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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박숙희: 타임스퀘어의 토플리스 페미니스트
수다만리 (13) 타임스퀘어 성차별주의
뉴욕 포스트 여기자 토플리스녀 잠복 취재
8월 30일 저녁 타임스퀘어 보행자 플라자를 거니는 데스누다스. 호객이 쉽지 않은듯. 한번 촬영에 대개 5-20달러 팁을 받는다고.
요지경(瑤池鏡) 타임스퀘어
올 여름 '세계의 교차로' '뉴욕의 심장' 타임스퀘어에 바디 페인팅을 한 토플리스 여성들의 출몰로 시끄럽다.
자유도시 뉴욕에서 (예술적) 토플리스는 합법이다. 그러나, 상업적으로 이용해서는 안된다는 것.
유방에 성조기, 히프엔 NY, 머리엔 레드, 블루, 화이트(성조기색) 깃털을 달고 팬티만 입은 채 타임스퀘어를 활보하는 여인들이 활보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관광객들과 기념촬영하며 팁을 받는다. 이 토플리스녀들은 주로 라틴계가 많아 스페인어로 나체여성을 의미하는 '데스누다스(desnudas)'로 불리우기도 한다.
어린이와 가족 단위 관광객들은 이리로 오세요~
타임스퀘어 보행자 플라자에는 이제까지 미키 마우스, 토이 스토리, 헬로 키티, 스파이더맨 등 할리우드와 캐릭터에서 자유의 여신상같은 뉴욕의 상징, 그리고 네이키드 카우보이 등이 관광객들을 상대로 돈벌이를 해왔다. 여기에 라스베거스 쇼걸같은 토플리스녀, 데스누다스의 등장으로 타임스퀘어는 천태만상(千態萬象)의 무대가 됐다.
이 광장은 원래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이 관광객들의 쉼터로 마련한 것이다. 의자도 놓고, 때로는 미술작품도 전시된다. 최근엔 브루클린 스트릿 아티스트 출신 페일(FAILE)이 'Wishing On You'를 설치했다.
FAILE의 설치작 'Wishing On You"에서 휴식을 취하는 관광객들.
그러나, 광장은 타임스퀘어의 교통체증을 악화하고, 관광객을 상대로 버젓이 영업하는 캐릭터 인형들과 토플리스 여인들의 놀이터가 되어간 것. 1980년대 성인클럽과 매춘, 그리고 범죄로 악명높았던 타임스퀘어를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이 말끔히 청소해놓았더니, 블룸버그 시장이 무대를 마련해준 셈이다.
최근 빌 드 블라지오 뉴욕 시장과 앤드류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이에 대해 분노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드 블라지오 시장은 가족단위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휴식처에 선정적인 차림의 여성들이 이미지를 망치고 있다며, 단속반을 설치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타임스퀘어의 데스누다스, 뉴욕의 수치일까?
데스누다스가 뉴욕의 명물로 살아남을까? 아니면, 드 블라지오 시장에 의해 사라질까?
역지사지 (易地思之), 토플리스 페미니스트
최근 뉴욕포스트의 여기자 앰버 제이미슨(Amber Jamieson)이 토플리스녀로 변신해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데스누다로 경험한 역지사지 (易地思之) 잠복 취재기를 공개했다. 특히 섹스에 대해 이중잣대를 보이기 쉬운 남성기자의 관음적 시각이 아니라 토플리스 현장 속에서의 생생 체험기다. 다음은 제이미슨이 쓴 취재기를 요약한 것이다.
나는 어느 데스누다(*그들은 자신을 'Painted Street Performer'라고 부른다)를 통해 매니저 크리스를 소개받았다. 크리스는 바디 페인팅과 매니저 노릇을 한다. 앳띤 얼굴에 래퍼를 꿈꾸는 남자 크리스는 이일을 4년째 해왔다. 그는 오후 2시에 출근할 때 빨강, 하양 혹은 파랑색 끈팬티(thong)와 하이힐을 신으라고 했다. 머리 깃털과 가운은 자기가 준다고 말했다.
첫 근무를 위해 페이리스에서 조리($24.99), 빅토리아즈 시크릿에서 파랑색 끈팬티($10.50)를 샀고, 비키니 왁스와 매니큐어, 페디큐어까지 하며 몸단장을 했다. 준비 끝!
출근하면, 세포라에 들어가 샘플로 공짜 메이크업을 하고 나온다. 세포라는 데스누다스의 분장실~
그날 밤 잠을 설쳤다.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니 가슴이 두근반 세근반. 어려서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하는 것이 꿈이었지만, 이런 식은 아니었다.
공연 시간 오후 3시. 44스트릿과 브로드웨이 코너가 무대다. 크리스의 애인 아만다와 세이라 등 데스누다스들은 일단 화장품 스토어 세포라(Sephora)에 들어가 샘플 화장품으로 메이크업을 했다. 난 크리스 앞에서 심호흡을 한 후 가운을 열었다. 팬티 한장만으로 가린 거의 벌거벗은 상태라 두려웠지만, 일종의 해방감을 느꼈다. 왜일까?
크리스가 내 가슴팍에 하트 모양의 성조기를 그렸다. 다리엔 빨강, 하양 줄무늬, 엉덩이에는 NY를 그려주었다. 15분간의 바디 페인팅 동안 난 천천히, 그러나 공개석상에서 옷을 입는 느낌이 들었다. 가수 마일리 사이러스의 비디오를 보면서, 사이러스가 반나로 타임스퀘어에서 공연할 수 있다면, 나도 할 수 있어!라고 생각했다.
이상한 일은 그게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상당히 재밌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여성 파워도 느꼈다. 행인들은 나를 멍하게 바라보거나, 사진을 찍었다. 한 사람이 1달러를 주고 갔다. 첫 팁이다.
내 몸은 캔버스, 타임스퀘어는 나의 무대
토플리스로 타임스퀘어에서 잠복 취재한 엠버 제이미슨 기자. Photo: Helayne Seidman
크리스는 지정된 액수를 팁으로 요구하면 불법이지만, 선택적인 팁은 허용된다고 조언해주었다. 따라서 "얼마냐?"고 물으면, "팁 주시면 환영이죠!"하면 된다. 공짜라 생각하고, 팁 줄 생각을 안하는 이들에게도 "팁 주시면 넘 감사하겠는데요~"하면 대부분 지갑으로 손이 간다.
2013년 한 관광객과 두살짜리 아들이 쿠키 몬스터와 촬영 후 팁을 바로 안주자 아이를 바닥에 밀어 체포됐다.
오후 6시경. 퇴근하는 뉴요커들이 쏟아져나오면서 20분간 휴식시간이 주어졌다. 나는 데스누다스들과 3블럭 떨어진 주차장 화장실을 썼다. 이 근처에서 유일하게 우리에게 화장실을 쓸 수 있게 해준 고마운 곳이다. 나는 가운을 입고 있었지만, 토플리스로 서있을 때보다 더 벌거벗은 느낌이었다.
오후 8시경. NYPD 경관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거리 퍼포머들이게 팁을 주는 것은 선택"이라는 말이 5개 국어로 적힌 빨강색 카드를 행인들에게 나누어주었다. 크리스는 평상복 차림으로 우리 주변에서 잠복근무하고 있는 경찰도 있다고 말해주었다. 조심, 조심! 나는 잠복 기자, 잠복 경찰도 있다.
밤 10시경, 영업이 끝났다. 우리는 근처 은행 안으로 들어갔다. 밝고,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어 돈을 세기에 안전하기 때문이다. 그날 내가 번 돈은 286달러였다. 그런데, 크리스는 300 달러로 치고, 내게 210달러를 주었다. 30퍼센트를 제한 금액이다. 화씨 85도의 타임스퀘어 열기 속에서 7시간 동안 토플리스로 거닐며 번 일당이다.
관광객들과 포옹하는 네이키드 카우보이. 그도 토플리스.
난 뉴욕시가 데스누다스를 단속하는 것은 성차별이라는 생각이 든다.
네이키드 카우보이는 빤스만 입고, 타임스퀘어를 활보하며 여성 관광객들의 손을 자기 히프에 갖다가 댄다(나도 9년 전 뉴욕에 처음 왔을 때 사진을 찍었다) 네이키드 카우보이는 매력있고, 필수적이며, 뉴욕 체험이라고들 한다. 남자니깐.
그러나, 섹시하고, 반나의 여성들의 광고판에 둘러싸인 세계 자본주의의 센터 타임스퀘어에서 여성들이 합법적인 토플리스로 돈 좀 벌겠다는 것은 수치스럽고, 부적절하다고 한다. 무슨 이중잣대인가?
네이키드 카우보이 Vs. 토플리스 레이디즈
한겨울의 비키니 여인, 네이키드 카우걸.
제이미슨의 잠복 취재기는 흥미진진하다. 뉴욕시장과 뉴욕주지사는 어떻게 토플리스녀들과 대결할까?
카우보이 모자와 부츠에 팬티만 입고, 기타치는 흉내를 내며 다니는 네이키드 카우보이의 본명은 로버트 버크(Robert Burck). 그의 부인 패트리샤 버크와 처제 엘리자베스 크루즈는 비키니차림에 '네이키드 카우걸즈'라는 이름으로 사계절 영업한다. 패트리샤 버크는 최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데스누다스로 인해 수입이 절반 줄었다"고 푸념했다. 데스누다스가 강력한 라이벌이 된 것.
우리는 뉴욕을 사랑해~
1992년 뉴욕주항소법원은 여성이 비상업적 목적으로 젖가슴을 드러내는 것이 허용됐다. 또한 구걸하는 것도 합법이다. 이 때문에 단속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토플리스가 합법이라할지라도 여성이 유방을 노출하는 것은 문화적으로 터부시되어왔다. 2004년 수퍼볼 하프타임 콘서트에서 자넷 잭슨의 옷이 벗겨지며, 젖꼭지가 수백만명의 시청자에 노출되어 논쟁이 됐다. 만일 그때 저스틴 팀벌레이크가 토플리스로 노래했다면?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을 것이다. 단지 자넷 잭슨이 여성이기에, 단시 데스누다스들이 여성이기에...
박숙희/블로거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후 한양대 대학원 연극영화과 수료. 사진, 비디오, 영화 잡지 기자, 대우비디오 카피라이터, KBS-2FM '영화음악실', MBC-TV '출발! 비디오 여행' 작가로 일한 후 1996년 뉴욕으로 이주했다. Korean Press Agency와 뉴욕중앙일보 문화 & 레저 담당 기자를 거쳐 2012년 3월부터 뉴욕컬처비트(NYCultureBeat)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