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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 이수임: 화가 부부 금슬의 비결
창가의 선인장 (43) 예술가, 애술가
화가 부부 금슬의 비결
Soo Im Lee, white on white, 2010, gouache on paper, 20 x 15 inches
“마누라 이러다 알코올 중독되겠어!” “중독 아니라니까!” “한 달 만 끊어보자.” “삶의 낙이 저녁에 와인 한잔 마시는 건데 그것도 마시지 말고 무슨 낙으로 살라고~”
오래전, 파리에서 살다 온 선배 왈 ‘흰 포도주는 중독 기가 있으니 조심하고 붉은 것은 혈액순화에 좋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가격이 저렴한 캘리포니아산 포도주를 저녁때 한두 잔씩 매일 마셨다.
술 없는 저녁상을 생각하니 반찬 만들 의욕이 나지 않았다. 된장 뚝배기를 턱 하니 올려놓고 둘 다 말이 없다. 음식 씹는 소리와 수저로 그릇 치는 소리만 난다. 남편이 후다닥 먹고 빈 그릇을 들고 일어났다. 본인 그릇만 씻고 거실로 가서 TV를 튼다. 혼자 남아 먹다 보니 밥맛이 영 아니다. 설거지할 기운도 없다. 육체 노동자들이 술기운에 일한다고 나도 술기운에 집안 뒷정리를 말끔히 하곤 했다. 대충 치우고 침대에 누워 책을 읽다 일찍 잠들었다.
“날씨도 쌀쌀한데 오늘 저녁엔 오징어 볶음에 와인 한잔 어때?” “좋지!” 남편은 신이 나서 채소와 오징어를 왁에 들들 볶으며 되지도 않는 중국말로 “니하우마~. 쎄쎄.”를 외친다. 뭘 그리할 얘기가 많은지 한 얘기 또 하고 또 한다. 수도 없이 한 얘기를 처음 듣는 양 신이 나서 잔을 주거니 받거니 밥상에서 일어날 기미가 없었는데…
비가 주룩주룩 처량하게 와서 한잔, 눈 속에 묻혀 옛 생각 하며 한잔, 기분이 좋아 한잔, 치사해서 한잔, 매일 술 먹을 명분이 많아 마시고 또 마신 세월이었다. 오랜 세월 하던 짓을 멈추니 돌던 톱니바퀴가 멈춘 듯 조용하고 막막하다. 저녁에 사람들이 드라마 연속극을 기대하며 발걸음을 재촉해 집에 오듯 저녁상에 술 한잔의 기다림이 있었다. 술 없는 허전함을 어찌 다 표현하리오!
"부부간에 오래 살면 권태기가 있다는 데 우리한테는 있는 거야? 없는 거야?” “바빠 죽겠는데 권태기는 무슨 다들 한가한 사람들 이야기지.” 하며 자만했던 그 권태기라는 것이 이런 건가? 술을 끊자마자 오는 듯했다. 둘 다 말이 없다. 싸우기가 무섭게 저녁상에서 술친구를 해야 하니 부부싸움 없이 살았는데 뭔가 풀리지 않는 무거운 감정이 차곡차곡 쌓이는 기분이다. “부부 사이가 좋아 보여요?” 사람들이 말하면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 있게 시인하곤 했었다. 그 좋은 부부 사이가 지금까지 술기운이었다니!
어제 오프닝에 가서 오랜만에 와인을 서너 잔 급하게 들이켜니 몸이 말미잘처럼 흐늘흐늘해졌다. 남편 팔짱을 끼며 “아무래도 안 되겠어. 우리 사이는 술이 필요한 사이야.” “어!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도로 마시자. 하루에 딱 한 잔씩만 마시면 안 될까?” “그럼 약속해.” 예술가가 아니라 애술가여도 좋다.
이수임/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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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임 화가님..중앙일보에 나오는글 재밋게 읽습니다..오늘 쓰신글 읽다보니 책들 읽으신후 쓰레기통으로~~ 아이고 !! 아까워요..어떻게 하면 제가 받아서 읽고.다음사람한테 또 넘기고~~~할수 있을까요?? 좋은책들 많이 있으실텐데 ~~ 뉴져지 GW 다리건너 살아요..