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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교-강물.jpg



If We Could Meet in Water 



Kang Eun-kyo



If we could become water and meet

Wouldn’t any family of drought welcome us?

If we could stand along with tall trees

And flow in roaring rain.


If we could flow endlessly

and moisten the dead root,

lying on the river that deepens alone.

Ah, if we could reach the shy sea

That is still a virgin.


But now

we try to meet in fire.

A bone that has become charcoal

cradles the things still burning in the world.


Beloved, who waits ten thousands Li outside,

Let us meet, after the fire passes by,

in water that flows.


When you come,

come to the spacious, clean sky where footsteps disappeared,

speaking in the sound that fire hisses




*Translated by Dr. Chae-Pyong (“J.P.”) Song 송재평 교수

Korean Poetry in Translation  https://jaypsong.wordpress.com




우리가 물이 되어



강은교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

우리가 키 큰 나무와 함께 서서

우르르 우르르 비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흐르고 흘러서 저물녘엔

저 혼자 깊어지는 강물에 누워

죽은 나무 뿌리를 적시기도 한다면.

아아, 아직 처녀(處女)인

부끄러운 바다에 닿는다면.


그러나 지금 우리는

불로 만나려 한다.

벌써 숯이 된 뼈 하나가

세상에 불타는 것들을 쓰다듬고 있나니.


만 리 밖에서 기다리는 그대여

저 불 지난 뒤에

흐르는 물로 만나자.


푸시시 푸시시 불 꺼지는 소리로 말하면서

올 때는 인적 그친

넓고 깨끗한 하늘로 오라.




강은교.jpg

강은교(1945- )

함경남도 홍원 출생. 연세대 영문과와 동 대학원 국문과 졸업. 1968년 '사상계' 신인문학상에 시 '순례자의 잠' 등이 당선되어 등단. 1975년 한국문학작가상(1975). 현대문학상(1992) 수상. 시집으로 '허무집' '풀잎',  '빈자일기' '소리집'  '붉은 강' '바람 노래' '오늘도 너를 기다린다' '그대는 깊디깊은 강' '벽 속의 편지' '어느 별에서의 하루'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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