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별 헤는 밤/Yun Dongju, Counting the Stars at Night
별 헤는 밤
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있읍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오,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오,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든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잼 (Francis Jammes),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슬히 멀듯이,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나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따는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우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우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게외다.
Vincent van Gogh (Dutch, 1853–1890), The Starry Night, Saint Rémy, June 1889, Oil on canvas, 29 x 36 1/4", MoMA Collection
Counting the Stars at Night
Yun Dongju
In the sky where seasons pass
Autumn fills the air.
And ready I wait without worry
to count all the stars she bears
Now the reason I cannot tally
all the stars impressed on my heart, is
‘cause the morning soon comes,
my youth’s not quite done, and
another night still lays in store
One star for memories, and
One star for loving
One star for melancholy, and
Another for longing
One star for poetry, and
Another for ma, mother,
Mother, I will try to name all the stars after beautiful words:
The names of school friends I sat with, foreign girls like Pae, Kyeong and Oak;
girls who have now become mothers
and other poor neighboring folk; the pigeons, the puppies, the hares, mules and deer,
the names of such poets as Jammes and Rilke.
Yet all of these people so far away now.
And mother, the star,
is in Northern Jiandao
Pining for something
I scribble my name
into a star spattered hill.
Then bury it (again.)
As for the insect who wails through the night
on account of the pain of its name full of shame
But winter will pass bringing spring to my star.
As the tuft grows round gravestones
the grass will abound
where my name has been buried in that star spattered mound.
*translation by Alex Rose
윤동주(尹東柱 1917∼1945)
북간도 명동촌에서 태어나 열두살에 송몽규 등과 문예지 ‘새명동’ 발간. 스물두살 때 조선일보에 산문 ‘달을 쏘다’ 소년지에 동요 ‘산울림’ 발표. 일본 릿쿄대학 영문과 입학, 고시샤대학 영문과로 전학했다. 1943년 독립운동 협의로 일본경찰에 체포됐다가 해방을 6개월 앞둔 2월 16일 큐수 호쿠오카 형무소에서 옥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