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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이수임: 용돈받는 엄마의 마음
창가의 선인장 (14) 밑지는 장사
용돈받는 엄마의 마음
“엄마, 이제부터 매달 500불씩 줄게요.”
아이고머니나! 키워 놓으니 용돈을 주겠다니. “고마워라!”
Soo Im Lee, Waiting for, 2008, watercolor on paper, 15 x 11 inches
언제 어떻게 준다는 아이의 다음 말을 기다리지만, 그것으로 땡! 더는 말이 없다.
“자고 가지”
“아니 갈래요.”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붙들었지만 할 일이 있다며 브루클린으로 가더니 연락이 없다.
일 끝나고 학교 가는 길에 잠깐 들러 저녁을 먹겠다고 왔다. 준다는 돈에 대해서 말이 없다.
“네가 매달 돈을 주면 엄마 아빠가 먹고 싶은 것 사 먹고 건강하게 노년을 보내면 너도 좋지?” 슬쩍 말문을 열었다.
“매달 말에 온라인으로 은행에 넣어줄게요."
“정말!”
월급이 오르는 내년부터는 더 얹어 주겠다면서 은행 계좌번호는 묻지 않으니. 은행계좌를 알아야 돈을 넣을 텐데….
한국서 나는 선생이 되고 첫 월급을 봉투째 엄마에게 건넸다. 그렇게 기뻐하실 줄이야!
한 달은 월급 다음 한 달은 보너스 100%를 더해 월급의 두 배를 또 손에 쥐어 드렸을 때 엄마의 환한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늘 건강이 시원찮았던 엄마는 내 월급날만 되면 혈색좋은 얼굴로 문밖까지 나와 기다렸다. 그리고는 다음날 이른 아침 몸단장을 하고 은행으로 부리나케 가곤 했다.
활기찬 모습으로 기뻐하는 엄마를 보기 위해 단 한 번도 내 월급에 손을 댄 적이 없었다. 대신 엄마는 학교 가기싫은 눈치가 보이면 택시 타고 가라고, 우울하면 예쁜 옷 해입고 친구들과 놀다 오라며 부족함이 없이 용돈을 주셨다.
선생이 체질에 맞지 않는다고 중얼중얼, 학부모들이 봉투 들고 왔다갔다 하는 풍광이 꼴 보기 싫고 괴롭다며 칭얼칭얼댈 때마다 엄마는 조금만 참으라고 위로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본인의 즐거움을 포기하고 그동안 내 월급을 꼬박꼬박 모아둔 통장을 보여 주며 유학가기를 권했다.
100불, 20불, 10불, 5불, 1불짜리 거기다 혹 공중전화할 때 필요하다며 동전도 한 움큼을 골고루 준비해 유학 떠나기 전날 청바지 허리에 넣어 주며 돈 걱정하지 말고 공부만 열심히 하라며 신신당부하던 엄마 아빠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내 월급은 유학비용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보잘 것 없었는데 엄마는 왜 그렇게 밑지는 장사를 하면서도 아파 누워있다가도 좋아서 벌떡 일어나곤 했는지?
아이가 나에게 항상 같은 날짜에 돈을 주는 버릇을 들여 살면서 제때에 빌( bill) 내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그리고 아이에게 돈이 필요할 때 듬뿍 얹은 통장을 내 주는 우리 엄마처럼 밑지는 장사를 시작해볼까 한다. 이놈이 알기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