨앗이
겨드랑이로 파고들어
연노랑 웃음을 감추고 있다.
몸 안에 무엇인가 터지는 소리가 들린다.
수 천 년 가두어둔 바람이 새 옷을 준비하고
덜 깬 잠에서 흐느끼고 있는 벌레가
나비의 발음으로 말을 걸어온다.
꿀벌의 몸짓으로 노래 부른다.

지하에 준비된 봄의 언어를
목청껏 뱉어보는 새벽
품에서 자란 새들이 날개를 달고
돌아 올 수없는 시간을 물고
반드시 약속은 지키겠노라는
입춘의 말을 듣고 있다.




Whispers of Early Spring



Jeongki Kim (Poet) 


Cherry blossoms are whispering on the ground
absorbing the fresh aroma of azaleas.
Soils are in a festive mode
to welcome the new bride.

Balsam seeds that fell last year
tickle my underarm,
too shy to show their bright yellow smile.
I can hear the sound of something breaking in my body.
The wind, hidden for thousands of years,
tries a new fashion.

The worm, weeping slowly after waking up
from its long hibernation,
is talking to me with a butterfly's accent
and singing with a honey bee's gesture.

In the early dawn, the birds,
crying out the spring words that were born underground
grown up under my arms,
wear wings and carry time in their mouths.
And they listen to the whispers of early spring, assuring:
I'll keep your promise, I swear.
    


Translated by Sukie Park/ NYCultureBeat


김정기150.jpg 김정기
1970년 “시문학”지로 문단 데뷔, 1975년 시집“당신의 군복” 출간. 1979년 도미. 시집 "구름에 부치는 시""사랑의 눈빛으로" "꽃들은 말한다"수필집 등 다수. 제 13회 미주문학상 수상. 라디오코리아 양서추천 담당 [16년], 현재 뉴욕 중앙일보 문학교실 담당[1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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