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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만리 (8) 흰금인가, 파검인가? 



문제의 그 드레스(The Dress) 색깔 논쟁



"그건 그린이야." "아니야, 브라운이야!" (코드로이 팬츠)

"이건 블랙이야." "아니라구, 블루, 다크블루지." (스웨터)


친구와 종종 논쟁하다가 눈동자 색깔의 차이라고 하면서 포기한다. 그는 녹색 눈동자, 나는 갈색 눈동자이니. 

유리 찬장 속에 있는 체코산 유리 잔 색깔은 형광등 빛 아래선 파란색이지만, 자연광 속에선 보라색이다. 색깔은 조명에 따라서 변하기도 한다. 



28dress1-web-blog427.jpg Caitlin McNeill’s Tumblr

guys please help me - is this dress white and gold, or blue and black? Me and my friends can’t agree and we are freaking the fuck out.



근 한 원피스의 색깔(사진 속)을 두고 소셜미디어와 세계 언론이 달아올랐다.

결혼식에서 신부의 어머니가 입은 칵테일 원피스가 흰색 바탕에 황금색 레이스인가? 파랑색 바탕에 검은색 레이스인가? white & gold(흰금)인가? 아니면 blue & black(파검)인가?

 

발단은 지난 주말 스코틀랜드의 한 섬 콜론세이에서 열린 결혼식이다. 이날 신부의 어머니가 입은 드레스 색깔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자, 결혼식에서 연주했던 밴드의 여성 기타리스트 카틀린 맥닐(Caitlin McNeill)이  텀블러에 드레스 사진을 올려서 색깔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것이다. 


그리고, 이 드레스의 사진은 버즈피드와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타고 퍼져나갔다. 

인기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는 트위터에 "분명히 BLUE & BLACK"이라고 적었다. 킴 카다시안은 트위터에 'white & gold'로 보았고, 남편 카니예 웨스트는 'black & blue'로 보았다며, "누가 색맹인가?"라고 팬들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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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이 드레스를 입었던 신부의 어머니와 판매한 영국의 로만 오리지널스사가 문제의 드레스 색깔은 검은색&파랑색임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 회사는 황금색&흰색 드레스를 만든 적이 없다. 하지만, 우연한 드레스 논쟁 덕에 50파운드짜리 재고 드레스 300여벌이 홈페이지에서 30분만에 품절됐다고 한다. 이에 황금색과 흰색 드레스도 제작판매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참으로 우연한 횡재다.



러면, 우리는 왜 색깔을 이토록 다르게 보는 것일까?

조명(역광?) 때문인가? 카메라 때문인가? 눈동자 때문인가? 컴퓨터/스마트폰의 컬러 세팅 때문인가? 

아니면, 착시인가? 낙관주의자들은 '흰금'(wg)으로, 비관주의자들은 '파검'(bb)으로 보았을까?


사진은 진실을 왜곡하기도 한다.

'드레스 논쟁'은 우리가 오감을 통해 지각하는 것에 다양한 변수가 역동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준다. 

패션 뿐만 아니라 미술, 음악, 영화, 요리, 여행, 그리고 사람들에 대해 우리 모두 자신만의 의견들을 형성하고, 그것은 어디까지나 주관이며, 편견일 것이다. 우리가 인터넷에서 얻는 정보는 얼만큼의 사실적이고, 진실을 담고 있을까? 


언론학에서 커뮤니케이션의 과정 S(source, 출처)-M(message, 내용)-C(channel, 통로)-R(receiver, 수용자) 이론을 배우면서 과연 100% 객관적이며, 공정한 정보 전달이 가능한지 의문이 들었다. 정보가 전달자의 편견과 기억의 한계로 진실을 비틀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피카소와 브라크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과 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이 대두하자 하나의 정의에 대해 회의를 갖고 다양한 앵글로 사물을 포착하는 입체파(큐비즘)을 창시하지 않았나? 



2626215900000578-2971953-image-a-1_1425039710743.jpg 신랑, 신부와 파검 드레스를 입은 신부의 어머니



이 세상의 모든 갈등과 분쟁이 같은 사안을 서로 다르게 보기 때문이 아닌가? 

뉴욕컬처비트도 필자의 앵글과 주관과 편견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브루클린이 사람들의 경험에 따라 '무섭고, 위험한 곳'일수도 있으며, '힙하고, 쿨한 동네'일 수도 있다. 데이빗 장의 모모푸쿠 라멘이 뉴욕 최고의 일본 라멘일수도, 짜고 느끼한 라멘일 수도 있다. 그날의 재료, 요리사, 그리고 먹는 이의 취향에 따라서 맛은 다르다. 그래서 "모든 의견은 편견"이라고 한다. 그래서 세상이 더 재미나고, 살만한지도 모르지만.


지난 3년간 컬빗에서 소개해온 뉴욕의 문화와 맛집, 쇼핑, 사람들에 대한 글들도 필자를 통해 필터된 정보들인 셈이다. 컬빗에 올린 맛집도 '뉴욕 최고(the best in new york)'라기 보다는 내가 좋아하는(my favorite)이 합당할 터이다. 


3주년을 맞아 새로 시작하는 'NYC 버킷 리스트'는 1996년 1월 뉴욕에서 첫 발을 디뎠던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뉴욕 하늘 아래에서 필자가 경험했던 흥미진진한 볼거리, 먹거리, 살거리, 소일거리뿐만 아니라, 아직 해보지 못했지만, 꼭 해보고 싶은 것들에 관한 리스트가 될 것이다.


필자가 미처 잡아내지 못한 버킷 리스트는 여러분께서 지적해주시길 기대한다. 독자 여러분들의 다른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싶다. 




sukiepark100.jpg 박숙희/블로거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후 한양대 대학원 연극영화과 수료. 사진, 비디오, 영화 잡지 기자, 대우비디오 카피라이터, KBS-2FM '영화음악실', MBC-TV '출발! 비디오 여행' 작가로 일한 후 1996년 뉴욕으로 이주했다. Korean Press Agency와 뉴욕중앙일보 문화 & 레저 담당 기자를 거쳐 2012년 3월부터 뉴욕컬처비트(NYCultureBeat)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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