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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의 부엌
2014.06.07 09:54

(7) 아카시아꽃 튀김 들어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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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맛을 지키면서 다양한 시도하고파


키친플로스의 울릉도산 전호나물 튀김 & '봄의 향기' 아카시아꽃 튀김




우선 너무 오랜만에 글을 쓰는 것 같아 독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지난 몇 달 동안 서울에서 새로운 레스토랑, 키친플로스(kitchen flos) 오픈 준비로 바쁜 시간을 보냈다. 오랜만에 한국에서의 레스토랑 오픈이어서 준비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 부었고, 지금도 오픈 초기라 여전히 바쁘게 지내고 있다. 


그 동안 해외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한국에서 오랜만에 요리하면서 느끼는 점들을 독자들에게 이야기해보고 싶다. 요리를 하면서 예전부터 느끼는 점이 있는데, 한국에서 한국음식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나쁜 뜻으로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프랑스 셰프들은 프랑스에서 요리하는 것이 힘들 것이고, 이태리 셰프들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아무래도 자국의 손님들은 음식에 대해서 많이 알 것이며, 맛의 기준도 각기 다를 것이다. 특히나 한국음식은 집집마다 장맛이 다르다는 표현과 같이 발효된 장이나 장아찌류 등이 있기 때문에 그 맛의 차이는 더 할 것이다. 반면에 힘들긴 하지만 자국에서 자국민들에게 인정받는 음식을 만드는 작업은 그만큼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부사진2 (2).jpg 청담동 키친 플로스의 인테리어. Photo: Tony Yoo



이번에 새로 오픈한 키친플로스에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각계 각층의 다양한 손님들이 오고 계신다. 많은 조언들을 해주시는데, 특히나 연세드신 어르신들에게서 음식 괜찮다는 소리를 들을 때 더욱 기쁘다. 아무래도 우리 전통 재래장으로 음식의 맛을 내다보니 구수한 전통의 맛을 느끼셔서 일 것이다. 메뉴를 코스화하고 모던하게 플레이팅을 바꿀 수는 있겠지만 그릇에 담기는 음식만큼은 우리의 맛을 이어나가야 한다. 맛을 지키면서 다양한 시도가 뒷받침이 될 때에 비로소 자국에서 인정받는 요리가 만들어 질 것이고, 그 음식은 세계 어디에서도 통 할 수 있는 자랑스런 우리의 음식이 될 것이다. 


요즘 한식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는 시점에서 한식음식을 하는 셰프로서 가장 아쉬운 점은 다양성의 부재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좀 더 다양하게 한국음식을 맛보며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 식당들이 많아져야 하겠다. 음식도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의 개성이 묻어나는 다양한 스타일이 많아 져야 할 것이다. 한국에서 한국음식을 하기는 힘들지만 한국사람들에게 인정 받고 함께 공감 할 수 있는 우리음식을 만들고 싶다. 


런던에 가기 전에 서울에서 레스토랑을 했었으니 3년 전의 일이다. 지난 3년 동안 필자에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한국도 그런 것 같다. 레스토랑 문화가 많이 발전하고, 좋아졌다는 표현을 하고 싶은데, 전반적인 예약 문화도 많이 자리를 잡았고, 음식이나 식재료에 대한 관심들이 많아졌다. 셰프로서 반가운 일이다. 손님들과 음식이나 식재료 이야기도 함께 할 수 있고, 음식 맛에 대해서도 보다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도 있어서 좋다. 단순히 셰프의 음식에 대해서 맛이 있다 없다가 아니라 ‘왜 맛있는지, 왜 맛이 없는지’를 이야기 해줄 수 있는 손님들이 있다는 건 음식을 만드는 사람에게는 행복한 일이다. 



전호나물 (2).jpg   전호나물튀김 (2)450.jpg

  울릉도 자생 전호나물(왼쪽)을 튀겨서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이른 봄  눈 속에서 올라오는 모습을 표현했다. Photo: Tony Yoo



이번 칼럼부터는 키친플로스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나 제철 식재료, 음식이야기들을 써보면 어떨까 한다. 

한국은 이제 봄이 가고 여름이 오고 있다. 오픈 초기에는 한창 봄이어서 봄나물을 활용한 요리들을 많이 했었다. 다양한 봄나물들을 튀겨서 향긋한 튀김요리를 많이 했었는데, 그 중 전호나물 튀김과 아카시아꽃 튀김은 손님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메뉴들이다. 전호나물은 울릉도에서 자생하는 귀한 나물인데, 땅 속에서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이른 봄 눈 속에서 올라오는 봄을 가장 먼저 알리는 나물이다. 튀김 옷을 입혀서 마치 눈 속에서 올라오는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다.



아카시아꽃튀김 (2)300.jpg 기억의 보관함에서 꺼낸 아카시아꽃 튀김.



봄이면 코끝을 자극하는 아카시아의 향기.  아카시아꽃 튀김은 봄의 향기를 머금은 꽃 튀김이다. 

봄이 오면 산과 들에 아카시아꽃이 만발한다. 어린 시절 바람에 날려 코끝을 자극하는 달달한 아카시아향의 유혹을 참지 못해 나무에 올라 꽃을 따먹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어린 시절 맛의 기억은 오래도록 기록되는 보관함 같아서 시간이 지나도 쉬 잊혀지지가 않는 것 같다. 맛의 기억을 손님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서 아카시아꽃 튀김을 봄 메뉴에 넣었다. 

아카시아꽃은 공기좋고 오염되지 않은 지역에서 직접 채취해다가 요리에 사용했다. 도심에 있는 아카시아는 매연이나 먼지로 오염되어 있기에 음식에 사용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tonyYoo150.jpg 

Tony Yoo 유현수 

키친클로스(kitchen flos, Seoul) 셰프

주영한국대사관 총괄셰프​​ (London, UK)

Executive Chef of Embassy of the Republic of Korea​​ (London, UK)

한국 슬로푸드협회 정책위원​

D6 (전)총괄셰프(Contemporary Local Korean Cuisine)

Executive Chef of Restaurant D6 (Seoul, Korea)

Aqua Restaurant (Michelin Guide Two Stars) (San Francisco, California​)


http://www.cheftonyyoo.com

http://kitchenfl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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