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에서 영원으로: 곽선경의
영구 소장품 프로젝트
Sun K. Kwak: New York, Tokyo, Orlando
Sun K. Kwak, Toranomon Hills Mori Tower, 유리, 유성물감, 필름, 2014 Photo: Corey Fuller
화가 곽선경(Sun K. Kwak)씨가 뉴욕, 올란도 및 도쿄에서 영구 작품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곽씨는 도쿄의 복합상업 건물 '토라노몬 힐스'의 모리 타워 프로젝트(Toranomon Hills Mori Tower Project)에 선정되어 지난 6월 개관 때부터 마스크테이프 드로잉 설치작 'Untying Space-Toranomon Hills'를 선보이는 중이다.
곽씨는 "6개의 건물의 기둥역할을 하는 벽을 이용 유리와 물감, 필림등으로 영구 공간 드로잉 작업을 설치, 입구를 들어서면 관람자가 드로잉선의 움직임에 의해 건물 안으로 이끌려 들어오는 느낌으로 새로운 시각 공간을 인지학도록 설치했다"고 밝혔다. 이 프로젝트는 모리 미술관에서 작가를 선정하고, 진행됐다.
Sun K. Kwak, Four Seasons Hotel(올란도,플로리다) 영구소장품 아크릴 물감 작업과정. Photo: Helen Kwon
곽선경씨는 또한 플로리다 올란드의 포시즌 호텔(Four Seasons Hotel) 루프 톱에 자리한 라운지 3개의 벽에 8월 개관 컬렉션으로 공간 드로잉을 설치했다. 곽씨는 "화이트/ 블랙/ 실버 컬러의 공간드로잉을 아크릴 물감으로 작업한 것"이라고 밝혔다. 곽씨의 작품은 8월에 호텔 개관과 함께 소개될 예정이다.
한편, 2011년 뉴욕시 문화국이 공모한 '퍼센트 포 아트, 뉴욕(Percent for Art, New York)'에 선정된 곽씨는 퀸즈 코로나의 공립학교 PS298 건물 외벽에 158 ft x 11 ft 크기의 벽화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 작품은 내년 완성될 예정이다.
호프스트라대 아시아 작가 그룹전에 소개될 곽선경씨의 '쌍둥이(Twins)' 2004
이와 함께 곽씨는 9월 2일부터 12월 10일까지 롱아일랜드 헴스테드의 호프스트라대학교 내 에밀리 로우 갤러리(Emily Lowe Gallery)에서 열리는 아시안 작가 그룹전 'Past Traditions/New Voices in Asian Art'에 참가한다. 이 전시에는 아이 웨이웨이, 수 빙과 문지하씨 등 한국과 중국을 비롯, 일본,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계 작가들이 초대됐다.
숙명여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곽씨는 뉴욕대 대학원에서 스튜디오아트를 전공했다. 2001년 퀸즈뮤지엄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2006년 광주비엔날레에 초대됐었다.
2009년 3월엔 브루클린뮤지엄서 한인 최초로 개인전 ‘곽선경: 280시간을 감싸안기(Sun K. Kwak: Enfolding 280 Hours)’를 열었다.
곽선경 Sun K. Kwak
무(無)에서
출발해 무(無)로 복귀하기
곽선경씨, 2006
*이 인터뷰는 2009년 2월 17일 뉴욕중앙일보에 게재된 기사를 보완한 것입니다.
오는 3월 27일부터 브루클린뮤지엄에서 마스킹테이프로 대형 벽화를 선보일 곽선경씨는 화가의 전통적인 재료 세 가지를 거부했다.
캔버스와 물감, 그리고 붓과 결별을 선언한지 14년째, 그가 만끽해온 것은 미술가로서의 해방감이다. 이번 달초부터 조수 3명과 브루클린뮤지엄에서 마스킹테이프(*페인트가 쓸데없이 다른 곳에 칠해지지 않도록 그 가장자리에 붙이는 보호 테이프)로 작업 중인 곽선경씨를 만났다.
Sun K. Kwak, Enfolding 280 Hours, Brooklyn Museum, March 2009
몸으로 그리는 그림
그리는 행위, 그 몸짓을 가장 직접적인 생동감으로 포착하고 싶었지요. 그리고 어느날 매스킹테이프가 떠올랐습니다.
숙명여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곽씨는 한국에서 배운 것을 훌훌 털어버리고 뉴욕에서 새로 시작하고 싶었다. 뉴욕대학원에 진학해 물감과 붓 대신 철사로 공간 드로잉을 하고, 캔버스는 톱질해서 자른 후 펼쳤다. 2차원에서 탈피한 곽씨의 화두는 재료와 자신이 합일이 되어 공간의 보이지 않는 여러 에너지들을 선을 통해 조율하며 새로운 시각 공간으로의 탈바꿈이었다.
1995년 작업실에 버려져있던 마스킹테이프가 문득 새로워 보였다. 그길로 차이나타운에 가서 값싼 검정색 마스킹테이프를 사갖고 돌아와 빌딩 벽에서 계단, 난간, 소화전 위에 테이프를 찢어붙이며 홀로 ‘드로잉 퍼포먼스’를 했다.
곽선경씨
이때 마치 잉크가 손끝에서 나오며 그려나가는 것 과 같은 자유로움을 느꼈다.
그후로 곽씨에겐 모든 장소가 잠재적인 캔버스가 된다. 영혼을 담아서 나오는 손끝은 붓이, 붙임성이 강한 마스킹테이프는 물감이 됐다. 건축물은 유구하지만, 테이프는 일회성 소모품이다. 이 둘의 기묘한 교감으로 곽씨의 독창적인 드로잉이 탄생한 것이다.
Sun K. Kwak, Untying Space (2007). Black masking tape drawing. Installed at Sala Alcala 31, Madrid.
동양적 기(氣)의 흐름
들쭉날쭉하고 정교한 검은 선들이 이어지는 곽씨의 마스킹테이프 드로잉은 크기 만큼이나 스펙터클하다.
하얀 벽과 마룻바닥, 창문과 빌딩 벽은 춤추는 듯한 선(線)을 만나 교합하는 듯 리드미컬한 에너지를 분출한다. 선들은 때로 파도나 바람, 물줄기처럼 관람자를 압도하며, 나이테나 뿌리 혹은 잔잔한 호수의 파문처럼 적막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서예의 일필휘지를 연상시키는 수많은 선들은 정중동의 선(禪)의 세계로 인도하게 된다. 관람자들은 스펙터클한 공간 드로잉 속을 거닐며 명상이나 유희를 할 수 있다.
그림의 기본인 선을 추구하는 곽씨의 작품은 설명이 필요하지 않는 원초적인 소통을 가능케했다. 남녀노소 모두 체험할 수 보편적인 그림이 된 이유이기도 하다.
Sun K. Kwak " Dual Force",The New Art Gallery, Walsall, U.K. 2010 Photo: Hannah Anderson
생로병사(生老病死)의 설치미술
"한 프로젝트가 완성될때면 지문이 없어질 정도로 노동직약접인 작업이기에 체력관리와 식이요법에 신경을 씁니다."
마스킹테이프를 쓴지 14년째, 곽씨는 아직도 공사장의 인부처럼 일한다. 건물 바닥에서 벽, 천장, 때로는 유리창 안팎과 건물 외관까지 테이프로 감싸며 포옹하면서 순간순간 희열감을 느끼는 것이 보상이라고나 할까.
“공간에 처음 들어서면 공포감도 있지요. 미아가 된 기분이기도 하구요. 작업을 하는 동안엔 철저하게 마음을 비우고, 저와 마스킹테이프와 선의 합일(合一)을 추구합니다.”
Sun K. Kwak, One Hundred Hours of Conversation, Chi Contemporary Art Gallery, Brooklyn, 2004
일주일에서 때론 몇 달까지 시간•공간과 씨름하며 완성한 드로잉은 전시가 끝나면 곧 폐기처분되어야 할 운명에 처한다.
"작품이 그 존재의 시간을 다하는 순간입니다. 빈공간에서 자라나 수명을 다하면 폐기 되는 것이지요. 그 시간적 유한성이 우리 인생과도 닮았습니다. 또한 무에서 시작해 무로 돌아간 후엔 그 공간에 함께한 이들의 기억속에 영원한 흔적을 남기게 되지요."
Sun K. Kwak, Untying Space, Gwangju Biennale, 2006 Photo: Youngha Cho
입구부터 흘러나오는 연기 혼과같은 작품이 너무 멋지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