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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무-New_Image_standing_sideways_of_ssn.jpg 박수연 한국전통예술협회장의 '승무' 공연. 사진: 이강근



승무(僧舞) 

                                                           


조지훈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네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臺)에 황촉(黃燭)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梧桐)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보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도우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世事)에 시달려도 번뇌(煩惱)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合掌)인 양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우는 삼경(三更)인데,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네라.




The Dance of the Buddhist Nun

                                                            

 

Cho Ji-hoon



The sheer white-silk bonnet is folded neatly into a butterfly. 

Her shorn blue head hidden under the bonnet;

the color of her cheeks pretty enough to make one sad.


In the night, as the wax-candle quietly melts on an empty stage,

the moonlight wilts on every leaf of the pawlonia tree:

her sleeves are long against the broad sky,

her stocking-foot, slim as a cucumber seed, lightly bends and is lifted,

as if to fly as she turns.


Her black eyes rise softly 

to gaze on the starlight in a distant sky, 

two drops on her peach-blossom cheeks smear.

Sin is starlight even in the toil of this mundane world. 


Arms bending, wrapping about, folding then stretching, her hands  

gather as if in a holy prayer from the depth of her heart,

At midnight even the crickets stay up,  

The sheer white-silk bonnet is folded neatly into a butterfly. 



Translated by Kyung-Nyun Richards & Steffen Richards©2013




조지훈.jpg

조지훈(1920~1968)      

호 는 동탁(東卓). 경상북도 영양에서 태어나 어려서 조부로부터 한문을 배운 후 영양보통학교를 다녔다. 1939년 혜화전문학교(현 동국대학교) 문과에 입학, '백지' 동인으로 참여했다. '문장'지 추천으로 등단한 박두진·박목월과 청록파로 활동했다. 조선어학회 '큰 사전' 편찬위원으로 참여했고,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검거되어 신문을 받았다. 8·15해방 후 동국대학교 강사를 거쳐 고려대학교 교수가 후학을 양성했다. 1968년 토혈로 사망했으며, 1972년 서울 남산에 시비가 세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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