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자(화가), 바람의 표류지에서
Wheiza Kim, A tranquil morning, 60"x16"x3", Acrylic on wood, mirrors, 2014
바람의 표류지에서
김희자
하늘은,
내게 말없는 말로 말하라 한다.
그냥 바라보기만 해도
내 마음 전부를 알 수 있다 하네.
파도는,
내게 소리 치지말고
마냥 노래를 부르라 한다.
내 무슨 한을 토해 내고픈지 다 듣는다 하네.
숲은,
내게 울지말고 말하라 한다.
그져 자기 몸에 기대이기만해도
내 무슨 슬픔을 지닌지 느낄 수 있다 하네.
갈매기들은,
내게 바람가는 쪽을 향하고
그리움의 시를 읊조리듯 말하라 한다.
보고픈 이들 마음 깊은 곳에로 전해진다 하네.
구름은,
내게 춤을 추듯이
온 몸짓으로 말하라 하네.
내 외로움이 얼마나 깊은 지 보인다 하네.
터질 것 같은 마음,
입을 다물고,
눈을 감고,
모래 톱 풀섶에
지쳐버린 나를 뉜다.
바람이 모든 챠크라의 문을 연다.
귀가 들리고
눈이 뜨인다.
하고프던 모든 말들
깃털 처럼 날리다
아득히 사라진다.
나도 허공에로 떠오른다.
김희자 Wheiza Kim
서울대 미대 졸업 후 성신여대 대학원에서 판화를 전공했다. 1997년 스토니브룩대(SUNY) 방문 미술가를 거쳐 한국현대미술을 가르쳤다. 1972년 국립현대미술관의 한국미술 그랑프리전을 비롯, 한국현대판화 4인전, 아시안아메리칸 여성연대전 등 그룹전에 참가했으며, 서울예술의전당 한가람갤러리, 월터위키저갤러리, 인사아트센터, 허친슨갤러리, 인사갤러리 등지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1월 12일부터 23일까지 첼시 갤러리 다르테(Gallery D'Arte)에서 개인전 'Wheiza Kim: Dialogue with Nature-Message from the Wind'를 연다. http://wheizak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