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729)
- 강익중/詩 아닌 詩(83)
- 김미경/서촌 오후 4시(13)
- 김원숙/이야기하는 붓(5)
- 김호봉/Memory(10)
- 김희자/바람의 메시지(30)
- 남광우/일할 수 있는 행복(3)
- 마종일/대나무 숲(6)
- 박준/사람과 사막(9)
- 스테파니 S. 리/흔들리며 피는 꽃(49)
- 연사숙/동촌의 꿈(6)
- 이수임/창가의 선인장(149)
- 이영주/뉴욕 촌뜨기의 일기(65)
- June Korea/잊혀져 갈 것들을 기억하는 방법(12)
- 한혜진/에피소드&오브제(23)
- 필 황/택시 블루스(12)
- 허병렬/은총의 교실(102)
- 홍영혜/빨간 등대(70)
- 박숙희/수다만리(66)
- 사랑방(16)
(8) 한혜진: 서울행 비행기에서...
에피소드 & 오브제(3) 서울행 비행기에서...
목적은 '그냥'... 엄마 품같은 고국 방문 길
여행이란 때론 계획적이지 않아도 충분히 즐길 가치가 있다.
도마뱀의 꼬리를 자르 듯, 일상의 지루한 연장선에 쓱 한번 칼을 들이댈 수 있다면 거기서 부터 다시 이어지는 새 꼬리라는 시간은 분명 전과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뉴욕을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 내려다본 도시는 내 발 아래 까마득히 잠기고, 그 육중한 무게를 실은 두 날개는 이내
구름 속으로 진입하였다. 촘촘한 지하철 노선같은 뉴욕의 일상이 정규과목이라면 여행은 꼭 들어보고 싶은 삶의 선택과목이 아닐까?
한 차례의 식사가 끝나고 승무원이 나누어준 입국 신고서를 써 나갈 때에야 비로소 이번 여행의 목적이 '그냥'이란 걸 알게 되었다.
마치 어릴 적 감기에 걸려 입맛이 똑 떨어지면, 만다린 오렌지 통조림을 먹고 기운을 차린 것처럼.. 암만 미세 먼지가 대기층을 뒤덮는다고 해도, 엄마 품과 다름없는 고국 방문은 한 그릇의 닭고기 수프같은 내 몸에 꼭 맞는 민간요법이고 , 난 자연스레 그걸 찾고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내에서 머무는 12시간을 나름 만찬으로 즐길수 있는건 읽을 거리, 볼 거리에 아무런 방해없이 빠져들 수 있기 때문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잘 뜨고 있는 나라 중국, 그 옆에서 특수를 누리고 있는 우리조국 한국, 우리가 가진 전통을 '한류'라는 재생산으로 풀어내고 있는 가속도는 많은 다양성을 생산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뉴욕발 기사에서 에디터들이 즐겨 쓰는 말, '뉴욕에 가신다면 꼭 들러 보시길...'
이 말은 이제 서울을 얘기할 때도 유효한 것처럼 보였다. 난 메모를 하고 있었다.
#1. DDP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자하 하디드의 역작. 3월 21일 개관.
#2. MMCA(국립현대미술관) 관람...
#3. 하정우 전시회
비행기는 정상궤도에 진입한 듯, 유유히 부유했다.
여행, 어쩌면 우연이 만들어주는 기대충족일 수도 있겠다. 그 무위의 손길에 나를 맡기며 잠시 눈을 감았다.
한혜진/수필집 '길을 묻지 않는 낙타'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