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729)
- 강익중/詩 아닌 詩(83)
- 김미경/서촌 오후 4시(13)
- 김원숙/이야기하는 붓(5)
- 김호봉/Memory(10)
- 김희자/바람의 메시지(30)
- 남광우/일할 수 있는 행복(3)
- 마종일/대나무 숲(6)
- 박준/사람과 사막(9)
- 스테파니 S. 리/흔들리며 피는 꽃(49)
- 연사숙/동촌의 꿈(6)
- 이수임/창가의 선인장(149)
- 이영주/뉴욕 촌뜨기의 일기(65)
- June Korea/잊혀져 갈 것들을 기억하는 방법(12)
- 한혜진/에피소드&오브제(23)
- 필 황/택시 블루스(12)
- 허병렬/은총의 교실(102)
- 홍영혜/빨간 등대(70)
- 박숙희/수다만리(66)
- 사랑방(16)
(124) 준 코리아: 그때가 그립다
잊혀져갈 것들을 기억하는 방법 (6) 순수의 시대
그때가 그립다
http://www.JuneKorea.com 우리네 어린시절에는 왕따라는 단어 대신 깍두기가 있었다. 얼음땡을 하던, 술래잡기를 하던, 남들보다 조금 느리고, 서투른 친구들은 깍두기가 되어 언제나 우리보다 유리한 위치에서 함께 뛰어놀 수 있었다. 누가 그렇게 하라고 시킨 것은 아니었지만, 우리는 언제나 그렇게 했다. 개중에는 분명, 어른들이 같이 놀지 말라고 우리에게 일러둔- 학교를 다니지 못하거나, 얼굴에 큰 흉터가 있거나, 어딘가 우리와는 좀 다른- 친구들도 있었다. 그 친구들이 다가올때면, 처음에는 쭈뼛쭈뼛 망설이던 우리들이었지만, 밥짓는 냄새가 퍼지는 해질녘이 되어 어른들이 들어오라 부르는 소리가 들릴 때면, 우리는 이미 한바탕 모래범벅이 되어 서로를 보며 헤벌쭉 웃고 있었다. 내일 봐. 내일 또 놀자. 아줌마 범영이 있어요? 범영아 나와 놀자. 피투성이가 되도록 싸운 일이 있을때면, 서로의 엄마 아빠가 지켜보는 가운데 탱탱 부은 얼굴로 악수를 했다. 우리의 다툼으로 인해 법정에서 변호사와 함께 내 친구를 만나는 일은 없었다. 매 세대마다 세상은 변한다. 요즘 애들, 요즘 세상은 이래서 안된다며 어른들이 아무리 한탄을 한들 그 변화는 막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또한 그 어른들, 그 어른들의 어른들의 시절에도 그러한 한탄은 항상 존재해 왔기에. 하지만, 가끔은- 지금처럼 편하진 않았어도, 지금처럼 풍족하진 않았어도- 지금보다 조금은 더 따뜻했고, 조금은 더 순수했던 우리의 유년시절이, 그립다. June Korea/Visual Artist 서울 출생. 한국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했으나 이후 사진작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미국으로 이주, 캘리포니아 Art Center College of Design(ACCD)의 학사 과정, 뉴욕 School of Visual Arts(SVA)의 석사 과정을 각각 장학생으로 수료했다. 뉴욕에 거주하며 영상과 사진을 통해 그와 인형들이 만들어내는 동화 속 세계의 이야기들을 현실 밖으로 풀어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2011년 미국 첫 개인전 'Still Lives: As I Slept, I Left My Camera Over There'로 데뷔했고, 미 서부와 동부, 영국, 프랑스, 이스라엘 등지에서 전시와 출판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http://www.June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