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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자연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우리들

'사랑의 계곡(Valley of Love)' ★★★★



MARCH 03 - 13, 2016

Rendez-Vous with French Cinema



* '사랑의 계곡'이 3월 25일 링컨센터 엘리노 부닌 시어터에서 개봉된다. 상영일정은 11:15 AM, 1:15 PM, 3:15 PM, 5:15 PM, 7:15 PM, 9:10 PM. http://www.filmlinc.org/films/valley-of-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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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원피스 차림의 한 여자가 미 서부의 리조트를 걷고 있다. 카메라는 그녀의 뒷 모습을 따라 잡는다. 빔 벤더스의 '파리, 텍사스(Paris, Texas)'에서 가출한 아내 제인(나스타샤 킨스키)를 찾아 텍사스 사막을 마냥 걷던 트래비스(해리 딘 스탠튼)가 떠오른다. 


여인은 이자벨 위페르(Isabelle Huppert), 홍상수 감독의 '다른 나라에서'에서 몽롱한 모습을 보여준 프랑스의 연기파 배우. 그녀는 전 남편 제라르 드빠르디유(Gérard Depardieu)와 이곳에서 만난다. 자살한 아들 미카엘의 유언 때문이다.


*Valley of Love 예고편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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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대됐던 '사랑의 계곡(Valley of Love, 2015)'의 배경은 캘리포니아 데스 밸리(Death Valley, 죽음의 계곡). 1985년 배창호 감독의 '깊고 푸른 밤(Depp Blue Night)'에서 영주권을 받기 위해 위장결혼한 안성기와 장미희가 사투를 벌이던 곳이다. 


왜 기욤 니클로(Guillaume Nicloux) 감독은 프랑스 간판 배우들을 주연으로 '죽음의 계곡'에서 '사랑의 계곡'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일까? 사랑은 죽음으로 끝날까? 사랑은 죽음 뒤에도 영원히 계속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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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벨 위페르와 제라르 드빠르디유가 실명 이자벨과 제라르의 전 커플로 등장하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이들은 모리스 피알라 감독의 '룰루(Loulou, 1980)'라는 영화에서 공연한 적은 있지만, 실제로 연인 사이는 아니었다. 강압적인 남편에 반발한 유부녀 룰루가 사기꾼과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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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후 스크린으로 랑데부한 '사랑의 계곡'에서는 25년 전에 낳은 아들의 유언으로 재회하는 커플로 등장한다. 이 영화의 사실 시나리오는 '러브 스토리'의 라이언 오닐을 염두에 두고 썼다고 한다. 드빠르디유와 위페르는 코끼리와 참새같은 프렌치 커플이지만, 미국인 오닐과 위페르의 케미스트리도 흥미로울듯 하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남자친구와 살다가 자살한 아들 미카엘은 죽기 전 부모에게 편지를 보냈다. 11월 어느 날 닷새 동안 오후 2시 '데스 밸리'의 정해진 장소에 나타나겠다는 영화 '고스트(Ghost)'식의 유언이다. 아들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옛 부부가 만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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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은 허구이지만, 실제인듯한 위페르와 드빠르디유의 뒷 모습을 종종 포착한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에 익숙한 그들의 정면보다 후면에 집착하는 것은 아마도 이 영화가 그들의 기쁨보다는 아픔, 백일몽보다는 악몽을 그리기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한때 사랑했던 이들은 아들을 낳고, 이혼했으며 이자벨은 재혼해서 딸들을 두고, 드빠르디유는 플레이보이처럼 살고 있는 상태다. 자식의 돌연한 죽음이 부모를 대자연 속으로 초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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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결실이었던 아들의 죽음으로 숙연해진 부부, 그러나 서먹서먹한 이들이 사막같은 서부를 거닐며 옛 생각에 잠긴다. 이자벨은 아들의 죽음이 AIDS였을 것이라고 믿는다. 엄마로서 소원했던 자신의 정당화이기도 하다. 


풍선처럼 비만해진 아버지도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죽음의 계곡은 이들에게 지속적으로 사랑과 가족과 죽음에 대해서 질문하는 병풍이기도 하다. 서부에는 인간을 겸손하게 만드는 특별한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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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계곡'은 중년을 거치고 있는 두 프랑스 스타의 허구이자 현실을 시이소오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들의 죽음으로 유럽의 자연에서 느낄 수 없는 황량하면서도 유구한 미국 서부의 대자연, 데스밸리 앞에서 재회한 이들은 결국 마지막 계곡 속에서 아들과 영적인 재회를 한다. 


이 클라이맥스까지 사막처럼 건조한 옛 커플의 관계가 서서히 친밀해지며 감정적으로 폭발한다. 실제로 드빠르디유의 아들로 영화배우였던 기욤은 37세에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다. 감독 이름도 기욤이다. 사랑과 죽음, 그리고 상실의 아픔은 데스밸리에서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화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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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벨은 리조트 수퍼마켓에서 아시안 인스턴트 식품을 사는데, 한인 애니 천(Annie Chun) 브랜드의 국수다. 제라르는 리조트에서 미국인 관광객으로부터 사인 요청을 받고, '밥(로버트) 드 니로'라고 책에 사인해준다. 드빠르디유와 드 니로는 영화 '1900'에서 함께 출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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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해진 드빠르디유의 몸 가리지 않는 자연스러운 연기가 돋보인다. 보르도에서 와인을 생산하는 드빠르디유는 하루에 와인을 14병이나 마신다고 아침 10시 경 일어나 샴페인이나 레드 와인을 마신다. 이어 파스티스(알콜음료)를 마신다. 점심은 2병의 와인과 함께...오후 5시경엔 다시 샴페인과 맥주, 파스티스로 그리고 이어 보드카나 위스키로 이어진다. 절대 취하지 않는다. 10분간의 낮잠 후에 로제 와인을 마시면, 데이지꽃처럼 싱싱하게 느껴진다는 것. 그는 비행기 안에서 방뇨로 화제가 된 적도 있으며, 프랑스의 막대한 세금을 피해서 러시아 시민권을 취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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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계곡'은 3월 3일부터 13일까지 링컨센터 필름소사이어티 월터리드시어터에서 열리는 '프랑스 영화와의 랑데부(Rendez-Vous with French Cinema)'의 오프닝 작품으로 3일 오후 6시에 상영된다. 4일 오후 5시엔 이자벨 위페르와의 대화 시간이 마련된다. 이어 3월 25일 필름소사이어티에서 공식 개봉된다. http://www.filmlinc.org/festivals/rendez-vous-with-french-cinema



Valley_of_Love.jpg *Valley of Love 예고편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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