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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try Window
2014.05.18 01:31

도종환, 담쟁이/Do Jong-hwan, Iv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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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 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 천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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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y 



Do Jong-hwan


 

At times when we feel that

it is a wall, just a wall,

then

without a word ivy goes climbing up the wall.

At times when we say that

it is a wall of despair

with no drop of water, where not one seed can survive,

unhurrying, the ivy advances.

Hand in hand, several together, it climbs on, a span’s breadth at least.

Until the despair is all covered in green

it grasps the despair and will not let go.

At times when we lower our heads, saying that

the wall cannot be climbed,

one ivy leaf at the head of thousands of ivy leaves

finally climbs the w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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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lated by Brother Anthony/An Sonjae

*Published with permission from Brother Anthony.




도종환.jpg  도종환(1954∼ )
충청북도 청주에서 태어나 충북대 국어교육과와 동 대학원 졸업. 충북 옥천 청산고교 교사직으로 시작, 1984년 동인지 ‘분단시대’에 시를 발표하며 문단에 데뷔. '89년 전교조 활동으로 해직됐다가 '98년 충북 진천군 덕산중학교 교사로 복직. 제 8회 신동엽창작기금, 제 22회 정지용 문학상, 제 5회 윤동주상 문학부문 대상 수상, 제 1회 신석정 문학상 수상. 시집으로 ‘고두미 마을에서’ ‘접시꽃 당신’ ‘지금 비록 너희 곁을 떠나지만’과 산문집 ‘지금은 묻어둔 그리움’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 등이 있다. 2012년 대한민국 제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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