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try Window
2014.05.23 01:43
김정기, 빗소리를 듣는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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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를 듣는 나무
김정기
이제 나무 잎 위를 구르는 빗소리
그 착한 언어의 굴절을 알아듣는다.
몸에 어리는 빗방울의 무늬를 그리며
한 옥타브 낮은 음정에 울음이 배어
수군거리는 천년의 고요 안에
당신의 대답이 울려온다.
밤새 내린 비에 몸 적시고 서서
잎새의 속삭임에 귀 기울여
휘청거리는 나무의 눈물을 당신은 모른다.
혼자만 갈 수 있는 길 위에 비가 내리고
비의 말을 헤아려 일기를 쓴다.
산이 깊을수록 빗소리는 커져서
한줄기 빛이 되는 비밀을 터득하니
먼 곳에서 들리는 몸 떠는 소리를
이제 알아듣는다.
김정기
1970년 “시문학”지로 문단 데뷔, 1975년 시집“당신의 군복” 출간. 1979년 도미.
시집 "구름에 부치는 시""사랑의 눈빛으로" "꽃들은 말한다"수필집 등 다수. 제 13회 미주문학상 수상.
라디오코리아 양서추천 담당 [16년], 현재 뉴욕 중앙일보 문학교실 담당[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