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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김미경: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서촌 오후 4시 (13) 개다리소반 연가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뉴욕에서 원로 한인 무용가 조원경씨가 돌아가셨을 때 유품을 구경하느라 그의 맨해튼 아파트에 들른 적이 있었다.
1960년 뉴욕으로 건너와 활발하게 활동했던 조씨는 미국 거주 대표적인 남성 한국무용가였다. 일찌감치 미국 땅으로 건너와 살면서 한국에 대한 그리움을 한국 고가구로 달랬던 걸까? 찾아간 아파트 구석구석에 백년은 족히 넘었음직한 고가구들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 반닫이장이 가장 많았고, 병풍, 액자, 상, 전통 악기 등이 빽빽했다.
당시 유족이었던 조카는 유품을 관련 기관에 기증도 하고, 팔기도 했다.
두리번거리던 내 눈에 개다리소반 하나가 쏙 들어왔다. 예뻐 백달러에 사들고 왔다. 그 개다리 소반은 뉴욕생활 내내 컴퓨터 받침대로, 소품 선반대로 내 방을 지켰다. 부피가 커 한국 올 때 데리고 오지 못하고 친구 집에 맡겼는데...물건에 대한 애착은 거의 없는 편인 나도, 그 개다리소반만큼은 자꾸 눈에 삼삼했다.
한국 온 지 얼마 후 개다리소반을 수집하고, 새로 만들어 팔기도 하는 집에 놀러가 미국 두고 온 놈과 비슷하게 생긴 개다리소반을 발견했다. 그 소반을 다시 만난 듯 정겨워 함 그려봤다. 언젠가 그 놈을 한국에 데려와야지. 한국 어디쯤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조원경쌤과 50년쯤 살다, 다시 나를 만나 30년쯤 미국과 한국에서 살게 될 개다리소반. 내 죽은 후에, 한참 후에, 박물관에 나가 앉아 있게 되지도 않을까? 문득 주변 모든 물건들의 구구절절 역사가 궁금해졌다.
김미경/'브루클린 오후 2시' 작가
대구에서 태어나 서강대 국문과와 이화여대 대학원 여성학과를 졸업했다. 여성신문 편집장, 한겨레신문 기자를 거쳐 2005년 뉴욕으로 이주 한국문화원 기획실에서 일했다. 2010년 뉴욕 생활을 담은 수필집 '브루클린 오후 2시'를 펴냈다. 2012년 서울로 부메랑, 아름다운재단 사무총장으로 일했다. 2014년 3월부터 화가로서 인생의 새 챕터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