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트럴파크의 금지지대: 할렛자연보호구역(Hallett Nature Sanctuary)을 걷다
너구리와 토끼도 사는 센트럴파크 야생지대
할렛 자연보호구역 Hallett Nature Sanctuary
센트럴파크의 금지구역이었던 남단의 우드랜드 할렛 자연보호 구역(Hallett Nature Sanctuary)이 정기적으로 개방된다. 6월 30일까지는 매주 사흘(월,수,금요일), 7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는 매주 나흘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오픈한다. 할렛 자연보호 구역은 1930년 이후 간헐적으로 공개됐다.
*A Secret Section of Central Park Reopens -NYT-
2014년 3월 25일 앙상한 겨울 나무들이 서있는 할렛 자연보호구역을 걸었다. 올 여름엔 무성한 숲길을 산책할 수 있을듯. http://www.centralparknyc.org/events
동쪽에서 보면 타임워너 쌍둥이 빌딩이 병풍이 된다. 폰드 옆의 할렛 자연보호구역엔 너구리, 토끼도 산다.
며칠 전 페이스북을 훑어내려가다가 센트럴파크의 포스트가 눈에 띄었다.
Open Hours: Hallett Nature Sanctuary
Date: March 25, 2014, 1:00 PM to 3:00 PM
East Side from 60th - 62nd Streets just south of Wollman Rink.
센트럴파크 지도에도 이름이 없는 곳 '폰드 옆' 할렛자연보호구역(빨간 표시).
늘 다니면서도 여행자처럼 느껴지는 곳이 뉴욕이다. 더구나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는 센트럴파크는 갈 때마다 곳곳이 새록새록하다.
2년 전 출퇴근이라는 무거운 짐을 떨쳐낸 후 자유로와졌다. 아침 나절 메트, 구겐하임이나 프릭컬렉션의 특별전 프레스 프리뷰에 갈 적엔 종종 한가로이 센트럴파크를 거닐 수 있었다.
조류관찰에 좋고 게이들의 랑데부로도 알려진 우거진 숲 램블(Ramble)도 씩씩하게 누비면서 다리도 건너고, 미니 폭포와 호수도 보면서, 새들의 합창 소리가 귀를 간질거리는 걸 즐겼다. 망원경을 목에 건 프로 조류관찰자들도 많았고, 날씬한 청년이 나홀로 배회하는 모습도 간간이 볼 수 있었다.
다리 건너 폰드 왼쪽이 방문객에게 금지된 할렛 자연보호구역. 화/토요일 불교칙적으로 개방시간이나 가이드 투어가 열린다.
그런데, 센트럴파크에 ‘출입금지 구역’이 있는 줄은 몰랐다. 그것도 공원 남단의 스케이트장 울만링크 사우스라면, 플라자호텔과 리츠칼튼 호텔의 자태가 병풍처럼 보이는 호수 옆이다.
브롱스 웨이브힐(Wave Hill, http://www.wavehill.org)의 숲길 ‘에이브론 우드랜드’나 허드슨밸리 바스코벨(Boscobel)의 우드랜드 트레일도 좋다. 베어마운틴으로 등산가기는 버거워도, 도심에서 가벼운 숲길 산책은 어떤가. 그것도 방문객들에게 금지되었다는 센트럴파크 트레일은 무척 매혹적이었다.
봄이 오려다 뒷걸음질 치고, 다시 한겨울로 돌아간듯한 25일 오후 센트럴파크의 할렛 자연보호구역(Hallett Nature Sanctuary)으로 갔다.
센트럴파크 사우스 59스트릿은 호텔 불러바드다. 플라자, 리츠칼튼, 에섹스하우스, 파크레인 등 럭셔리 호텔이 늘어서있고, 건너편엔 마차들이 관광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센트럴파크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지대가 럭셔리 뉴욕 호텔들을 여러 폭의 병풍을 배경으로 펼쳐진 것이다.
1858년 프레데릭 로 옴스테드와 칼버트 보가 설계한 맨해튼의 오아시스 센트럴파크는 인공 공원이다. 바위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가져다 심고, 수돗물로 호수와 폭포를 만들었다.
옴스테드와 보는 센트럴파크 중에서 바위가 많은 남단의 4에이커 삼림지대를 보호구역으로 남겨두었다.
1934년 조류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방문객의 출입이 금지됐으며, 1986년엔 민권운동가이자 조류관찰자인 조지 하비 할렛 주니어(George Harvey Hallet Jr. 1895-1985)의 이름을 따서 할렛 자연보호지대(Hallett Nature Sanctuary)로 부르게 된다.
허리케인 샌디로 쓰러진 나무. 공원 보호국에선 그대로 두어 생태계를 보존한다고 한다.
사람의 발길이 덜 닿은 할렛 자연보호구역은 센트럴파크에서 가장 생태계가 잘 보존된 지구로 꼽힌다. 가이드 투어를 제외하곤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 페이스북으로도 홍보를 했는데, 당시 방문객은 나 혼자였다.
산책로를 따라 걸어 올라가니 허리케인 샌디의 강타로 쓰러진 거목들과 벌거벗은 나무들이 펼쳐진 할렛 지대는 센트럴파크 보호국 직원 다섯명과 숨겨놓은 도토리를 찾아 헤매는 다람쥐 한 마리를 제외하곤 생태계의 숨소리를 느낄 수는 없었다. 새들뿐만 아니라 너구리, 토끼, 마멋도 있다더니… 할렛 자연보호구역은 고요했다. 오래 전 밤에 59스트릿을 지나는데 담벼락에 너구리가 나타나서 구경꾼들이 몰려들었다.
고적한 트레일
생태계 보존이 최우선인 할렛 자연보호지대엔 곳곳에 씨앗이 뿌려졌고, 싹이 돋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곳곳에 씨를 뿌려놓은 식물군을 보호하기 위해 방문객을 격리했다.
공원 보호국 자원봉사 노인은 ‘저기 폭포와 아래 호수는 사실 저 녹색 고무호수에서 나온 수돗물’이라고 말해주었다. 센트럴파크는 ‘인공 공원’이라는 점을 명심하라면서. 그는 “4주쯤 후엔 파릇파릇한 식물들이 나오고, 볼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멀리 방문객이 보였다. 은발의 여인은 쓰러진 거목을 보고 한숨짓는듯 하다. 이번 개방 시간에는 허리케인으로 상처입은 할렛 자연보호구역의 상처와 후유증을 확인한 셈이었다.
이 호수에서 나오는 수돗물이 폭포가 되고, 호수가 된다.
호수 쪽으로 걸어가니, 아직도 하얀 얼음이 있는 폰드의 앙상한 겨울 나무 위에서 이름모를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렸다.
녹음이 우거질 5월이 오면 다시 한번 할렛 자연보호지대의 산책로를 걸어봐야할 것 같다.
파란 모자를 쓴 이름 모를 새. 노래를 잘 한다. http://www.centralparknyc.org/ev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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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센트럴파크를 걷는 것도 좋더라구요. 앙상하게 남은 가지가지에 새들도 더 잘 보이구요.
무엇보다 나무들의 일생을 파악할 수 있는 '조각같은' 벌거벗은 모습을 보면서 '나는 어떤 나무의 모습일까'하는 생각도 하게되구요.
특히 몰(The Mall, Literary Walk) 인근의 나무들 중엔 같은 수종이지만, 울퉁불퉁, 힘들게 살아온 나무들도 있구요. 77가쯤 다리를 지나 시더 힐(Cedar Hill) 에 있는 나무 한 그루는 무척이나 우아하고, 자애로와 보여서 'My Favorite Tree'로 점찍었지요. 그렇게 살아야할텐데...
그 땐 내가 이 파크를 구석구석 다 돌아보리라 했었는데... 숙희님의 이 글을 읽고 나니 이제 봄도 오고 다시 파크를 탐험해야겠네요. 할렛자연보호지대두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