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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해밀턴(Hamilton)'을 즐길 수 없었던 몇 가지 이유

브로드웨이 히트 힙합 뮤지컬 '해밀턴'이 괴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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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al 'Hamilton'.  Photo:Joan Marcus

 

 

지금 브로드웨이의 화제는 단연 힙합 뮤지컬 '해밀턴(Hamilton)'이다.

 

2011년 오리지널 뮤지컬 '북 오브 몰몬(The Book of Mormon)'이 비평가의 찬사와 흥행에 기염을 토하면서 신바람을 일으킨지 5년 만이다. '북 오브 몰몬'은 토니상 14개 부문 후보에 오른 후 9개 부문을 석권하면서 브로드웨이에 신바람을 불러일으켰다. 

 

그동안 브로드웨이가 디즈니 뮤지컬(라이온 킹, 알라딘..)과 주크 박스 뮤지컬(맘마 미아, 저지 보이즈, 뷰티풀...), 리바이벌 뮤지컬(레 미제라블,왕과 나...), 그리고 앤드류 로이드 웨이 뮤지컬(팬텀 오브 오페라, 에비타, 스쿨 오브 록...)의 접전에서 미국인 작곡가의 오리지널 뮤지컬에 대한 갈증을 통쾌하게 해소시켜준 작품이 '해밀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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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본, 작사, 작곡, 주연을 맡은 린 마누엘 미란다, Photo: Joan Marcus

 

 

푸에르토리코계 린 마누엘 미란다(Lin-Manuel Miranda, 36)가 대본, 작사, 작곡, 주연까지 맡은 뮤지컬 '해밀턴'은 미 건국의 아버지이자 미 초대 재무장관 알렉산더 해밀턴(Alexander Hamilton, 1757–1804)의 삶을 그린 작품으로 내용으로는 전기 뮤지컬이며, 형식으로는 힙합 뮤지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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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봄 오프브로드웨이 퍼블릭 시어터에서 로터리 티켓에 응모하는 사람들. 해밀턴과 애런 버의 결투 장면 동상이 서있다,

 

 

'해밀턴'은 뮤지컬 '렌트(Rent)'처럼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출발했다. 

지난해 1월 다운타운 퍼블릭 시어터(Public Theater)에서 토마스 카일(Thomas Kail) 연출, 앤디 블랭켄부엘러(Andy Blankenbuehler) 안무로  데뷔한 후 2차례 연장되어 매진 속에 공연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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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블릭시어터의 '해밀턴' 로터리 현장. 응모 인원이 많아 번번이 떨어졌다.

 

 

미셸 오바마, 마돈나도 관람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오프브로드웨이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드라마 데스크상(Drama Desk Awards) 1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어 최우수 뮤지컬상을 비롯 8개 부문상을 휩쓸었다. 

 

퍼블릭시어터의 일반 티켓은 매진됐는데, 로터리 티켓을 제공했다. 우리는 로터리에 여러 차례 도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브로드웨이로 간다는 뉴스에 희망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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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블로이드 '뉴욕 포스트'를 창간한 것도 알렉산더 해밀턴이었다고.

 

 

장안의 화제 속에 '해밀턴'은 마침내 7월 브로드웨이 리처드 로저스 시어터(Richard Rogers Theater)에서 프리뷰에 들어갔다. 이 극장은 린 마누엘 미란다가 2008년 브로드웨이 데뷔 뮤지컬 '인 더 하이츠(In The Heights)'를 공연했던 고향이기도 하다. '인 더 하이츠'는 맨해튼의 도미니카 공화국 이민자들이 사는 워싱턴 하이츠를 배경으로 한 뮤지컬. 미란다의 재능을 확인시켜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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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하이츠 도미니카공화국 이민자들의 이야기 '인더 하이츠'.

 

 

8월 6일 공식으로 브로드웨이에 개막한 '해밀턴'은 언론으로부터 만장일치의 극찬을 받았다. '북 오브 몰몬;에 대한 찬사 이후 미국산 오리지널 뮤지컬로서는 오랜 가뭄끝의 경사였다. 그리고 '해밀턴'은 예매 기록을 세우면서 흥행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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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스트릿 리처드 로저스 시어터는 미란다가 '인더 하이츠'로 인연을 맺은 극장이다.

 

 

뉴욕타임스의 벤 브랜틀리(Ben Brantley)는 "역사적이다. '해밀턴'은 혁명을 우려낸다. 이 공연은 불가능한 고급관객을 목표로 타겟을 겨냥해 쏜다. 흥분제를 쏟아내는 경이적인 작품."이라 평했다. 그리고, "나는 집을 저당잡혀 아이들에게 브로드웨이 히트 쇼 티켓을 사주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해밀턴'은 그 가치가 있다...워싱턴, 제퍼슨, 매디슨...모두가 있다. 전쟁을 하고, 헌접을 작성하고, 경제구조에 대해 논박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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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대통령이 '해밀턴' 관람 후 무대에서 출연진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그는 민주당 기금 조성을 위한 행사도 '해밀턴'을 보면서 열었다. Official White House Photo by Pete Souza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콘서트를 열었으며, 두 차례나 브로드웨이에서 '해밀턴'을 관람했다.

프리미엄 티켓은 549달러까지 올라갔다. 크레이그즈 리스트엔 해밀턴 티켓이 1000달러 이상을 호가하고, 암표장수와 사깃꾼들도 극성이다. 175달러 짜리 가짜 티켓도 팔렸다.

 

*Hamilton cast performs "My Shot" at White House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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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달러 지폐 얼굴 알렉산더 해밀턴과 뮤지컬 '해밀턴' 프로그램.

 

 

우리는 프리뷰가 시작 되기 전 7월 티켓 발매했을 때 언론의 리뷰가 쏟아져나오는 8월 6일 공식 오픈하기 전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플래티넘 카드 소지자에게 특별히 일반 발매 1주일 전 구매 기회가 왔다. 친구 덕에 티켓을 예매해서 9월에 볼 수 있었다. 

 

마침내 화제의 뮤지컬을 보게됐다는 설레임과 흥분감은 오래 가지 않았다. 왜 '해밀턴' 보는 것이 거의 고문에 가까웠나?

 

 

뮤지컬 '해밀턴'이 괴로웠던 몇가지 이유

 

#1 미국사 교육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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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Trumbull, Alexander Hamilton, 1806

 

미국 역사에 대한 지식이 너무나 부족했다. 대부분의 브로드웨이 뮤지컬은 10대 중반에 어필하거나, 노스탈자 관객과 외국인 관광객들을 타겟으로 보편적이면서도 쉬운 러브 스토리와 기존에 친숙한 할리우드 영화를 옮겨온다. 

 

'해밀턴'은 역사를 가르친다. 난 10달러 지폐의 얼굴인 알렉산더 해밀턴이 사실은 미 대통령인 줄 알았다. 그것부터 무지함의 소치였다. 미국 역사에 대한 지식 없이 '해밀턴'을 즐기기는 무척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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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Joan Marcus

 

*Alexander Hamilton <YouTube>

 

해밀턴이 카리브해에서 사생아로 태어난 이민자로 컬럼비아대에서 공부했으며, 프랑스어에도 능통해 조지 워싱턴을 도왔으며, 재무장관으로 발탁되어 토마스 제퍼슨의 정적이 되었으며, 부통령이던 애런 버와 권총결투로 사망했다는 기본적인 것도 모른 채 갔다.

 

*지폐인물열전: 알렉산더 해밀턴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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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Joan Marcus

 

알렉산더 해밀턴에서 조지 워싱턴, 토마스 제퍼슨, 제임스 매디슨, 아론 버(Aaron Burr), 조지 3세... 등장인물에 대한 지식이 요구되는 지성적인 뮤지컬이다. 그러니, 공부하고 갈 필요가 있다. 말하자면, 지식이 요구되며, 미국사를 잘 모르는 외국인 뮤지컬 팬에게는 부담스러운 작품이다. 그러나, 교육적이며 오락적이라면 이보다 더 좋은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또 있을까? 미국인들에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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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Joan Marcus

 

태왕사신기(광개토대왕), 태조 왕건, 용의 눈물(이성계-태종) 등 한국의 사극 드라마나 윤동주에 대한 영화 '동주'를 를 역사적인 배경 없이 어떻게 이해하겠는가? 미 건국사와 알렉산더 해밀턴에 대해 공부하지 않고 보러 간 것이 실수였다. 

하지만, 설사 공부를 했었더라도 스토리를 따라잡고 즐길 수 있었을까? 

 

*Aaron Burr, Sir <YouTube>

 

 

#2 언어 장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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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oto: Joan Marcus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이방인으로서는 '해밀턴'은 대사와 특히 가사를 따라 잡기 힘들었다. 발라드곡의 가사도 겨우 잡히는데, 어떻게 랩과 힙합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겠는가? 

 

셰익스피어 연극을 보러갈 때 늘 느끼는 좌절감을 '해밀턴' 객석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건 고통스러웠다.

 

     

#3 힙합에 대한 거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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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Joan Marcus

 

지금 대중 음악은 힙합이 대세지만, 지금까지 브로드웨이는 발라드와 록이 대세였다. 힙합 음악을 좋아하지 않으면, 해밀턴을 즐기기 힘들다. 언어장벽으로 랩을 이해할 수 없는 이유도 있지만, 힙합의 시적이면서도 공격적이며 난폭한 언어와 리듬 메들리를 즐길 수 없어서 더욱 괴로웠다. 나의 미국인 파트너는 힙합팬이 아니다. 하지만, 스토리와 재치있는 가사에 빨려들어갔다며 다시 보고 싶다고 말했다.

 

*Guns and Ships <YouTube>

 

 

#4 미국인을 위한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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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하게도 뮤지컬 '해밀턴'의 배우 대부분은 흑인과 히스패닉이지만, 관객 대부분은 백인들이었다.  권투나 농구경기도 아닌데... 외국인에게는 불친절한 뮤지컬이다. 군중 속의 고독.

 

뉴욕 타임스의 벤 브랜틀리가 "21세기 최고의 뮤지컬"이라고 찬사를 보낸 '북 오브 몰몬'은 미국인 몰몬 선교사가 아프리카에서 겪는 이야기를 그렸다. 작곡가 로버트 로페즈의  디즈니 스타일 음악이 귀에 쏙쏙 들어와 오래 남고, 흥얼거리게 만들었다. 

 

하지만, '해밀턴'은 보편적인 어필을 아예 거부하는 철저하게 미국인을 위한, 미국인에 의한, 미국인의  뮤지컬이다. 즉, 외국인에게 불친절한 브로드웨이 공연이다. 오락으로 보기에는 버거운 뮤지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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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Joan Marcus

 

2012년 브로드웨이 뮤지컬 '스파이더맨'은 '라이온 킹'의 여제 줄리 테이머가 아이리쉬 록밴드 U2(보노 & 엣지)와 합작으로 7500만 달러를 투여했지만, 흥행에 재난을 맞았다. 브로드웨이 히트 공식이 언제나 맞아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뮤지컬 제작은 도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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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Joan Marcus

 

그런 의미에서 린 마누엘 미란다라는 천재는 '해밀턴'으로 브로드웨이에 역사를 새로이 썼다.

끊임없이 리바이벌되는 뮤지컬 작곡가 로저스 앤 해머스타인(Rodgers and Hammerstein), 길버트 앤 설리번(Gilbert and Sullivan), 스티븐 손하임(Stephen Sondheim)과 영국의 히트메이커 앤드류 로이드 웨버(Andrew Lloyd Webber)로부터 졸업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또한, 이전까지 10대 소녀 취향과 게이 성향, 리바이벌, 디즈니 풍, 주크 박스 뮤지컬과의 결별로 오리지널 창작 뮤지컬의 승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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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밀턴'을 이해하려면, 미국 역사에 대한 지식과 영어 독해력이 필요하며 힙합 음악에 저항감은 없어야 한다. 이민자와 관광객들에게 친절한 뮤지컬은 아니다. 

 

미국 언론과 뮤지컬팬 모두가 찬사를 보낸다할지라도 여전히 나같은 이방인에게는 낯설고, 어려운 뮤지컬 '해밀턴'. 그 열풍은 브로드웨이에서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다.  

 

*My Shot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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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해밀턴'은 친절하게도 10달러 로터리 티켓을 온라인으로 제공하고 있다. 

알렉산더 해밀턴 10달러 지폐에 대한 헌사라고나 할까. 오케스트라 맨 앞 줄 21석(주로 분위기 잡아줄 광적인 팬들을 위한 친절)에 응모하면 된다. HAMILTON OFFICIAL LOTTERY https://hamiltonlottery.broadwaydirect.com/show/hamilton

 

 

*뮤지컬 싸게 볼 수 있나요? 

*뮤지컬 보기 전 어디서 먹을까? 브로드웨이 극장가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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