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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의 사서함

                                  

김정기



강물이 풀리면 봄이 온다네
샛강이 나은 수많은 바람들이 목을 축이며
찰랑이는 물결 위에 눕네
아무 말이 없어도 몸은 풀리고
허물어지는 살결에 새겨진 이름 석자.

달려오면서도
일그러지지 않은 문패를 곳곳에 달고
잊어버린 주소 앞에 흘러가네.

강기슭에 부대껴 깨어진 물방울끼리 모여
독한 그리움으로 엉겨 붙고
손 놓아준 강물에게 소식을 물어보네.

어디쯤 모래벌에 웅덩이를 파고
함께 흐르지 못하는 외로움도 묻어두고
뒤에 오는 물결에서 번지수를 찾는
봄 편지



Postbox of a River


Jeongki Kim



Spring will come when the river begins to melt,
when the wind blowing above the creeks lies down

on the laughing wavelets and relieves its thirst.
Without words, the river's body begins thawing,
I see a name engraved on the river's crumbling skin.

Flowing down its path
the river is posting intact panels door to door,
flowing by the forgotten address.

After the hardship of winter,
the broken drops are gathering on the riverbank,
joined together with harsh longings.
I ask the lonely water drops, how are you now?

Somewhere
Spring's letter is digging in the sand,
burying the solitude of being alone,
and looks for an address,



Translated by Sukie Park/NYCultureBeat


김정기.jpg 김정기

1970년 “시문학”지로 문단 데뷔, 1975년 시집“당신의 군복” 출간. 1979년 도미.

시집 "구름에 부치는 시""사랑의 눈빛으로" "꽃들은 말한다"수필집 등 다수. 제 13회 미주문학상 수상.

라디오코리아 양서추천 담당 [16년], 현재 뉴욕 중앙일보 문학교실 담당[1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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