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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김미경: 빨래 널기 좋은 날
서촌 오후 4시 (11) 빨래가 걸린 풍경
빨래 널기 좋은 날
오늘 햇살이 쨍쨍하니 넘 좋았다. 이런 날은 빨래를 널어 말려야 하는데….
좋은 가을 햇빛에 널어 빳빳하게 마른 빨래를 걷을 때의 상쾌함이란. 그런데 빨래를 밖에 널어 말리던 풍경이 급격히 사라져 버렸다.
Meekyung Kim
미국에서는 더했다. 한국에서는 집안에서라도 빨래걸이에 걸어 말리지만, 미국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집에 세탁기와 함께 드라이기가 있다. 빨래는 당연히 드라이기에 넣어 말리는 걸로 생각한다. 동네 곳곳마다 있는 세탁방에도 세탁기와 드라이기가 함께 있어 세탁을 마친 빨래는 드라이기에서 말려 개켜 집으로 가져간다.
햇빛에 말려 빳빳하고 보송보송한 빨래와는 달리 드라이기에서 말린 빨래들은 흐믈흐물하다. 팔랑팔랑 빨랫줄에 빨래를 너는 풍경은 당췌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빈민층 지역에서는 밖에 널린 빨래들을 종종 볼 수 있었다.
한국에서도 대형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베란다에 빨랫대를 세우거나 빨랫줄을 걸어 말리게 됐다. 짱짱한 햇살과 선선한 바람에 빨래를 말리는 풍경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데 또 신기하게도 빈민층 지역으로 가면 빨래를 밖에 널어 말리는 풍경이 자주 발견되는 거다.
빈촌과 부촌이 딱 마주보고 앉아 있는 성북동에 스케치 갔을 때였다.
다 쓰러져가는 집 앞 마당 빨랫대에 팔랑팔랑 빨래가 나부끼고 있었다. 빨래를 밖에 내다 말리는 일과 경제 수준과의 상관관계는 도대체 무엇일까? 이런저런 이유가 떠오르긴 하지만, 명쾌하지는 않다. 부유층은 집이 넓어 마당에 널어놓은 빨래가 밖에서 안 보일 수도 있을테고…
내 몇 번의 경험만으로 결론을 내리는 건 넘 엉터리 같지만…뭔가 상관관계가 있어는 보인다. 이제 가난한 동네에서만 볼 수 있는 빨래 밖에서 널어 말리는 풍경. 이 사회학적 의미는 무엇일까? 연구해봐야지~~. ㅎ (2014. 9. 30)
서촌 옥상의 빨래줄에는...
Photo: Won Young Park & Meekyung Kim
며칠 전 뉴욕에서 온 후배에게 우리 동네 멋진 옥상 구경시켜주겠다면서 제가 그림그리다 쫓겨났던 그 아파트 옥상에 올라갔는데요. 이런 황홀한 광경이 펼쳐진 겁니다. 널려 있는 게 아기 기저귀인 것 같기도 하고... 2014년 가을 서촌 옥상 풍경입니다.
*그런데 이 풍경은 제가 그 후배를 옥상으로 데리고 올라가서, 후배에게 이 멋진 풍경을 자랑하면서, 그 후배에게 제 사진기로 사진찍으라고 한 거거든요. 카메라 셔터는 확실히 그 후배가 눌렀지요. 그렇다면 이 사진의 저작권은 저에게 있는 걸까요? 그 후배에게 있는 걸까요? ㅎㅎㅎ (2014. 10. 1)
김미경/'브루클린 오후 2시' 작가
대구에서 태어나 서강대 국문과와 이화여대 대학원 여성학과를 졸업했다. 여성신문 편집장, 한겨레신문 기자를 거쳐 2005년 뉴욕으로 이주 한국문화원 기획실에서 일했다. 2010년 뉴욕 생활을 담은 수필집 '브루클린 오후 2시'를 펴냈다. 2012년 서울로 부메랑, 아름다운재단 사무총장으로 일했다. 2014년 3월부터 화가로서 인생의 새 챕터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