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웨이 뮤지컬 1호 한인 남자배우 '왕과 나'의 이동훈(Hoon Lee)
'한국계 율 브리너'가 간다
'왕과 나' 제 3호 시암국왕 역 이동훈(Hoon Lee)씨
9월 29일부터 토니상 조연여우상 수상 한국계 루시 앤 마일스와 호흡
Hoon Lee
2007년 12월.
아시아와 유럽 등지에 한국 드라마, 한국 영화, K-Pop이 열풍을 일으킨 '한류(Korean Wave)'가 아직 뉴욕에서는 생소한 말이었다.
브로드웨이는 백인 일색이었고, 'M. 버터플라이'로 토니상을 수상한 데이빗 헨리 황(David Henry Hwang) 홀로 고투 중이었다. 오프 브로드웨이에선 도발적인 이영진(Young Jean Lee)씨와 인간 관계를 성찰하는 줄리아 조(Julia Cho)가 신예작가로 주목을 끌고 있던 때, 데이빗 헨리 황이 자전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아시안에 관한 이야기를 썼다.
'엘로 페이스(Yellow Face)'. 노란 얼굴'이란 제목으로 1990년 브로드웨이 뮤지컬 '미스 사이공(Miss Saigon)'의 아시안 배역에 백인 배우 조나단 프라이스를 출연시킨 것에 태클을 걸었다. 말하자면, 백인 중심의 뮤지컬계 백스테이지를 조명하는 풍자극이다. 특별히 아시아계 남성 차별을 폭로하는 '옐로 페이스'엔 이동훈(Hoon Lee)씨와 한국계 줄리안 한젤카 김이 출연하고 의상은 조명희씨가 맡았다.
2007년 퍼블릭시어터에서 공연된 데이빗 헨리 황의 'Yellow Face'에서 이동훈씨와 줄리안 한젤카 킴.
'오프-브로드웨이' 퍼블릭시어터에서 공연된 '옐로 페이스'에서 이동훈씨는 극중 데이빗 헨리 황의 분신인 DHH으로 분해 아시안 배우들의 분노를 여과없이 보여주었다. 'Great White Way'라 불리우는 백인일색 브로드웨이에 저항하는 아시안 연극배우들의 대부 데이빗 헨리 황의 '노란 얼굴'은 풍자적인 코미디였다.
그래도 '미스 사이공'의 주인공을 맡았던 필리핀 출신 리아 살롱가(Lean Salonga)'는 롤 모델이 되어 필리핀계 배우들이 쏟아져나오게 된다. 2012년 퍼블릭 시어터에서 초연된 데이빗 번의 뮤지컬 '이곳에 사랑이 잠들다(Here Lies Love)'의 툴연진엔 필리핀계가 다수였다.
2015년 4월.
링컨센터 비비안 보몬트 시어터에 리바이벌된 뮤지컬 '왕과 나(The Kimg and I)'에서는 아시안 배우의 도약이 입증되고 있다.
1951년 러시아계 미국인 배우 율 브리너가 맡았던 배역인 시암왕 역할에 일본 출신 배우 켄 와타나베가 캐스팅된 것이다. 여기에 티앙 왕비 역은 어머니가 한인인 루시 앤 마일스가 맡았다.
와타나베와 마일스는 각각 올 토니상 남우주연, 여우조연 후보에 올랐으며, 루시 앤 마일스는 아시안 최초로 토니 트로피를 거머쥔 여배우로 기록된다. '왕과 나'는 토니상 최우수 리바이벌상, 여우주연상(켈리 오하라), 여우조연상(마일스), 의상상 등 4개 부문상을 석권하면서 롱런에 들어갈 태세를 갖추었다.
'왕과 나'에서 시암국왕 역의 켄 와타나베와 안나 역의 켈리 오하라. Photo: Paul Kolnik
여기에 최근 '옐로 페이스'의 한인 배우 훈 리(Hoon Lee)가 9월 29일부터 시암 왕 역으로 무대에 오른다는 캐스팅 뉴스가 들렸다. 훈 리가 왕비 역의 한국계인 루시 앤 마일스와 공연하게 된 것이다. 9월 말 두 한국계 배우가 뮤지컬에서 주역으로 무대에 오르는 브로드웨이 역사를 새로 쓰는 것이다. 여기에 공주 역으로 애쉴리 박(Ashley Park)까지 한인 배우들이 태국 왕실을 점령하는 셈.
2007년 1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에서 소프라노 홍혜경씨와 테너 김우경씨의 '라 트라비아타' 공연, 2015년 6월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 수석무용수 서희씨와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의 수석 무용수 김기민씨의 '라 바야데르' 공연에 이어 경사다.
2007년 12월 이동훈씨의 연극 첫 주연작이었던 '옐로 페이스'에 출연 중인 이동훈씨와의 인터뷰를 회고한다.
(*다음 인터뷰는 뉴욕중앙일보에 게재된 것을 보완한 것입니다.)
INTERVIEW
이동훈(Hoon Lee) 데이빗 헨리 황 자전극 '옐로 페이스' 주연
"아시아계 배우들 위한 작가 많아야"
한인 2세 배우 이동훈(미국명 Hoon Lee)씨가 맨해튼 퍼블릭시어터에서 공연 중인 연극 '옐로 페이스(Yellow Face)'에 주연으로 열연 중이다. 이씨는 브로드웨이 연극계의 인종차별을 담은 데이빗 헨리 황의 신작에서 황씨의 분신 DHH로 분하고 있다.
이동훈씨는 1983년 미네소타주 미네아폴리스에서 분자생물학자 부부 사이에서 태어나 하버드대학교에서 시각미술과 영문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인터넷회사의 그래픽디자이너로 일하다 2001년 뉴저지 밀번의 페이퍼밀 플레이하우스에서 '왕과 나(The King and I)'로 데뷔했다. 이후 뮤지컬 '패시픽 오버쳐''플라워드럼송' '가라오케 스토리' 그리고 영화 '세이빙 페이스' TV극 '섹스 앤더 시티' 등에 출연해 왔다.
아시아계 최초로 브로드웨이에 진출한 희곡작가 데이빗 헨리 황은 이씨를
"자석같은 매력과 카리스마가 있는 배우"라고 평했다.
'Yellow Face' Photo: Joan Marcus
-주연은 처음인가.
"그동안 영화 TV에서는 작은 역할을 맡았다. '섹스앤더시티'에서는 한의사 마오 역을 맡았다. 뮤지컬 '플라워드럼송(Flower Drum Song)'의 중국인 이민자 차오 역을 '패시픽 오버쳐(Pacific Overture)'에서는 영국인 항해사 등 몇 가지 역할을 연기했다. 작은 역할이었지만 항상 무언가를 배웠다. '옐로 페이스'가 본격적인 주연인 셈이다."
-희곡작가 데이빗 헨리 황과 극중 DHH은 어떻게 다른가.
"내가 아는 실제 데이빗은 DHH처럼 허영심이 많으며 자아도취적이거나 자기중심벽이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극중에서 DHH은 인종 진실 그리고 신념의 문제가 얽힌 불편한 진실과 부딪히는 인물이다."
말론 브란도(8월의 찻집, 1956), 제니퍼 존스(모정, 1955)
할리우드에선 종종 백인 배우들이 아시안 배역을 맡아왔다.
펄 벅의 '대지'를 각색한 'The Good Earth'(1935)에서 루이즈 라이너가 중국인 여주인공역을 맡았고, '모정(Love is a Many Splendored-Thing, 1955)'에선 제니퍼 존스가 중국인 의사 한 수인 역으로 등장했다.
말론 브란도는 일본을 배경으로 한 코미디 '8월의 찻집(The Teahouse of the August Moon, 1956)'에서 일본인으로, 미키 루니도 뉴욕을 배경으로 한 '티파니에서 아침을'(1961)에서 오드리 헵번의 일본인 이웃 유니오시로 분했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아시아계 역할(yellow faces)을 백인들이 종종 맡아왔다. 이유는 무엇일까?
"당시 제작자들이 아시아계 배우들이 없었다고 간주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아시아계 배우만으로 관객을 많이 끌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후로 아시아계 배우의 위상이 달라졌나.
"지난 10년간 연예계에서 큰 진전이 있었다고 보지는 않는다. 작지만 진행 중이다. 최근 아시아인들이 미국의 일상에서 한 부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 10년간은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본다."
-아시아계 배우로서 생존하기란.
"아시아계 배우들을 위한 역할이 아직도 적다. 대부분의 작가들이 자신의 경험으로부터 쓴다. 더 좋은 아시아계 배우들을 많이 배출하려면 아시아계 작가들이 좋은 작품을 많이 써야할 것이다. 내가 처음 연기를 시작할 때만 해도 나는 '새 얼굴'이었지만 최근에 대학을 갓 졸업하고 연기하러 오는 아시아계들이 많아졌다. 아시아계 배우 군단은 점점 더 커질 것이다."
케이블 TV 시네맥스의 액션 시리즈 '반시(Banshee)'에서 컴퓨터 해커로 출연 중인 이동훈씨.
-하버드 영문과를 나왔는데, 배우가 되려할 때 부모가 지원했나.
"학구적인 집안에서 나는 항상 문제아였다. 삽화가나 화가가 되고 싶었지 연기자가 될 줄 몰랐다. 내가 배우가 되겠다고 하자 부모님은 내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셨다. 하지만 시간이 가면서 부모님도 내가 잘 해나갈 것이라고 믿게되신 것 같다."
"부모님도 나도 연기자의 길이 힘들고 성공보다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자기가 정말로 좋아하는 일을 추구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 인생에서 뭔가 중요한 것을 잃었다고 고민하는 것보다 차라리 이따금 돈 문제로 고생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연기자로서 하버드에서 배운 것은.
"하버드가 가르쳐준 것은 담론과 논쟁이다. 명석한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여 생각을 교환하고 토론하는 것들이다. 배우로서 이점이 많은 도움이 된다."
박숙희 기자
sukie@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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