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뉴욕 뮤지엄 특별전 톱 10 (1) 마티스, 제프 쿤스, 백남준, 큐비즘, 아이 웨이웨이
The 10 Best Museum Shows of 2014 <1>
올해 기억해야할 뉴욕 뮤지엄 특별전 10
마티스, 제프 쿤스, 백남준, 큐비즘, 아이 웨이웨이
미술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환희. 마티스의 말년 역작을 모은 MoMA의 '컷 아웃'전은 누구에게나 어필하는 특별전이다.
2014년을 되돌아보면서 올해도 뉴욕의 풍성한 문화를 즐길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한다.
특히 세계미술의 중심지인 뉴욕에서 레오나드도 다 빈치, 엘 그레코, 세잔, 고갱, 마티스, 피카소, 카르포 등 서양 미술사의 거장들과 제프 쿤스, 아이 웨이웨이 등 현대의 가장 영향력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가까이서 보면서 눈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움직이는 미술의 힘에 다시 감탄했다.
이들의 작품은 단지 나의 눈만을 황홀케해주는 체험이 아니었다. 상투적인 사고로부터 깨어나게 하고, 나에게 다른 세계로 여행을 떠나게 하며, 내가 살고 있는 삶에 대해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그런데, 아쉬운 점은 올해 주목할 만한 여성작가들의 전시가 드룸었다는 점이다. 아직도 뉴욕 뮤지엄은 가부장적인가?
올해 기억할만한 뉴욕 뮤지엄의 특별전 10개를 선정했다.
1. 마티스의 컷 아웃(Henri Matisse: The Cut-Outs)
2014. 10. 12-2015. 2. 10@뉴욕현대미술관 MoMA
런던의 테이트 모던(Tate Modern) 사상 최대의 관람객(56만명)을 끌었던 앙리 마티스의 말년 작품 '컷 아웃'전이 MoMA로 왔다. '색채의 마술사' 마티스가 암과 투병하면서 휠체어에 앉아 색종이, 가위와 핀으로 제작한 컷-아웃은 남녀노소, 미술 문외한에서 전문가들까지 누구에게나 소통하는 미술이다.
마티스의 가위는 전혀 유치하지 않다. 색채와 선이 주는 기쁨이 바로 미술의 본질이 아니겠는가? 그 안에는 이념도, 상혼도 없다. 단지 거장이 만들어낸 미스테리한 세계에서 누구라도 꿈을 꾸게 할 뿐이다. 그리고, 황홀경을 준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고나 할까.
12월 31일 생인 마티스의 별자리는 일 중독 성향이 강한 염소좌(캐프리콘). 그가 살아있음을 입증하게 만든 작업.
마티스가 붓 대신 가위를 들고, 즉흥적으로 컬러와 선을 탐험하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마티스는 작업을 하면서 어떤 음악을 들었을까? 한달에 한번씩 가서 보아야할 특별전. 2015년 2월 8일까지였지만, 10일까지로 연장됐다.
2. 제프 쿤스 회고전(JEFF KOONS: A RETROSPECTIVE)
2014. 6. 27- 10. 19@휘트니뮤지엄
휘트니뮤지엄이 미트패킹 디스트릭트로 이전하기 전 매디슨애브뉴의 피날레 전시로 제프 쿤스라는 블록버스터 미술가로 요란하게 장식한 것은 분명 불타는 상혼이다. 풍선 개와 하트 같은 삼척동자도 알아볼 수 있는 조각으로 세계 미술 경매계를 뒤흔든 제프 쿤스는 미술계에 선망과 질투를 동시에 받고 있는 작가다. 그가 고군분투해온 미술가가 아니라 120여명의 조수들을 두고 작업한다는 사실은 개념으로 먹고사는 미술공장의 감독으로 폄하하기 쉽다.
그런데, 제프 쿤스에 대한 선입견을 깨게 된 것은 휘트니 뮤지엄의 대대적인 회고전에서가 아니라 사실 1992년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에서 열렸던 회고전 다큐멘터리 영화 '제프, 네 과거를 포용하라'에서다. 당시 37세의 쿤스는 이탈리아 포르노 스타 치치올리나와 결혼한 후였다. 어릴 적 가구점을 하는 아버지를 도와서 가게 장식을 돕고, 집집마다 다니면서 포장지와 사탕을 팔았던 소년의 장사술이 오늘의 제프 쿤스로 만든 것이다.
쿤스의 미덕은 대중 앞에서 완전히 발가벗을 자신감이 있었다는 점이다. 캔버스 뒤로 숨어버리는 미술가들과 달리 쿤스는 관람객에게 자신의 성기와 성생활을 낱낱이 보여주고, 포르노 스타와 결혼하면서 자신이 'fake'가 아님을 입증했다. 그의 천재적인 상혼에 아트딜러와 컬렉터들이 매료됐고, 미학과 철학이 가미됐으며, 오늘의 수퍼스타 아티스트 제프 쿤스가 탄생했다.
*1992년 37세의 청년 작가 제프 쿤스 SF현대미술관 회고전 다큐멘터리
3. 백남준, 로보트 되기 Nam June Paik: Becoming Robot
2014. 9. 5-2015. 1. 4@아시아소사이어티 뮤지엄
2006년 비디오아트의 선구자 백남준은 달세계로 갔지만, 스마트폰 세대 우리는 아직도 백남준의 정보 수퍼 하이웨이 영향권에 있다. 아시아소사이어티에서 열린 백남준 회고전 '로보트 되기'는 2000년 구겐하임뮤지엄에서 스펙터클하게 열렸던 회고전에 비하면, 아담한 규모다. 하지만, 보다 친밀하게 백남준의 천재성을 느낄 수 있는 전시다.
우리는 자랑스러운 백남준을 "한국이 낳은"이라고 했지만, 백남준을 작가로 키운 것은 한국이라기 보다 타국이다.
일제시대 직물공장 사장의 막내로 태어나 어릴 적부터 피아노를 배우고, 한국동란 때 홍콩으로 이주할 수 있었던 가문의 재력이 첫번째였고, 이후 도쿄대 작곡과 졸업 논문으로 숀버그에 관한 논문을 썼으며, 독일에서 존 케이지, 조셉 보이스 등의 아방가르드 예술가들과 교류하며 작품세계를 형성했다.
한국이 전후 복구에 한창이며, TV가 집안의 보물이었던 시절, 백남준은 TV를 장난감처럼 다루면서 예술로 승화했다. 그러면서도 백남준은 자신의 한국성과 가족애를 잊지 않았다. 아시아소사이어티의 백남준 전시는 한인 어린이들에 꼭 보여주고 싶은 전시다. 내년 1월 4일까지.
*백남준: 로보트 되기@아시아소사이어티(2014. 9. 5-2015. 1. 4)
4. 큐비즘: 레오나드 A. 로더 컬렉션 (Cubism:The Leonard A. Lauder Collection)
2014. 10. 20- 2015. 2. 16@메트로폴리탄 뮤지엄
5. 아이 웨이웨이: 무엇에 따르면? (Ai Weiwei: According to What?)
2014. 4. 18-8.10@브루클린 뮤지엄
세계에서 가장 잘 팔리는 미술가가 제프 쿤스라면, 정치적인 이슈로 가장 화제를 몰고 다니는 작가는 중국의 반체제 작가 아이 웨이웨이다. 중국 정부의 부정부패를 폭로하고, 비판하는 도발적인 미술가 아이 웨이웨이, 그래서 2011년 '아트리뷰'지가 가장 파워풀한 미술계 인사 넘버 1에 선정했다.
대부분의 현대 미술가들이 애국주의자거나 비정치적인 중립 노선을 걷는데 반해 아이 웨이웨이는 미술을 모국을 비판하며, 사회변화의 도구로 활용한다. 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등 소셜 네트워크로 중국 정부를 향해 부패를 척결하라고 외친다.
아이 웨이웨이가 유명 작가가 되기 전 1980년대 뉴욕에서 앤디 워홀의 팝아트 영향을 받았다는 점도 주목할만 하다. 일본 화가 야요이 쿠사마도 젊은 시절 뉴욕에서 스폰지처럼 이즘을 수용했다. 청년기 뉴욕에서 고군분투하던 그들의 미술세계에 지속적인 영감을 준 것이 뉴욕이 아니었을까?
사회운동가로서 아이 웨이웨이 역시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위해 뛰는 것 같다. 그의 대륙기질과 호연지기가 내겐 커다란 울림을 주었다.
*반체제 작가 아이 웨이웨이: According to What? 브루클린뮤지엄
*2014 뉴욕 뮤지엄 특별전 톱 10 <2> (6-10위)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