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인터뷰-The Paris Review-
*하루키 2015 TIME 100에 선정
무라카미 하루키(村上 春樹) 말하다
나는 왜, 어떻게 소설을 쓰나?
무라카미 하루키 Photo: Marco Garcia for Guardian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Haruki Murakami)는 매년 노벨 문학상의
가장 강력한 후보다.
하루키는 좀처럼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으며, 인터뷰도 거의 하지 않는 은둔 작가다. 말을 아끼고, 글로 소통하는
작가.
2004년 파리스 리뷰(The Paris Review)의 존 레이(John Wray)가 무라카미 하루키와의 인터뷰를 실었다.
긴 인터뷰를 NYCultureBeat가 발췌 요약했다.
파리스 리뷰는 1953년 뉴욕에서 해롤드 L. 흄, 피터 매니슨, 조지 플림톤이 창간한 계간 문예지다.
창간 후 5년간은 잭 쿠리악, 필립 로스, 사무엘 베켓 등의 작품을 발행했다. 이후 기성과 신인 작가들을 위한 문예지로
자리매김했다. http://www.theparisreview.org
Haruki Murakami, The Art of Fiction No. 182 <The Paris Review>
Interviewed by John Wray/ Translated by Sukie Park
무라카미 하루키는 1949년 교토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일본문학을 가르치는 교사였고, 할어버지는 스님이었다. 두살 때 쇠고기로 유명한 항구도시 고베(Kobe)로 이주해서 자랐다.
고베엔 외국인들이 대거 드나들었으며, 그중 미국인 항해사들이 많았다. 하루키는 아버지 세대의 예술, 즉 일본 문학, 미술, 음악을 거부하고 일본 밖의 세계로 오감을 열었다. 재즈와 할리우드 영화, 그리고 미국 소설이었다.
1960년대 도쿄에서 학교를 다니면서 포스트모던 소설에 매료된다, 스물세살에 결혼한 후 도쿄에서 ‘피터 캣(Peter Cat)’이라는 이름의 재즈 클럽을 몇 년 동안 운영했다.
처음 소설을 쓰기로 결심한 때는 1978년 도쿄에서 야쿠르트와 히로시마의 야구 경기를 보던 중 외국인 선수 데이브 힐튼이 2루타를 치는 순간 소설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무라카미는 1987년 소설 ‘상실의 시대(Norwegian Wood)’로 80년대 ‘당대의 목소리’라는 찬사를 받으며 세계적인 작가 반열에 오른다. 미국에 J.D.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이 있었다면, 일본에는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가 있었다. 일본에서만 200만부 이상이 팔렸으니, 도쿄의 한 가구에서 하나씩 산 셈이다.
무라카미는 일본에서 유명인사가 됐지만, 대중으로부터 ‘거리 두기’ 위해 해외에서 종종 살았다.
'상실의 시대'는 그리스 섬에서 번역일을 하며서 썼으며, ‘태엽감는 새 연대기( The Wind-Up Bird Chronicle)’는 프린스턴대학교에서 방문
교수로 가르치던 시절에 썼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요미우리 문학상을 비롯 일본에 있는 거의 모든 문학상을 휩쓸었다.
하루키는 또한 번역가이기도 하다. 레이몬드 카버, F. 스캇 피츠제럴드, 팀 오브라이언 등을 일본 독자들에게 처음 번역 소개한 바 있다.
-최근에 발표한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는 ‘상실의 시대’처럼 리얼리스틱한 이야기가 혼합됐다. ‘태엽감는 새 연대기’ ‘하드 보일드 원더랜드’와 ‘세상의 끝’과는 다른 스타일인데, 이 두 가지 스타일의 근본적인 차이점은 무엇인가.
무라카미 하루키 “내 스타일로 말하자면, ‘하드 보일드 원더랜드’에 상당히 가깝다. 난 리얼리스틱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 자신은 초연실적인 스타일을 선호한다. ‘상실의 시대’에서는 100% 리얼리스틱하게 쓰기로 작정했다. 그런 경험이 필요했다.”
-그러면 소설은 자신의 스타일을 연습하기 위한 것인가, 아니면, 특별한 이야기가 리얼리스틱하게 서술되는 것이 가장 좋기 때문인가.
“내가 만일 초현실적인 소설만 써왔다면, 난 컬트 작가가 됐을 것이다. 하지만, 난 주류로 들어가길 원했으며, 나도 리얼리스틱한 소설을 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했다. 그래서 ‘상실의 시대’를 쓰게 된 것이다. 일본에서 베스트셀러가 됐고, 나도 그런 결과를 기대했다.”
트란 안 홍 감독의 영화 '상실의 시대(Norwegian Wood)' 중에서.
-그럼 전략적인 선택인 셈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맞다. ‘상실의 시대’는 매우 읽기 쉽고, 이해하기 쉽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다. 그들은 이후 내 다른 작품에 흥미를 갖게 될 것이다. 그래서 도움이 많이 됐다.
“난 지성적이지 않다. 난 오만하지도 않다. 난 내 독자들과 비슷하다. 난 재즈클럽을 운영했었고, 칵테일과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난 소설가가 되기를 원치 않았다. 어쩌다 그렇게 된 것이다. 그건 말하자면, 하나님이 주신 재능과도 같다. 그래서 난 겸손해야 한다.”
-몇 살 때 작가가 됐나. 그래서 놀랐나.
무라카미 하루키: “스물 아홉살이었다. 나도 놀랐다. 하지만, 바로 익숙해졌다.”
-바로? 첫날부터 편안했다는 말인가.
무라카미 하루키 “난 자정 이후 부엌 식탁에서 쓰기 시작했다. 첫 소설을 완성하는데, 10개월이 걸렸다. 출판사에 보냈더니, 상을 주었고, 거건 꿈과도 같았다. 난 여기에 놀랐다. 그리고, 바로 생각했다. 이렇게 되니 나는 소설가인데, 어때? 그렇게 단순하다.”
-누가 모델이었나. 어떤 일본 작가들이 영향을 주었나.
무라카미 하루키 “난 어렸을 때, 10대에도 일본 작가들의 작품을 별로 읽지 않았다. 난 이 문화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난 일본 문화가 지루하고, 끈끈하다고 느꼈다."
-아버지가 일본문학 교사였는데.
“맞다. 부자 관계이기도 했다. 난 서구 문화: 재즈, 도스토예프스키, 카프카, 레이몬드 챈들러에 바로 빠졌다. 그것이 나의 세계, 판타지랜드였다. 내가 원하면, 생 페체스부르크나 웨스트 할리우드에 갈 수 있었다. 그것이 소설의 위력이다, 어디든지 갈 수 있다. 지금은 미국에 가는 것도 쉽지만, 그리고 모두가 세상 어디든지 가지만, 1960년대엔 거의 불가능했다. 그래서 난 단지 읽고, 음악을 들으면서, 그곳에 갈 수 있었다. 그건 마음의 상태, 꿈과도 같았다.”
-소설 쓰다가 부인에게 보여주나.
무라카미 하루키 “내 첫 소설의 초고를 아내에게 보여주었더니, 읽지 않았다!고 하더라. 별로 인상적이지 않았던 것 같다. 초고였기에 형편없었고, 난 다시, 그리고 다시 고쳐썼다.”
-지금 당신이 소설을 쓰고 있을 때 부인이 흥미를 보이나.
무라카미 하루키 “아내는 내가 소설을 쓸 때마다 첫 독자다. 난 그녀에게 의존하며, 그녀는 파트너와도 같다. 스캇 피츠제럴드에게 젤다가 첫 독자였듯이.”
-작가 그룹에 속해 있나.
“나는 혼자다. 난 그룹, 학교, 문학단체를 좋아하지 않는다. 프린스턴대학교에 있을 때 카페테리아 같은 곳에 가면 조이스 캐롤 오츠, 토니 모리슨도 있었지만, 나는 두려웠다. 난 전혀 먹을 수 없었다! 메리 모리스는 아주 좋은 사람이고, 나와 나이도 같아 친구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일본에서 난 작가 친구가 없다. 왜냐하면, 난 거리를 두고 싶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일본 작가가 있나.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류ㅡ 바나나 요시모토…하지만, 난 리뷰나 비평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끼어들고 싶지 않다.”
-왜 그런가.
무라카미 하루키 “내 직업은 사람들과 세계를 관찰하는 것이지 그들은 심판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난 항상 ‘결론’으로부터 멀어져 있기를 원한다. 난 세상의 가능성에 대해 모든 것을 활짝 열어놓고 싶다.”
“고등학생 때 난 범죄소설에 빠졌다. 항구도시인 고베에 살면서 많은 외국인들과 항해사들이 들어와 페이퍼백을 중고서점에 팔았다. 난 돈이 없었지만, 싸게 페이퍼백을 살 수 있었으며, 소설로 영어를 배우게 됐다. 너무도 흥미진진했다.”
-가장 최근에 읽은 영어 소설은.
무라카미 하루키 “로스 맥도날드의 ‘그 이름은 아처(The Name is Archer). 한번 시작하면, 중단할 수 없다. 동시에 난 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같이 무척 길지만, 페이지를 쉽게 넘길 수 있는 소설도 좋아한다. 내게 도스토예프스티와 레이몬드 챈들러는 같다. 지금도 내 목표는 도스토예프스키와 챈들러를 한 책에 묶는 소설을 쓰는 것이다.”
“작가로서 좋은 점은 깨어나서 꿈을 꿀 수 있다는 점이다. 그건 당신이 통제할 수 없는 진짜 꿈이다. 내가 쓰는 동안에 깨어나 있으면서 시간, 기간, 모든 것을 선택할 수 있다. 난 아침에 4-5시간 쓴다. 시간이 되면, 중단한다. 그리고 다음 날 계속 쓴다. 이게 진짜 꿈이라면, 당신은 그렇게 할 수 없다.”
-보통 초고는 몇 개나 거치나.
무라카미 하루키 “4-5개쯤. 6개월간 초고를 쓴 후 7-8개월간 수정 작업을 거친다.”
-하루의 일정은.
“소설을 쓰는 모드일 때는 아침 4시에 일어나 5-6시간 쓴다. 오후에는 1만 미터를 뛰거나 1천500미터를 수영한다. 둘 다 할 때도 있다. 그런 후 조금 읽고, 음악을 듣는다. 밤 9시에 자러 간다.
이런 일과를 매일 변화없이 지킨다. 반복 자체는 매우 중요하다. 일종의 최면상태로, 정신의 깊은 곳으로 나 자신을 최면상태로 이끈다. 그러나, 6개월에서 1년까지 그런 반복을 하려면, 정신적이며 육체적인 힘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장편 소설을 쓰는 것은 생존 훈련이다. 육체적인 힘이 예술적인 감성만큼이나 필요하다.”
마라톤 맨, 무라카미 하루키
-번역가 출신으로서 자신의 책 번역에 대한 생각은. 어떻게 번역가를 선택하나.
무라카미 하루키 “내겐 세 명의 번역가가 있다. 알프레드 번바움(Alfred Birnbaum), 필립 가브리엘(Philip Gabriel),
제이 루빈(Jay Rubin). 규칙은 선착순이다. 우리는 모두 친구들이며, 그들은 매우 정직하다. 그들이 내 책을 읽은 은 후 “아주 훌륭한 걸!”하고 번역하고 싶어하면, 그가 번역을 하게 된다.
나 자신이 번역가로서 좋은 번역의 가장 종요한 점은 열정적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좋은 번역가일지라도 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면, 끝장이다. 번역은 매우 어려운 일이며,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번역가들끼리 싸우진 않나.
무라카미 하루키 “별로. 그들마다 선호도가 다르다. 다른 사람들로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다. ‘해변의 카프카’의 경우는 필이 좋아해서 가져갔다. 제이는 별로 열정을 보이지 않았다. 필은 겸손하고, 온화한 사람이다. 제이는 매우 섬세하고, 정확한 번역가다. 그리고 강한 성격이다. 알프레드는 보헤미안 기질이 있다. 그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 미얀마 출신 사회운동가 여성과 결혼했는데, 때로 정부에 의해 체포되기도 했다. 그런 사람인데, 번역가로서도 자유롭다. 때로는 문장을 바꾸기도 하는데, 그게 그의 스타일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원작 '태엽 감는 새 연대기'를 원작으로 한 멀티미디어 퍼포먼스.
-미야자키 하야오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Spirited Away)’를 보았나? 당신의 책과 유사한 점이 있는 것 같다. 그의 영화를 좋아하나.
무라카미 하루키 “난 만화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 영화를 조금 보았는데, 내 스타일이 아니다. 난 그런 것에 흥미 없다. 내가 소설을 쓸 때, 난 이미지를 갖게 되며, 그 이미지는 상당히 강하다.”
-영화관에 가주 가나.
무라카미 하루키 “물론이다. 항상 간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감독은 핀란드의 아키 카우리스마키(Aki Kaurismäki)로 그의 모든 영화를 좋아한다. 그는 별종이다.”
-재즈와 음악이 얼마다 작품에 활용되나.
“난 열 서너살 때부터 재즈를 듣기 시작했다. 음악은 매우 큰 영향을 준다. 내가 작품을 쓰고 있을 때코드, 멜로디, 리듬, 블루스의 느낌이 도움이 된다. 하지만, 난 악기를 잘 연주하지 못한다. 그래서 작가가 된 것이다. 책을 쓰는 것은 음악을 연주하는 것과도 같다. 처음에 난 주제를 연주한 후, 즉흥적으로 연주한 후, 어떤 종류의 결말이 온다.”
-좋아하는 재즈 뮤지션은.
무라카미 하루키 “너무도 많다! 스탠 게츠, 제리 뮬리건. 10대였을 때 그들은 가장 쿨한 뮤지션들이었다. 또, 마일스 데이비스와 찰리 파커도 물론이다. 만일 누구를 턴테이블에 가장 자주 올리냐고 묻는다면, 50-60년대 마일스 데이비스라고 대답할 것이다. 마일스는 항상 혁신가였으며, 자신의 혁명을 유지했다. 난 그를 정말로 찬미한다.”
-(존) 콜트레인도 좋아하나.
무라카미 하루키 “음, 그저 그렇다. 그는 너무 많이 하고, 너무 고집스럽다.”
-다른 종류의 음악은.
무라카미 하루키 “클래식도 좋아한다. 특히 바로크 음악. ‘해변의 카프카’를 쓸 때 주인공 소년은 라디오헤드와 프린스를 듣는다. 난 라디오헤드의 멤버가 내 책을 좋아해서 깜짝 놀랐다!”
-지금 도쿄에서 사는데.
“(고향) 고베는 바닷가에 있으며, 산 옆이다. 난 도쿄를 좋아하지 않는다. 너무 평지이며, 너무 넓고, 너무 방대하다. 난 여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여기서 사는 이유는 뉴욕처럼 아무도 날 알아보지 않기 때문이다. 난 어디든지 갈 수 있다. 기차도 탈 수 있으며, 아무도 귀찮게 하지 않는다. 도쿄 근교의 작은 마을에 집이 있는데, 모두가 날 알아본다. 내가 산책을 나갈 때 다들 알아본다. 이건 때때로 성가시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風の歌を聴(1979)
1973년의 핀볼 1973年のピンボール(1980)
양을 쫓는 모험 羊をめぐる冒険(1982)
중국행 슬로보트 中国行きのスロウ・ボー(1983)
코끼리 공장의 해피엔드(1983)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世界の終りとハードボイルド・ワンダーランド(1985)
빵가게 재습격 パン屋再襲撃(1986)
상실의 시대 ノルウェイの森(1987)
댄스 댄스 댄스 ダンス・ダンス・ダンス(1988)
TV피플 TVピープル(1990)
먼 북소리 遠い太鼓(1990)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国境の南、太陽の西(1992)
태엽 감는 새 연대기 ねじまき鳥クロニクル(1995)
밤의 원숭이(1995)
렉싱턴의 유령 レキシントンの幽霊(1997)
스푸트니크의 연인 スプートニクの恋人(1999)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 神の子どもたちはみな踊る(2000)
해변의 카프카 海辺のカフカ(2002)
어둠의 저편 アフターダーク(2004)
도쿄 기담집 東京奇譚集(2006)
1Q84 1Q84(2009)
잠 ねむり(2012)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色彩を持たない 多崎つくると、彼の巡の年(2013)
*멀티미디어 연극 '태엽감는 새 연대기((The Wind-Up Bird Chronicle)’의 작곡가 보라 윤 인터뷰(뉴욕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